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부부들에 축의금 받는 새 방식 각광, 온라인 허니문 레지스터리에 호텔비·승마 등 항목 올리고 하객들로부터 기부금 받아
▶ 고우펀드미 6년간 20억 모금 허니펀드·허니문 위시즈 등 펀딩 사이트 잇달아 개설
온라인을 통해 신혼여행 자금을 마련하는 젊은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투자유치 방법으로 한창 각광을 받는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을 이용해 허니문 경비를 조달한다.
크라우드펀딩이란 후원, 기부, 대출, 투자 등을 목적으로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오는 게 시장경제의 원리다.
온라인을 통해 신혼여행 경비를 모으려는 예비커플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허니펀드, 고우펀드미, 허니문 위시즈 등 이들을 주 고객층으로 특정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들이 잇따라 개설됐다.
신혼여행 자금조달을 돕는 사이트들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한 금액의 10%를 서비스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러나 전체 모금액의 1할이라는 만만치 않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크라우드펀딩 이용자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크라우드펀딩 허니문사이트의 인기몰이는 결혼식을 올리기에 앞서 동거를 시작하는 신세대 커플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혼전동거를 하다보면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토스터에서 타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살림도구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신혼살림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전통적인 ‘기프트 레지스트리’는 존재이유를 상당부분 상실하게 된다.
허니문 레지스트리는 웨딩 에티켓을 깨지 않으면서 하객들에게 “선물대신 현찰을 원한다”는 속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지난 12월 고우펀드미(GoFundMe)를 통해 2,900달러의 신혼여행경비를 모금한 니콜 데핀토는 “하객들에게 대놓고 현찰을 달라고 말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라며 “그러나 고우펀드미 덕분에 민망한 상황을 피하면서 신혼여행 경비 일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니콜과 그녀의 새신랑인 앤서니 데핀토는 신혼여행지도 하객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경비를 모으고 크라우드소싱으로 허니문 목적지를 결정한 셈이다.
데핀토 커플은 지난해 10월 100명의 손님을 초대해 여행을 테마로 한 웨딩 리셉션을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하객들은 예비부부의 요청에 따라 그리스, 아이스랜드, 일본 등 3개국 가운데 각자 신혼여행지로 추천하고 싶은 곳에 투표했다.
예비부부는 또 격식에서 벗어나 우편엽서로 세이브-더-데이트(예식일 통지)를 대신했고, 식장에 온 축하객들에게 답례선물로 러기지 태그(수하물꼬리표)를 나누어주었다.
니콜은 “모든 절차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뿌듯해 했다.
그녀는 “대다수의 하객들이 겨울 신혼여행지로 추천해준 아이스랜드의 천연적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됐다”며 “사실 우리가 후보지로 내놓은 3개국은 언젠가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들이었기에 그 중 어느 곳을 추천해주건 전혀 상관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결혼식장을 찾은 하객들 중 상당수는 데핀토 커플에게 현찰이 담긴 축의금 봉투를 건네주었다.
니콜은 “고우펀드미를 통해 모금한 돈은 호텔비와 비행기표로 사용했다”며 “모두 14명이 도네이션을 했는데 모금액 가운데 230여 달러는 고우펀드미가 수수료로 떼어갔다”고 밝혔다.
뉴저지 유니언시티에 보금자리를 꾸민 이들 커플은 할인체인점인 ‘타깃’에 전통적인 웨딩 레지스트리를 열었지만 3년간 동거하는 동안 살림살이를 거의 모두 장만했기 때문에 결혼선물로 받기 원하는 일상용품의 리스트는 대단히 짧았다.
니콜과 앤서니는 고우펀드미 페이지의 허니문 섹션에 올린 글에서 “둘이 3년간 같이 살면서 냄비와 접시, 타월, 장식용 쿠션, 이부자리 등을 장만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선물 대신 현금을 달라”는 속내를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예비 커플들의 크라우드펀딩은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예로 허니펀드(Honeyfund) 이용자들은 2015년 한 해 동안 총 9,0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전년도에 비해 50%가 늘어난 액수다.
지난해 웨딩기획 사이트인 나트(Knot)의 고객 6,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전체 응답자의 22%는 “허니문 레지스트리를 사용해 기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의 수치와 동일하지만 2013년의 17%, 2012년의 13%보다 높은 수준이다.
나트의 부편집장인 크리스텐 맥스웰 쿠퍼는 “결혼 청첩장에 명시적으로 축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무례하기 그지없는 짓이나 허니문 레지스트리 연결 링크를 알리는 것은 효과적인 모금방법”이라고 말했다.
허니문 레지스트리에 하객들로부터 받은 축의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돈이 필요한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고우펀드미는 의료응급상황, 범죄 피해자 지원 및 기타 지역적 이슈 등 온갖 명목의 개인 캠페인 자금으로 사이트 개설 이후 이제까지 6년 동안 총 20억 달러를 모금했다.
고우펀드미는 웨딩과 허니문 섹션을 두고 있는데, 이곳을 통해 총 400만 달러가 모금됐다.
이 사이트의 미디어 디렉터인 켈시 리틀은 “누구나 고우펀드미를 통해 진행 중인 기금모금 캠페인을 살펴볼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얼굴 한번 마주한 적이 없는 낯선 타인이 모금운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니문 도네이션은 예외 없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나온다.
허니펀드는 고우펀드미와 달리 신혼여행 경비 모금에 초점을 맞춘 사이트다. 이곳에서 모금 캠페인을 벌이는 커플은 호텔비, 관광비, 마사지비 등 기금을 사용할 항목을 조목조목 열거한다.
메이저 휴양지와 유람선사들도 허니문 위시즈(Honeymoon Wishes)를 이용해 그들의 사이트에 구축한 허니문 레지스트리에 동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카니발 크루즈 라인의 유람선 편으로 신혼여행에 나서는 커플이 허니문 위시즈를 통해 스쿠버 다이빙이나 승마에 필요한 경비를 구체적으로 요청했다고 가정하자. 여기에 응해 하객들이 허니문 위시즈에 보낸 돈은 곧바로 카니발로 들어가며 수취인인 신혼커플은 선상에서 용도가 지정된 ‘선물교환권’을 받아 사용한다.
허니문 위시즈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예비부부의 축의금 요청이 점차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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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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