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찍으면 뭔가 예상 밖에 재미있는 변화가 올 것 같아”라고 한 70대 1세 한인 어르신이 몇 달 전에 말씀하셨다. 나는 “단지 와일드카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선 투표를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최근에는 힐러리를 찍을 거라고 하셨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일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나는 정말 궁금해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한인들에게 왜 그를 지지하는지를 물었다. 전당대회에서 연설했던 한인 2세 리사 신이 이끄는 트럼프지지 한인단체에 이메일을 보내 봤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연설을 들어 봤지만 구체적으로 트럼프의 경력이나 특정 정책을 거론치 않았다. 그저 힐러리는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1세 한인 김모 씨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이유였다. “절대 힐러리를 찍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를 크게 지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힐러리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거짓말을 하고, 지키지도 못하는 공약을 하고 이중인격자다.” 재미있는 건 2008년에 오바마와 힐러리가 민주당 대선후보에 나섰을 때 김 씨는 힐러리를 찍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한국과 일본이 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언급했다. 하지만 미 공영라디오(National Public Radio)에 의하면 한국은 이미 8억달러, 미군 주둔 비용의 40%를 부담하고 있으며 일본도 40억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답변했다. “진보적인 언론에 의해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다.” 김 씨뿐만 아니라 이런 반응은 트럼프가 무슨 발언을 해도 “진실이 아니다” “그냥 반농담으로 한거다” 혹은 그를 지지하는 배우 스콧 베이오가 말했듯 “여성들이 주위에 없을 때 남자들은 흔히 그렇게 말한다”라며 문제를 부정하고 극소화시킨다.
하지만 극우파 언론으로 알려진 폭스 뉴스에서도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보도했다. 어느 토크쇼에서 딸을 옆에 앉혀 두고 트럼프는 “내 딸이 아니었다면 사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그의 딸을 두고 그런 발언을 했다면 공화당측은 어떻게 반응했을까?결론적으로 힐러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건 위험하다. 그는 사업가로서 미국 경기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그는 과거 6번에 걸친 파산을 했다. 그는 자신의 사업 철학을 ‘정직한 과장(truthful hyperbole)’이라고 자칭하고 있다.
공익을 위해 일한 경력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한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트럼프 지지자들과 얘기해본 결과 분명 이성이나 기정사실화된 데이터는 통하지 않는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는 왜곡된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한편 김 씨는 ‘힐러리의 미국’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반 힐러리 다큐멘터리는 사실처럼 받아들인다. 다큐를 찍은 드네쉬 드소우사는 레이건 정부 출신으로 보수우파 연구소들에서 일한 바 있고 불법선거자금 관련으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은 사람이다.
나도 초반에는 힐러리가 탐탁지 않았고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나올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다. 주위에서 초대하는 힐러리 지지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고 트럼프가 후보로 떠오르는 모습을 어이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의 약력과 그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된 이후로는 확고하게 그녀를 지지하게 됐다.
대선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워싱턴에서 매년 열리는 아시아계 거물 정치인들의 모임에 참석했고(트럼프를 포함한 다른 후보들도 초대 받았지만 힐러리만 참석했다.) 전당대회에서도 아시아계 의원들의 연설이 있었다.
차세대 교포 네트워크 단체인 ‘넷켈’(Network of Korean American Leaders)이 지난 8월에 한인 1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70%가 힐러리를 지지한다고 나왔다. “워킹 맘으로서 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들을 이해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37세 변호사 하나 윤은 힐러리를 지지하는 이유를 말했다. “그녀는 강하고 똑똑하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민사회가 미국에 기여한다는 걸 높게 사고 소수민족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왔다”는 것이 힐러리를 지지하는 한인들의 이유였다.
반면 트럼프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다 불법이민자나 범죄자로 몰아 부친다. AP통신은 그의 부인 멜라니아가 미국에 이민 와서 모델 활동을 했을 당시 불법으로 일한 사실을 11월5일 보도했다. 누가 이중인격자인가? 나라를 위한다면,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오늘 반드시 힐러리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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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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