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에서 식이요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근래 미국의 건강 잡지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일본의 낫토, 한국의 김치, 인도의 렌틸 콩을 선정했다. 이중에서 재조명을 받는 것이 렌틸 콩이다.
렌틸 콩은 고대문명의 주식이었다. 아프리카 열대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진 이 콩은 납작한 볼록렌즈를 닮았다고 해서 렌즈 콩이라 불리기도 한다. 주로 고온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이 식물은 인도, 이집트,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국가나 스페인의 대서양 해안에서 재배된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이 많으며 비타민A와 B, 황이 풍부하다, 섬유질, 아연, 엽산, 항산화제가 많아 심장병과 암 예방에 좋고 철분이 많아 빈혈을 예방하고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는데, 복부에 가스가 많이 차기도 하며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신장이 나쁜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
옛날부터 많은 지역에서 렌틸 콩으로 죽을 만들어 먹었다. 성경에 팥죽 이야기가 나온다. 이삭의 장남 에서가 사냥에서 돌아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동생 야곱에게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팔아치운다. 그때의 팥죽이 렌틸 스프이다.
그 사건 이후로 에서의 별명은 붉다는 뜻의 ‘에돔’이 되었는데, 그의 피부색도 태어날 때부터 붉었다고 되어있다. B.C.1400년 에서의 후손들은 현재의 요르단 남쪽 지역에 에돔 왕국을 건설한다.
에돔 왕국의 중심지였으며 요르단이 자랑하는 국보 1호 유적지 ‘페트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약 150km. 모래사막을 지나 해발 950m의 붉은 바위투성이인 페트라에 도착하였다. 그리스어로 바위라는 뜻의 이곳이 온통 붉은 색인 이유는 토양에 많은 철분이 산화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나바테안 사람들은 암벽을 깎아서 웅장한 건물들과 도시를 만들었다. 100m가 넘는 높은 바위들 사이로 폭 2-3m의 협곡을 따라 3km 가량 걸어가니 거대한 바위 한 덩어리를 오랜 세월 깎아서 만든 ‘알카즈네’신전이 나온다. 페트라의 대표적 건축물이며, 파라오의 보물이라는 뜻의 ‘알카즈네’신전 앞면에는 바위를 정교하게 다듬어 만든 높이 25m나 되는 6개의 고린도식 기둥이 세워져 있고 각종 문양이 섬세하게 새겨져있었다. 신전이 큰 바위 속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온 것만 같았다.
이곳의 지형은 모래가 퇴적되어 바위가 된 사암으로, 연하기 때문에 깎기도 쉬웠지만 부서지기도 잘했다. 한 덩어리의 사암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깎아내려가 흠 없이 대칭이 되는 정교한 건축물을 만든 것이나 그곳에 없는 대리석과 화강암들이 건축물들에서 발견되어진 사실들이 페트라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게 한 이유들이다.
기원전 6세기경에 세워진 페트라는 메카, 팔레스타인, 이집트와 아라비아 반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고 무역상들의 통로였던 왕의 대로(King’s Highway) 옆에 있었기에 번창하였다. 지대가 높은 페트라 주민들의 혈색은 그 지역의 색깔처럼 매우 붉고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고지대에 살면 산소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몸에서 적혈구를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적혈구 증가증이라고 부른다.
지대가 높아 적혈구가 많이 필요한 상태에서 렌틸 콩 스프로 철분을 많이 섭취하였다면 적혈구 증가증으로 고대 나바테안 사람들은 머리가 많이 아프고 어지러웠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페트라는 기원후 106년 로마에 점령당하고 로마가 시리아의 팔미라로 무역의 중심지를 옮겨 가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쳐 6-7세기 대지진이 발생해 도시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가 1812년 스위스 탐험가 요한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발견되었다.
페트라의 역사를 통해 모든 인간사에는 흥망성쇠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흥한다고 교만해서도 안 될 것이며, 어려울 때도 새로 다가올 날들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주관자의 뜻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인간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이란 얼마나 적은가? 우리 몸의 적혈구만 해도 그렇다. 어떤 이들은 피가 모자라 빈혈로 고생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적혈구가 너무 많아 고통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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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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