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세법안 두고 갈등 표면화…머스크의 잇단 공격에 트럼프 공개 포문 ▶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불만…그는 그저 미쳐 버렸다” 비난
▶ ▶ 머스크, ‘트럼프 탄핵’ 주장에 “YES” 동조…동맹에서 최대 정적으로 ▶ 美언론 “정치기반과 돈 가진 두 사람의 ‘정략결혼’ 마침내 파탄”

지난달 30일 고별식에 함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한때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로 불린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관계가 결별을 넘어 5일 파탄에 이르렀다.
'동맹'을 과시하며 작년 대선 때 승전가를 함께 불렀던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앞장서서 지원했던 머스크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돌아섰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거운동 자금으로 약 2억7천만달러(약 3천700억원)를 기부해 '킹 메이커'로 떠올랐으며,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를 꿰찼다.
머스크는 작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상주하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에 깊게 관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가 '삼촌'이라고 부르며 가족사진을 함께 찍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공약인 감세 정책을 펼치기 위해 연방 정부의 기존 재정 지출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었고, 머스크에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리를 맡겨 인력 감축과 지출 삭감이라는 특명을 내린 뒤 각종 기밀정보 접근권을 포함해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머스크의 진두지휘 아래 각 부처에 파견된 DOGE 팀원들은 여론과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조직 폐지와 축소, 정리해고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 머스크는 백악관 각료들과 충돌하고 그의 사업과 관련된 이해충돌 및 월권 논란에 휩싸이며 잡음을 내기도 했지만,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서 머스크를 "아주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거듭 칭찬하며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에는 테슬라가 트럼프 행정부 반대 진영의 주요 표적이 돼 공격받자 백악관에서 테슬라 차를 직접 구매하는 이벤트를 열고 "(누구든) 테슬라에 무슨 짓을 하면 지옥을 겪게 될 것"이라며 머스크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밀월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머스크는 DOGE에서 연방 정부 예산을 1조달러(약 1천356조원) 삭감하겠다는 목표를 거의 이루지 못한 채 지난 4월 말 짐을 싸서 백악관을 나왔다.
당시 백악관은 머스크가 떠나게 된 것이 1년에 130일 넘게 정부에서 일할 수 없게 돼 있는 '특별 공무원' 임기 규정 탓이라고 밝혔다.
머스크 역시 지난 4월 22일 테슬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 경영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대통령이 원하고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한, 매주 1∼2일은 정부 업무에 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밤 공개된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을 거론하며 "재정적자를 키우는 대규모 지출 법안을 보게 되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연방 지출 감축을 위해 노력해온 DOGE 팀의 일을 망치는 것이라면서 "하나의 법안이 크거나 아름다울 순 있지만, 둘 다는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머스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특별공무원으로서 내 임기가 끝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머스크에게 고별식을 열어주고 '황금 열쇠'를 선물하면서 머스크와의 관계를 '보기 좋게'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이후 머스크는 그동안 품어온 원망을 본격적으로 표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감세 법안을 두고 "미안하지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다.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의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다음날에도 엑스를 통해 이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여러분을 대표하는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에게 전화해라. 미국을 파산시키는 것은 괜찮지 않다고! 법안을 죽여라(KILL the BILL)"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이에 그동안 자제해온 트럼프 대통령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날 백악관에서 마치 기자의 질문을 기다렸다는듯이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매우 실망했다"면서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을 비판한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한 것,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를 의도치 않게 끝내게 된 것 등을 꼽았다.
이후 두 사람의 설전은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전쟁터는 두 사람이 각각 소유한 소셜미디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는 '엑스'를 통해 돌이킬 수 없고,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이 혹은 양쪽 모두 치명적일 수 있는 전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에 "거짓"(False)이라고 반박했고, 지난 대선 당시 그가 돕지 않았어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라며 "아주 배은망덕하다"(Such ingratitude)고 쏘아붙였다.
머스크는 그동안 줄곧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존칭했으나, 이날부터는 '대통령'을 떼고 "트럼프"라고 부르거나, "이 남자"(this guy)로 지칭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또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는 질문과 함께 엑스 이용자들에게 찬반을 묻는 온라인 설문 게시물을 올렸고, 이후 그의 지지자가 올린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글에 "그렇다"(YES)라고 동조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중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보수 진영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의 글에는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3.5년 남았지만, 나는 40년 넘게 주변에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보다 자신의 영향력이 더 세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이런 맹공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다시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를 비난하며 "그는 그저 미쳐버렸다!(he just went CRAZY!)고 재반격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두 사람의 관계가 급속도로 험악해졌다고 전하면서 "두 변덕스러운 억만장자의 어울리지 않던 동맹이 몇 시간 만에 깨졌다"고 지적했다.
NYT는 또 "트럼프는 정치적 기반을 얻고, 머스크는 돈과 소셜미디어 권력을 갖게 된 두 사람의 '정략결혼'이 몇 달 만에 마침내 파탄에 이르렀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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