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日 양적완화 출구 찾기 나서…멕시코 등 신흥국 금리인상
▶ 위안화 급락에 외환보유액 급감 직면 中 인민은행 움직임도 주목
재닛 옐런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14일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올린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통화완화 정책을 펴오던 세계 각국도 '유턴'을 고심하고 있다.
금리를 '제로'나 그 아래로 떨어뜨리고 대대적으로 자산을 매입하며 경기를 떠받쳐온 유로존과 일본 등도 양적완화의 출구 전략을 찾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돈줄 죄기 행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융위기 이후 돈풀기를 계속하다 경기가 호전되자 통화긴축으로 방향을 틀었고 9년 여만의 금리 인상을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연준은 이날에 이어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 상으로는 내년 1년간 3차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 각각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표다.
앞서 블룸버그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에 2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에서는 내년에 3차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이 가팔라지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출구를 향한 길을 가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ECB는 지난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ECB는 자산 매입 기한을 내년 3월에서 12월로 연장했지만, 매입 규모를 내년 4월부터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양적완화 연장을 강조하면서 테이퍼링(tapering), 즉 자산매입 축소가 아니라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최근 산유국의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뛴 것은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고전해온 ECB의 부담을 한결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ECB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극단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폈던 일본에서도 추가 통화완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트럼프 효과로 도움을 받고 있다. 트럼프의 선거 승리 이후 엔화 가치가 하락한 덕에 수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바닥 수준인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행은 올해 1월 극약 처방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으며 8월에는 추가 통화완화를 단행했다.
9월에는 국채 수익률 곡선 관리 정책을 도입했다. 이때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자산매입의 한계에 부딪혀 테이퍼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구로다 총재는 이를 부인했다.
일본은행의 올해 자산 매입 규모는 연간 목표치인 80조엔에 못 미칠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양적 완화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은행이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실업률을 우려해 금리를 올리는데 조심스러워하지만 최근 블룸버그가 설문한 전문가들은 BOE가 향후에 선택할 방안을 금리 인상으로 꼽았다.
BOE 통화정책위원회는 지난 8월 금리 인하 이후 "중립" 태도이며 파운드화 가치 하락의 영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평가하고 있다. 파운드화 하락으로 11월 물가상승률은 2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상황이다.
BOE는 오는 15일 열릴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사상 최저인 0.25%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현행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가치 급락 속에 자본유출이 심해져 4조달러에 이르던 외환보유액이 3조50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에는 시장금리가 상승한 점을 고려해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을 검토할만한 상황이라는 당국자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부터 계속된 달러 강세 속에 자본유출에 골머리를 앓는 일부 신흥국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멕시코와 터키가 잇달아 금리를 올렸으며 인도는 화폐개혁 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했다. 멕시코는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이번 주에 올해 들어 5번째의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돈줄 죄기가 이어지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수 있다.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맞물려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국채 금리는 최근 1개월 사이 급등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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