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층의 지출 1순위 방세, 소득의 절반 육박 제때 못내 연체벌금 일쑤
▶ 크레딧은 망가지고 아이는 굶길 수 없고… 적자인생 악순환 한숨
케이티 메이요는 대부분 제 날짜에 방세를 내지 못한다.
거의 매달 연체 벌금으로 100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지만 달리 손쓸 방법이 없다.
돈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체면이고 뭐고 뒷전으로 던져둔 채 주변사람들에게 손을 벌려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그래봤자 헛수고일 게 뻔하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옛말대로 그녀 주위에는 금전적 지원을 해 줄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모두가 렌트라는 족쇄에 발목이 잡혀 어기적댄다.
메이요(36)는 매달 두 번 페이체크를 손에 쥘 때마다 지출 우선순위를 정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돈 달라는데는 많은데 수입은 쥐꼬리만 하니 일단 급한 것부터 막고 나머지는 다음 번 페이체크가 나올 때까지 미뤄두어야 한다.
이로 인한 부산물은 길고 긴 연체료 사슬과 수리하기 힘든 크레딧 손상이다.
“봉급날 렌트비와 유틸리티를 내고 나면 당장 그날로 빈손이 된다”는 메이요는 “다음번 페이데이를 기다리며 만성적인 적자인생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플로리다 주 펜사콜라의 1베드룸 아파트에서 열 살짜리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메이요는 이달 초에 받은 2주일분의 페이체크로 렌트와 전기료, 전화비를 해결했다. 남은 액수는 42달러. 이 돈으로 다음번 봉급날까지 2주를 버텨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돈에 없어도 아들을 굶길 순 없다. 출퇴근에 사용하는 생계형 차량에 기름도 넣어주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타운의 반대편으로 이사하면 방세를 다소 절약할 수 있지만 아들을 전학시켜야 하는데다 통근시간이 2배로 늘어나고 안전치 못한 우범지역에서 맘 졸이며 생활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메이요는 언젠가 내 집을 장만할 것이라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으나 언제 그런 날이 올지, 정말 꿈이 이루어지기는 할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 저축할 여력이 있을 턱이 없다. 물론 비축해둔 비상금은 단 한 푼도 없다.
단순히 메이요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은 임금보다 빠른 속도록 상승하는 렌트비에 신음하고 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공동센터(Harvard’s 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의 최근 보고서는 무려 1,100만여 명에 달하는 세입자가 소득의 절반이상을 렌트로 지불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로 말미암아 일부 세입자들은 식사를 거르거나 방세가 상대적으로 싼 곳으로 전 가족이 이주한다든지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려야 하는 등의 어려운 결정을 강요받는다.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의 교외에 거주하는 제시카 케인(30)은 “렌트비 인상은 영세 입주자들의 식비를 빼앗아가는 가혹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재 그녀는 남편 및 두 아들과 함께 2베드룸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결혼 이후 9년간 케인 부부는 렌트비 인상에 쫓겨 다섯 번이나 거처를 옮겼다.
이들은 싱글 인컴 가정이다. 아이가 없을 때에는 케인도 일을 했지만 출산 후 집에 눌러 앉았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데이케어센터 비용이 케인의 소득을 웃돌았다. 그녀는 남편이 집으로 가지고 오는 소득의 약 44%를 방세로 지불한다.
케인은 한때 주택을 구입하려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려운 살림 탓에 구겨진 크레딧을 수리하고 빚을 정리하면서 주택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기 위해 케인 가족은 꼬박 3년간 시어머니의 집에 얹혀살았다.
이렇게 해서 어렵사리 5,000달러를 모았고 지난해 연방주택청(FHA)으로부터 25만 달러의 대출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후 7개월간의 하우스 헌팅은 소득 없이 끝났다. 경매에 참여했다가 번번이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경쟁자들에 밀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케인 가족은 주택소유주의 꿈을 접고 다시 셋집을 구했다.
3년 동안 힘겹게 모은 5,000달러는 1년도 안돼 이사비용과 아파트임대 경비로 날아갔다.
케인은 “렌트비가 너무 비싸 내 집 장만의 꿈을 다시 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렌트와 식비를 지불하고 이런저런 페이먼트를 내고 나면 곧바로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그럴 때마디 심한 무력감과 불안감, 그리고 막막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무진 애를 써가며 어느 정도 수리를 한 크레딧도 다시 망가졌다.
남편 혼자 벌어들이는 돈으로 매달 날아드는 고지서를 제때 처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고지서를 납부하기 위해 렌트비를 거를 수는 없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홈리스 가족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처럼 상황이 다급하다보니 크레딧이 깨져나가는 것을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월간 소득의 절반을 먹어치우는 렌트로 인해 생으로 배를 곯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케인은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우리 부부가 굶어야 할 때가 더러 있다”고 털어놓았다.
북가주 지역의 주거비는 살인적이다. 테크 붐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렌트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임대주택시장이다.
케인은 800스퀘어피트짜리 2베드룸 아파트에 월 2,100달러를 내기로 하고 들어왔다. 이 정도면 새크라멘토에서 가장 싼 임대 아파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집주인이 렌트를 거의 10% 인상함에 따라 케인은 세금과 401(k) 적립금을 제외한 봉급의 절반 이상을 방세로 털어 넣어야 했다.
렌트를 줄이기 위해 주변의 다른 아파트를 찾아보았지만 더 나은 조건의 방은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이 지난해 승진하면서 봉급이 올랐고 이 때문에 인상된 렌트를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매년 승진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케인은 “만약 렌트비가 현재의 궤적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이곳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천상 방세가 싼 지역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직장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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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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