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인 A씨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11시간 비행을 한 후 좌측 다리가 붓고 벌게지며 통증이 발생하였다며 주치의를 찾게 되었다. 주치의는 좌하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여 심부정맥 혈전증을 진단하고 즉시 필자에게 환자를 의뢰하였다.
정맥(vein)은 산소가 부족한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길이다. 심장으로 간 피는 다시 폐로 가서 충분히 산소를 받아 동맥(artery)을 통해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공급하게 된다.
산소를 몸의 조직에 공급한 후 산소가 없는 ‘빈 수레’가 된 적혈구는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가는 순환을 하게 된다.
정맥은 피부에서 쉽게 푸르스름한 혈관으로 보이는 표재(표피) 정맥(superficial vein)과 몸 저 깊숙한 곳에 자리해서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심부정맥(deep vein)으로 나뉜다.
이런 정맥을 순환하는 혈액에는 혈관 내에 있을 때에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 특정한 단백질들이 항상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혈관 안에 소위 ‘피 응어리’로 알려진 혈전(thrombus)이 발생하는 경우들이 있다. 특히 이런 혈전이 심부정맥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이를 영어로 DVT(deep vein thrombosis)라고 부른다.
DVT는 대개 다리에 있는 정맥에서 생기게 된다. 혈전으로 인해 혈액순환이 막히게 되어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며 벌겋게 된다.
그러나 DVT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런 다리의 증상뿐 아니라 이 혈전이 우리 몸의 어디든 다른 혈관으로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혈전이 폐에 있는 혈관을 막게 되면 이를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이라고 하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무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PE라고 불리는 이 폐색전증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날카로운 흉통, 객혈 , 두근거림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만약 혈전이 큰 혈관을 갑자기 막는 경우에는 즉사할 수도 있다.
이런 DVT 치료는 혈액을 묽게 하는 약으로 치료한다. PE 같이 응급한 경우는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혈전용해 요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더 이상 혈전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제를 사용하여 서서히 혈전을 흡수해서 없애도록 하는 것이 더 안전한 치료다.
병원에 있을 때는 heparin 계통의 약으로 사용하여 치료하고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환자 상태가 안정된 경우에는 대개 경구용 약으로 바꾸게 된다.
과거에는 warfarin(Coumadin)이라는 약을 주로 사용하였지만 적절한 혈액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잦은 혈액검사의 필요성과 다른 음식 및 약물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최근에는 rivaroxaban(Xarelto), apixaban(Eliquis), edoxaban(Savaysa) 등을 주로 이용한다.
이런 약물들은 잦은 혈액검사가 필요 없고 정해진 용량의 약을 복용하게 되면 더 이상 혈전이 커지지 않는 보호효과가 있다.
이런 DVT나 PE는 왜 생기는 것일까? 대개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 골절 등으로 인한 정형외과 수술로 오래 누워 있는 경우, 암, 경구용 피임약 복용, 흡연, 유전적 질환 등의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대개 60세 이상에서 발생하고 한 번 혈전이 생겼던 경우 다시 재발하는 위험성이 높아진다. 치료기간도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원인이 분명하고 그 원인이 없어진 경우에는 대개 3~6개월간 혈액 응고제를 사용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원인이 불분명하거나, 생명에 위협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혈전증이 생겼던 경우 유전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혈전이 계속 재발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 때로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혈전증 예방을 위해서는 혈액 순환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후 가능하면 빨리 침상에서 일어나 운동을 시작하고, 오래 누워 있어야 할 경우라면 침상에서 자주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좋다. 비행기를 장시간 타는 경우는 1시간마다 짧은 거리라도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문의 (213)38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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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상 훈 <암 전문의·LA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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