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에 있던 빈터에 얼마 전부터 새로운 주택 짓기가 시작되었다. 지나가는 길이어서 모든 공정을 관심 있게 볼 수 있었다. 터를 닦는 불도저가 바쁘게 움직인 후 평편하게 된 집터에 현장 감독의 지휘로 인부들이 땅을 파고 콘크리트로 기초를 한다.
집을 짓는 과정을 보며 집이 사람의 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 위에 철근으로 골조를 하고 기둥을 세운다. 사람의 몸의 뼈대와 같다. 집 바닥을 콘크리트 하기 전에 하수도와 상수도로 연결되는 관을 땅에 묻고 끝을 위쪽으로 끌어내어 놓는다. 하수도는 소변을 내보내주는 요관과 방광이요 상수도로 집안을 연결하는 각종 파이프는 우리 몸에서 영양분과 산소를 날라주는 혈관과 같다. 나중에 집안에 설치되는 정수기는 콩팥과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는 대부분의 캘리포니아 집들이 그렇듯이 나무로 기둥과 대들보 사이를 촘촘히 이어서 연결한다. 뼈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기공사가 있어야 집안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 전기공사는 제법 복잡해 보인다. 굵은 전깃줄 안에서 여러 갈래의 작은 줄이 나오더니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가서 집 전체와 각 방으로 전기 공급을 한다.
우리 몸의 신경 줄 모양이다.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각기 다른 곳에 전달해 주어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을 해주게 한다. 벽을 붙이고 페인트칠하는 과정은 피부를 만드는 과정인데 몸의 피부만큼 탄력이 있는 벽은 없다.
집안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에어컨이나 히터는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과 아드레날린이다. 산뜻하게 심어 놓은 잔디는 잘 다듬어 놓은 머리칼과 수염 같고, 집 옆으로 세운 복고풍의 외등은 독특한 귀걸이처럼 보인다. 진한 색깔의 현관문은 화장을 한 여자의 입술이다.
우리 몸의 기둥인 뼈는, 만들어 주는 조골 세포에 의한 골기질 형성, 거기에 칼슘이 더해지는 무기질화, 그리고 파골세포에 의해 뼈가 흡수되는 활동에 의해 3-4 개월의 주기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생성, 소멸된다. 성장기에는 뼈 생성이 흡수보다 많아서 골 량은 점점 증가하다가 30대를 기점으로 뼈의 형성보다는 흡수가 늘면서 매년 골 밀도가 약 1%씩 준다.
여성은 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뼈 흡수가 매우 많아져 해마다 5% 의 빠른 손실을 겪어 골다공증에 걸린다. 어머니가 고관절 골절이 있었다면 골다공증의 확률이 높고 마른 사람, 흡연, 음주, 칼슘 및 비타민D 부족 등이 골다공증의 위험인자이다, 운동과 단백질, 칼슘, 비타민 D의 섭취가 필요하며 약물 치료제도 많이 있다.
집을 짓는 데는 설계도가 필요하다. 도면에 따라서 공정을 해나가고 심사를 받는 과정을 반복한다. 집과는 비교도 안 되게 복잡한 우리 몸의 설계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있을까? 우연히 저절로 생겨날 수 없는 복잡한 우리 몸은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의 중심에는 핵이 있다. 핵 안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고 그 안에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전체를 ‘게놈’이라고 부른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인체의 세포는 항상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태아의 성과 인종이 결정되며, 모든 생명현상이 조절 통제되고, 수십 년 후에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까지도 결정된다. 인간의 유전자 개수는 약 8만-10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떤 유전자가 특정질병을 일으키는지 알아내어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많이 되고 있지만 제한적으로만 밝혀져 있다.
육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사느냐에 따라 개개인의 삶이 좌우되듯이, 새 집의 외관과 내부 장식도 중요하지만 집안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집의 아름다움은 사는 사람들이 어떤 관계로 지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서로 자기주장을 하며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고 하면 행복이 깨어진다. 아름다운 궁궐도 별로 기쁘지 않게 된다. 힘에 의한 자기주장이 아니라 섬김과 사랑이어야 집은 행복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새로 지은 집에서 마당을 가꾸며 오순도손 사는 이웃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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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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