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대통령선거에서 새내기 빌 클린턴이 “경제가 답이야, 멍청아(It‘s economy, stupid)”라는 기발한 슬로건으로 현직의 조지 H. 부시를 꺾었다. 남편에 이어 16년만의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힐러리 클린턴에겐 “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라는 기존 슬로건보다 “북한이 답이야, 멍청아(It’s North Korea, stupid)”가 더 근사할 것 같다.
북한은 차기 한국 대통령은 물론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도 큰 골칫거리다. 서울과 미국 대도시에 핵폭탄을 쏘겠다고 으름장이다. 일본군에 하와이를 폭격 당했지만 미국본토가 위협 받는 건 사상 처음이다. 시리아 난민 수백만명이 목숨 걸고 벌이는 현대판 ‘엑소더스’같이 탈북난민들이 쏟아져 나와 옛날 베트남 ‘보트 피플’처럼 미국망명을 신청할지도 모른다.
지난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장문의 르포기사를 읽고 가슴이 쓰렸다. 2008년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후 천신만고 끝에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밀입국했다가 체포돼 구금된 서 모(30) 여인의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한국을 최종목표로 삼지만 서씨는 ‘세계최강’ 미국에 망명하길 원한다며 그녀가 지난 8년간 겪어온 역경을 소상하게 전했다.
서 씨는 탈북 후 다른 수천 명의 탈북녀들처럼 중국남자에게 팔렸다. 돈이 없거나 지독하게 못생겨 장가 못간 중국의 시골 노총각들이 인신매매 조직을 통해 탈북녀를 산다. 요즘 ‘시세’로 15~25세 여성은 1만~1만2,000달러이지만 30세가 넘으면 그 반값이라고 했다. 서씨는 전 재산을 들여 자기를 사들인 남편에게 이따금 얻어맞아가며 두 딸을 낳았다.
남편의 수입만으로 생계가 어렵자 서씨는 다른 탈북녀들처럼 ‘섹스 채팅 배우’로 나섰다.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알몸으로 성행위 동작을 하며 보이지 않는 고객과 음란한 대화를 나누는 직업이다. 고객들은 대부분 남한사람이지만 미국이나 남아공 교포도 있단다. 밖에서 떳떳하게 돈을 벌고 싶어도 중국공안에 붙잡히면 북한으로 송환돼 그러지 못한다고 했다.
섹스 채팅이 역겨워진 서씨는 두 살 딸을 등에 업고 동료 탈북녀 2명과 함께 다시 탈출했다. 큰딸(5살)을 떼어놓을 때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태국 밀입국 전에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만난 서씨는 “왜 우리들 운명은 이리도 기구한가요. 북한 땅에서 태어난 게 죄인가요?”라며 통곡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외면할 수 없는 인간 절규이다.
탈북자 인권에 앞서 당장 미국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김정은 정권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다. 미국의 대북한 핵 억제정책은 공염불이 됐다. 북한은 국제적 경제제재 속에서도 핵실험을 계속해왔다. 미국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든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이 그럴 능력이 있음을 시인한다.
김정은은 자기 같은 무뢰한 독재자였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살당한 것이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 당한 것은 핵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오로지 핵무기만이 자신과 북한의 안보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자기 고모부를 포함한 고위관리들을 툭하면 총살하는 안하무인의 김정은이 언제 한국과 미국을 향해 핵 버튼을 누를지 아무도 모른다.
힐러리 클린턴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제재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에 대북한 압력을 요구하고 자신이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했다. 역시 시큰둥하다. 평양에 트럼프 호텔을 짓자고나 안 하면 다행이다. 그나마 북한에 압류됐던 두 아시안 여기자를 빼내온 빌 클린턴을 남편으로 둔 힐러리가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꺼림직 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한인들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신데렐라로 취임했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말년에 최순실 사건으로 탄핵위기를 맞은 한국의 박근혜 첫 여성 대통령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힐러리도 별수 없을 것이라고 김정은이 오판할 수 있다. 그녀에게 “북한이 답이야, 멍청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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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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