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불볕더위가 계속되었다. 여름 더위를 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물놀이와 수영이다. 나는 처음 수영을 바다에서 시작하였다. 개울에서 물장구치고 노는 것이 물놀이의 대부분이었던 어린 시절, 주문진에 계시던 친척 할머님 댁을 방문하게 되었다. 바위가 많은 바닷가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따라 조그만 바위에서 바위로 개헤엄을 치면서 옮겨 다니다 보니 몸이 뜨는 것이 문득 느껴졌다.
신기하면서도 내심 수영장에서는 뜨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서울로 돌아 왔다. 그러나 수영장 민물에서도 뜰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수영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여러 과정을 거쳐 조금씩 수영에 대해 더 알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몸에서 힘을 빼고 부드럽게 몸을 쭉 뻗어서 머리를 푹 담그고 있으면 몸이 물에서 둥둥 뜬다는 것이다. 허우적거리지 않고 물에 가만히 떠 있노라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은 힘을 빼고 고개를 푹 숙이는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인간의 몸이 물에서 뜰 수가 있는가? 사람 몸에서 가장 많은 성분이 물이다. 남자 몸무게의 60%, 여자인 경우 50%가 물로 되어있다. 예를 들면 70kg의 몸무게를 가진 남자의 경우 약 40 리터의 물이 몸 안에 있다. 그중에 약 65%는 세포 안에 있고 35%는 세포 바깥, 즉 세포사이에 있든지 혈관 내에 피를 형성하고 있다.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혈액의 양은 평균 6리터 정도 된다. 몸 안의 수분들은 혈압과 알부민의 농도에 의한 힘의 평형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 몸은 수분을 제외하고 뼈와 같이 무거운 부분도 있지만 지방과 내장, 공기를 담고 있는 허파가 있으므로 전체적으로는 물보다는 비중이 낮아 물에 저절로 뜰 수밖에 없다. 짠 바닷물은 밀도가 1.030으로 보통 물보다 몸을 더 잘 뜨게 한다.
일반 바닷물 염도의 10배 이상 되는 이스라엘의 사해에서는 바닷물에 누워서 신문을 볼 수 있는 체험을 필자도 한 적이 있었다. 사해는 오랜 세월 물이 나가지는 않고 들어오기만 하고 햇빛에 계속 증발되었기 때문에 염도가 매우 높아졌다.
물은 지구표면의 70%를 덮고 있다. 지구 표면을 다 편평하게 깎아내어 바닷물을 지구 위에 고르게 퍼지게 하면 온 지구 표면을 3 km 가량 덮을 수 있다고 하니 적은 양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바닷물 속에 우리들은 온갖 쓰레기를 버려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그러나 바다 오염 보다 더 무서운 일은 세계적 기후 변화이다.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를 우리는 실제로 겪고 있다. 곳곳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려, 안데스 산맥 해발 5,000 미터에 있는 파스토루이 빙하의 50%가 지난 40년간 사라졌다고 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이 화씨 0.8도 이상 높아져서 얼마 전 알래스카의 한 섬 위에 있는 마을은 얼음이 녹아내려 주민 전체가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대부분 물질의 고체 밀도는 액체보다 높기에 물에 가라앉는다. 그런데 어떻게 고체인 얼음은 액체인 물위에 뜰 수 있는가? 대부분의 물질은 고체상태일 때 부피가 작고 무겁지만, 물은 섭씨 4도 일 때 가장 부피가 작고 무겁고 얼게 되면 오히려 부피가 커진다. 산소 원자 1개가 수소 원자 두 개와 결합되어 있는 물은 온도가 낮아져 얼음으로 변할 때 산소원자가 다른 물 분자들의 수소 2개를 더 세게 끌어당겨 정사면체를 이루게 만들어 부피가 커지면서 밀도가 낮아진다. 물보다 밀도가 낮아진 얼음은 물에 뜨게 된다.
만일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높아서 수면에서부터 얼은 얼음이 무거워 바닥으로 가라앉는 현상이 계속적으로 일어났다면 호수나 강, 바다 밑바닥부터 꽁꽁 얼어붙어 서식하는 생물들이 모두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묘하게도 얼음이 물보다 가벼워 물 위에 뜸으로 물속에 있는 생물들을 따뜻하게 보호하여 살게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물주의 지혜이다.
조물주의 지혜로 주어진 삶의 터전을 우리는 관심과 노력을 모아 보호해야겠다. 후손들도 깨끗한 물에서 수영하는 맛을 즐기며 빙하를 보는 기쁨을 누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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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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