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포키몬 게임 앱을 전화기에 다운 받았다 길래, 또 무슨 게임 하나 하는구나 했다. 그런데 가만히 전화기만 붙잡고 움직일 줄 모르던 아이가 갑자기 밖에 나갔다오겠다 한다. 그리곤 하루에도 몇 번씩 집 앞을 나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몇 바퀴 돌기도 한다.
다음날, 남편이 어젯밤 다람쥐를 한 마리 창문에서 잡았다고 했다. 진짜? 깜짝 놀라는 내게 전화기속 포키몬 게임 화면을 보여준다. 마주보고 웃었지만, 나도 그 다음 날 전화기 속에서 포키볼을 던져 출몰한 포키몬을 잡게 되었다. 이것이 지난 며칠간의 우리집 풍경이다.
오늘 낮에는 학원에서 수업 끝난 아이를 데리고 동네 공동묘지를 한 바퀴 돌았다. 포키볼이 다 떨어진 아이가 공을 얻어야 한다고 해서였다. 이제 도서관, 시청 앞, 동네 공원, 쇼핑몰...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비슷한 모습으로 걸어 다닌다. 대체 무슨 일일까?포키몬은 1995년 닌텐도에서 만든 비디오게임이었다. 만화영화, 만화책, 장난감, 카드 등 다양하게 바뀌며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 엄청난 역할을 갖게 된 캐릭터이름이다. 내 아이도 TV에 나오는 모든 시리즈, 마켓에서 파는 포키몬 카드 세트, 포키몬 책, 침대시트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디에스 게임기에서 3DS 게임기에서까지 포키몬 게임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워낙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생활패턴이 많이 바뀌면서 닌텐도 게임은 뒷방 차지가 되어있었다. 7년 연속 매출이 하락하며 침체기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6일 이 게임이 출시된 후 애플 다운로드 순위 1위가 되었고, 순 수익만 해도 매일 100만 달러, 그리고 포키몬 주가는 일본에서 50%이상 상승했다.
어떻게 게임 하나로 이렇게 한 회사가 부활하며, 광고나 마케팅도 따로 하지 않았는데 모든 사람이 게임을 다운받고 움직이는 것일까?이 게임은 AR(Augmented Reality)이라는 증강현실 게임이어서 지금의 시대현상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하는 세상에서 그곳에만 있는 줄 알았던 귀여운 캐릭터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나타나며, GPS 기술을 기반으로 찾아다닐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기가 막히다.
더구나 이 아이디어가 구글이 만우절에 재미삼아 만든 포키몬을 찾는 세계지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비싼 장비나 더 복잡한 기술이 없어도, 지금껏 옆에 있었던 단순한 캐릭터가 내 스마트폰과 내가 사는 동네에서 함께 협업하여 재미를 배가시켜주니 나 같은 아줌마도 바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 때문에 밤늦게 다니거나 운전하면서 게임을 한다는 말도 나와 걱정스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집에만 있던 게임 중독자들이 바깥으로 나가 뛰어다니고, 말문을 닫았던 틴에이저와 말할 거리가 생겼다는 사실은 반길만한 일이다.
보다 반가운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확실하게 나뉘어져있었던 세상이 점점 더 가까이 연결되고, 섞이고, 그래서 그 안에서 뭔가 다른 것들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이다. 발전의 징후가 더 이상 없어 이제는 추락이나 후퇴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요즘, 처음 인터넷이 세상에 나왔던 때처럼, 무척이나 흥분되고 즐거운 발전의 징조이다.
오늘 나는 레벨6으로 올라가며 포키몬을 찾아다녔다. 아이는 공부 얘기 말고 나와 할 얘기가 하나 더 생겨서 신나고 즐거운 눈치다. 5킬로를 걸으면 또 무슨 혜택이 있다던데, 온가족이 한번 더 나가야 할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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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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