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플에게 “모아둔 돈 내놔” “씀씀이 줄여” “취업 하지마”
▶ 가정폭력 동반 많고 대부분 피해자는 여성, 자산 빼앗고 돈줄 장악… 이상한 행동 적신호, 억압 받는 파트너 돕는 프로그램 활용을
배우자나 동거인의 재산을 탈취하고 돈 구경을 못하게 만드는 재정학대는 피해자인 파트너를 고립시키고 종속화시킨다.
돈 문제를 공평하게 공동 관리하는 배우자, 혹은 동거인은 매우 드물다.
설사 출발은 공정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무게추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커플 사이의 역학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한 쪽이 투자관리, 보험과 은행 일 등을 주관하는 반면 다른 한편이 가계예산을 짜고 각종 고지서를 납부하거나 중요한 서류와 온라인 계좌를 지키는 등의 부수적인 역할을 떠맡게 된다.
금전관리의 분업이 어떻게 돌아가건 둘 사이의 관계가 원만할 때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잦아진 말다툼이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치닫게 되면 마치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갑’의 위치에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재정적 학대’(financial abuse)를 가하는 총체적 억압이 시작된다.
물리적 폭력과 연결된 재정학대는 배우자, 혹은 동거인의 고립과 의존성을 심화시킴으로써 상대방을 자신에게 완전히 종속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올스테이트의 수석 부사장 비키 딘지스는 “전체 여성의 4분의 1이 살아가면서 가정폭력을 경험하게 된다”며 “여기에 동반되는 재정학대는 피해자의 자산을 빼앗는 것은 물론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돈조차 주지 않으며 씀씀이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심지어 일을 못나가게 한다든지 취업까지 금지시키는 등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딘지스는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라고 덧붙였다.
올스테이트 파운데이션은 재정적 학대를 비롯, 다양한 타입의 파트너 억압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퍼플 펄스’(Purple Purse)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한편 피해자들에게 자율권을 돌려주는데 초점을 맞춘 온라인 커리큘럼도 제공한다.
40대 초반의 피닉스 여성 샤논 에반스는 가정폭력과 재정학대를 동시에 당한 숫한 피해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독신시절 모아놓은 돈을 몽땅 털렸고 어렵게 마련한 집과 자산도 빼앗겼다.
서비스업 종사자였던 에반스는 남편과의 관계를 끝낸 뒤 로스쿨에 입학했다.
로스쿨을 마치고 반드시 변호사가 되겠다는 그녀는 “법을 공부하다 보니 내 개인자산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혼전계약을 작성하고 개인 돈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아쉬워했다.
에반스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공동자금을 파트너와 둘이 같이 관리하고 서로 공유하는 계좌에 대해서는 동등한 접근권을 가져야 재정학대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플 중 어느 한쪽이 공동 자금을 틀어쥐고 상대방에 재정학대를 가하기 시작했을 때 각자의 이름으로 오픈한 크레딧 카드는 금전적 압박에서 벗어나는 유용한 도구라고 덧붙였다.
재정학대로 이어지는 파트너의 행동이나 신호를 미리 읽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파트너가 비밀스럽게 행동한다든지 화를 자주 낸다면 일단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딘지스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혼자 속앓이를 하지 말고 공정한 제3자나 파트너의 행동에서 위험징후를 포착할만한 위치에 있는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린 후 의견을 구하라고 권했다.
재정학대를 받은 파트너는 돈 문제에 지극히 소심해진다. 일상용품을 구입하는 것까지 배우자나 파트너의 눈치를 본다.
파트너가 돈줄을 완전히 장악하는 바람에 현찰이나 크레딧 카드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고 차가 없는데다 버스요금 낼 현금마저 없어 직장에 나가지 못하는 여성도 수두룩하다.
노후에 대비해 돈을 모아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적다. 당연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근로자복지연구소의 올해 ‘노후 자신감 서베이’에 따르면 의무적으로 급여에서 공제되는 소셜시큐리티세 이외에 개인적으로 은퇴 대비용 자금을 모아두었다고 대답한 기혼남녀의 비율은 미혼남녀에 비해 높았다.
또한 기혼자들은 싱글에 비해 개인은퇴계좌(IRA)와 직장은퇴연금 401(k) 가입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이의 가장 현격한 차이는 노후자금 규모에서 드러났다. 현재까지 모아둔 노후자금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상위그룹에 속한 기혼남녀의 26%는 최소한 25만 달러라고 대답한데 비해 하위그룹을 이루는 28%는 1만 달러 미만이라고 밝혔고 나머지가 1만 달러 이상 25만 달러 미만의 중간그룹을 형성했다.
노후 준비가 가장 안 된 그룹은 단연 독신여성이었다. 이들 중 64%가 노후자금으로 1만 달러조차 저축하지 못했다고 대답한 반면 25만 달러 이상을 비축해 놓았다는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를 보이는 재정관련 분야가 아주 없지는 않다.
신용정보회사 엑스페리언은 여성의 평균 신용점수(credit score)는 675, 평균 부채액은 2만6,610달러인데 비해 남성의 평균 신용점수는 670점, 평균 부채는 2만7,627달러라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볼 때 여성이 남성보다 신용점수가 높은 반면 빚은 적다는 얘기다.
이는 제 시간에 고지서를 납부한다든지 부채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일은 여성이 남성보다 잘한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여성의 자신의 이름으로 된 크레딧 카드를 남성보다 많이 지니고 있지만 사용한도액의 극히 일부분만을 사용할 뿐이다.
여성은 또 남성보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액수가 적고 연체율이 낮다.
엑스페리안의 신규비즈니스 개발?분석 담당 부사장인 미첼 라네리는 “여성보다 남성이 집과 차를 살 때 더 많은 융자를 받으며 이로 인해 신용점수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여성은 기능성과 효율성을 차량구입의 기준으로 삼는데 비해 남성은 스포츠카와 트럭에 끌리는 경향을 보인다. 주택대출금 평균액수는 여성이 21만2,900달러, 남성이 23만1,100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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