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가 주인인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 323-938-4038)는 12월 한 달간 ‘인조이 어 쿠브릭 크리스마스’라는 제하에 명장 스탠리 쿠브릭의 걸작 6편을 그에 관한 기록영화 ‘스탠리 쿠브릭:영화 속의 인생’과 함께 상영한다.
40년의 감독생애를 통해 달랑 13편의 영화만 만든 쿠브릭은 생전 지성과 선견지명이 있는 귀재라 찬양받은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지루한 자화자찬론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영화가 내용과 기술면에서 도전적이요 비타협적이며 또 혁신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이야기나 인물을 무시한 기술적인 면에의 집착과 지나치게 냉정하고 염세적인 인간관 때문이었다.
17세 때 잡지 루크의 사진기자로 카메라활동을 시작한 쿠브릭의 이름을 할리웃에 본격적으로 내민 영화가 그의 세 번째 영화인 필름느와르 스릴러 ‘킬링’(The Killing·1953·사진)이다. 서푼짜리 전과자 자니(스털링 헤이든)와 그의 일당이 LA경마장의 현금을 터는 긴장감 팽팽한 영화로 마지막 장면이 허무하다.
이 영화는 11일과 12일 쿠브릭이 대하사극 ‘스파르타커스’를 감독하고 스튜디오의 간섭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뒤 만든 ‘롤리타’(Lolita·1962)와 동시 상영한다. 40대 대학 문학교수 험버트 험버트의 “롤리타, 내 생의 빛, 내 허리의 불길, 내 죄악, 내 영혼”이라는 독백으로 시작되는 블라디미르 나브코브의 소설이 원작으로 험버트(제임스 메이슨)와 12세난 조숙한 소녀 롤리타(본명은 돌로레스 헤이즈로 험버트는 소녀를 롤리타 또는 로라고 부른다)와의 변태적이요 성적 기운이 가득한 애정행각을 그렸다.
중년의 험버트가 채 틴에이저도 못 된 롤리타(수 라이언)에게 집착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측은한데 이런 험버트를 지배하면서 마치 종처럼 부려먹고 때로 조롱하는 성적으로 막 익어가는 앵두 모습의 롤리타야 말로 타고난 팜므 파탈이다.
쿠브릭의 다음 영화가 반전반핵 풍자영화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1964-5일 상영). ‘또는 나는 어떻게 폭탄에 대해 걱정하기를 멈추고 그것을 사랑하게 되었나’(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라는 긴 부제의 이 영화는 1960년대 미·소간 냉전의 기운이 고조에 이르렀을 때 양국의 핵경쟁과 자가당착적이요 자만에 빠진 정책과 군대식 사고방식을 대담하고 황당무계 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했다.
광적인 미 공군장성 잭 D. 리퍼(스털링 헤이든)가 자기 기지를 폐쇄한 뒤 핵폭탄을 적재한 폭격기들에 대해 소련공격 명령을 내린다. 이에 미 대통령(피터 셀러즈)이 전쟁상황실에서 비상각료 회의를 연 가운데 미·소 양국정상이 하틀라인을 통해 핵전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북한의 핵무장이 세계적 걱정거리로 떠오른 요즘 시의에도 딱 맞는 내용이다.
쿠브릭의 명함과도 같은 우주와 생명의 신비에 관한 철학적 영상시라 불리는 ‘2001:우주 오디세이’에 이어 만든 영화가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새디스틱한 ‘클라크웍 오렌지’(Clockwork Orange·1971-14일부터 17일까지). 가까운 미래사회의 무분별한 불량청년으로 베토벤을 사랑하는 알렉스(말콤 맥도웰)와 그의 일당의 묻지 마식의 만행을 통해 결함 있는 사회를 폭력적이요 희롱하듯이 거의 초현실적으로 매섭게 풍자하고 있다. 영화에서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가 알렉스에 대한 고문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영화 바로 다음에 나온 것이 시대극 ‘배리 린던’(Barry Lyndon·1975-7일과 8일과 10일). 18세기 상류사회로 진출하려는 아일랜드인 레드먼드 배리(라이언 오닐)의 야심과 모험과 사랑을 느린 속도로 그린 의상극으로 오스카상을 탄 촬영과 음악과 미술 및 의상 등이 다 훌륭하다.
28일부터 31일까지 상영되는 영화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샤이닝’(The Shining·1980). 한 겨울에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산 속의 폐쇄된 여름휴가용 호텔을 돌보는 작가(잭 니콜슨)가 돌아버리면서 아내와 아들을 쫓아다니며 도끼를 휘두르는 으스스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공포환상영화다.
쿠브릭의 또 다른 걸작 반전영화가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제1차 세계대전을 시대로 한 ‘영광의 길’(1957). 그의 유작은 탐 크루즈와 그의 전처 니콜 키드만이 나온 섹스의 어두운 면을 다룬 심리스릴러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이다.
쿠브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조건 그리고 비인간화 되어가는 인간조건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인간과 사회와 정치체제를 불신하고 혐오했던 역설적인 염세주의자였다. 그래서 그는 이런 것들을 냉소하고 비관하고 또 어두운 유머로 풍자했는데 그의 작품 스타일과 인물들이 마치 외계인들처럼 소원하고 차가울 정도로 무감한 것도 이런데서 연유한다고 하겠다. 그는 비범한 작품을 만든 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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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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