▶ 연준, 내년 3회 추가 인상 시사…인상속도에 금융시장 촉각
미국 100달러 지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미국 기준금리가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상반기부터 금리인상 의지를 보여왔고 하반기 들어서는 고용과 물가 지표도 호전되면서, 이번 인상에 대한 금융시장에서의 공감대는 충분히 마련돼 있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제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아직은 호조라고 말하기 어려운 미국 경제 여건 사이에서 통화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가야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9월 연준이 경제전망을 제시하면서 내년에 두 번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내년에 세 번의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내년 금리인상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충분히 예고됐던 연말 인상 = 지난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당시에는 연준 내부는 물론 대다수의 경제분석가도 올해 분기마다 한 번꼴로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2016년으로 접어들자마자 발생한 중국발 금융시장 충격은 연준의 금리인상 의지를 크게 꺾었고, 지난 6월의 '고용 쇼크'와 같은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내 금리인상 불가론까지 나왔다.
미국의 대표 고용지표인 월간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량이 지난 5월 3만 개에도 미치지 못한 데다가 '설마'했던 브렉시트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앞으로 수개월 내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다"며 금리인상 분위기를 조성하려던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역시 이처럼 금리인상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잇따르자 진퇴양난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불황에 대비해 통화정책의 여력을 확보해 둬야 한다는 금리인상론은,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만큼이나 강했던 탓이다.
이에 옐런 의장은 연준의 두 가지 통화정책 기준 가운데 고용동향에 집중하는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 고용 회복이 일반 미국인의 소비 여력을 키우고 그로 인해 발생한 소비 증가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였는데, 고용 호조가 재개되면서 이번 금리 인상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금리 인상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적절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연말 금리인상을 사실상 예고했고, 연준의 통화정책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달 회의록에서도 연준 내부에서 연내에 인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음이 드러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서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지난달에 90%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이날 금리인상 결정 발표 직전에 92.9%를 나타낸 데는 이같은 연준의 '금리인상 분위기 조성'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금리인상 속도 빨라질듯…연준 고민도 그만큼 커져 = 이날 금리인상 결정 전부터 미국에서는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의 가장 큰 동력은 바로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감세정책과 더불어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에서는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주가지수와 달러화 가치, 미국 국채금리가 강한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연준이 새로 제시한 FOMC 참석자들의 예상 금리수준, 즉 '점도표'를 보더라도 가장 많은 6명의 FOMC 위원이 내년 말 예상 금리를 1.25∼1.5%로 제시하면서 올해보다 내년에 더 자주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얻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주 금융시장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내년 말까지 4번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이날 금리인상 가능성을 포함한 것이어서, 금융시장 분석가들의 예상은 대체로 연준의 제시 내용과 일치한다.
반면, 미국 경제가 더 빠른 금리인상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의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은 잠정치 2.9%에서 3.2%로 수정됐지만,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4분기 GDP 성장률을 2.6%로 제시하고 있다. 이난 발표된 지난 11월 산업생산이 0.4% 감소한 점은 미국 제조업이 여전히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채권금리의 상승이 이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이나 자동차 할부구매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빠른 기준금리의 상승이 주택이나 고가 내구재 소비를 위축시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다시 상승한 달러화 가치는 미국 제조업 부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떤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는지를 지켜보고 경제전망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일부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입장 표명은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장은 지난 12일 "재정정책이나 다른 상황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파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연준에서 제시하는 장기 목표금리 중간값이 2012년 4.25%, 지난해의 3.5%에서 지난 9월 2.9%까지 떨어진 점도 또다른 연준의 고민거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만큼 금리를 올릴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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