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는 결혼선물로 현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식 선물로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다. 서양인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
코네티컷주 글래스톤베리에 거주하는 캐롤 다지는 최근 두 명의 친구들에게 남편의 파트너인 변호사의 딸에게 줄 결혼선물로 무엇이 적합할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한 친구가 과거에는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 되물어왔다.
다지는 머리 속으로 자신의 가족 다섯 명 전원이 참석했던 조카딸의 결혼식을 떠올렸다. 당시 다지는 조카딸에게 1,000달러의 현금을 축의금으로 주었다. 자신을 비롯한 일가족 5인의 리셉션 식사비용에 약간의 웃돈을 얹어 준 셈이다.
▶ 예전의 인기 선물은
70년대 프랑스제 퐁듀 냄비, 80년대 웨딩벨·명품 주방용품
▶ 축의금이 최고… 액수는?
뉴욕 300달러, 덴버 50~100달러, 밀레니얼세대“150달러선 적정”
▶ 난감한 결혼식 장면들
거부“허니문 경비 모두 낼께”, LA선 양가 부모‘축의금 경쟁’
다지는 적정한 액수였다고 생각했는데 두 명의 친구들은“ 맙소사”라는 외마다 소리를 내지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많다는 것인지, 적다는 것인지 다지로서는 가늠하기 힘든 반응이었다.
결혼식 선물로 무엇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것 못지않게 얼마짜리를 주어야할지 적절한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다. 캐시 기프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워싱턴에 위치한 에티켓 컨설팅사인‘ 에티켓 애드버킷’의 낸시 미첼은 “탐욕스럽다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싫지만 사람들은 축의금 규모라든지, 선물 사이즈, 결혼식 비용 등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미첼은 가끔 신랑이나 신부가 하객들이 준 선물을 들쳐보며 “우리가 먹인 리셉션 밥값에도 못 미친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리셉션 식사비를 기준으로 선물을 고르거나 축의금의 액수를 계산하지만 이런 방식은 전통적인 것도, 보편적인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실 예전엔 결혼선물을 고르려 심사숙고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보니 결혼식날 시계가 달린 라디오나 토스터 오븐을 한번에 10개 이상 받는 신혼커플이 수두룩했다.
1970년대 초반의 인기 결혼선물은 프랑스제퐁듀 냄비였다. 이 시기에 식을 올린 커플들의 신혼집에는 최소한 6개의 퐁듀 냄비가 주방 카운터 구석에 쌓여 있곤 했다.
집안의 부정한 기운을 몰아낸다는 켈틱 웨딩벨 역시 70년대와 80년대의 대표적인 결혼선물 가운데 하나였다. 자기나 수정으로 만들어진 켈틱 웨딩벨 선물박스 안에는 부부싸움을 끝내기 위해 어떻게 벨을 울려야 하는지 일러주는 설명서가 담겨 있었다.
이외에 프랑스 명품 주방용품 세트 가운데르 크루제 더치 오븐이라든지 칼팔론 조리기구도 나이든 세대가 자주 찾는 웨딩 기프트다.
그러나 요즘은 미리 살림을 합쳐 동거를 하다 식을 올리는 커플이 늘어나는 추세라 웬만한 주방용품을 갖춘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뉴욕 이스트 햄튼에 거주하는 알레지 샵 호젠스는 ‘지각결혼’을 하는 조카딸에게 그가 선물하려했던 주방용기 가격에 해당하는 250달러를 수표로 건네주었다.
예비신랑 신부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결혼선물 규모와 현금선물 액수도 큰 차이를 보인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지난 1월 결혼한 사라헤크로스는 대부분 하객들이 웨딩 레지스트리에 적힌 품목들을 선물로 갖고 왔고 나머지는 기프트 카드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반면 2014년 뉴욕 롱비치에서 데니스 켈리와 화촉을 밝힌 마가렛 머피는 거의 모든 하객들이 300달러에서 400달러의 축의금으로 선물을 대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밀레니얼세대에 속한 머피는 “나와 친구들은 1인당 150달러가 현금 선물의 적정선 이라는데 이미 오래 전에 합의를 본 상태”라며 “가까운 친구의 경우는 보통 200달러로 액수가 올라간다”고 밝혔다.
덴버의 캐시 기프트 기준선은 뉴욕에 비해 낮다. 웨딩플래너인 시드니 존슨은 가족들 가운데 250달러에서 500달러 가량의 축의금을 내는 사람이 더러 있지만 50달러에서 100달러가 표준이라고 말했다.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간호사(RN)로 활동하는 신디 크레스는 결혼식에 초대를 받을 때마다 축의금 액수를 정하기 위해 잡다한 이슈를 고려한다.
우선 신랑신부와 자신의 친분정도를 따져보고 두 번째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초혼인지, 재혼인지 아니면 세 번째 결혼인지를 알아본다. 그녀는 “이제 막 출발한 신혼부부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지속될까를 생각한다는 것이 조금 야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곧 헤어질 것 같은 커플에게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LA에선 선물도 경쟁적으로 준다. 라디오 토크쇼 호스트이자 연예담당 리포터인 리사 스탠리는“ LA의 유명인사 커플은 결혼식을 올릴 때 현금을 비롯한 축하선물을 사양하고, 대신 기부를 권하는 반면 가진 것이라고는 돈 밖에 없는 ‘부자’들의 결혼선물은 기가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신혼커플의 허니문 경비 일체를 부담하거나 수천달러의 현금을 쥐어주곤 한다.
동부와 중서부지역의 결혼식이 가족지향적이라면 LA에서 치러지는 예식은 양가 부모들이판을 친다. 이들은 축의금 경쟁에서 상대를 꺾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요즘은 전국적으로 허니펀드닷컴과 같은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이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모금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에 많은 하객들은 당혹감을 느낀다. 도대체 얼마를 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덴버의 웨딩플래너인 존슨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금한 돈을 신혼부부가 명목대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그저 직접적인 요구를 하지 않으면서 현금을 받아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에티켓 전문상담가인 미첼은 결혼선물 기증이 피곤하기 그지없는 정신적 체조가 되어선 안 된다고 선을 긋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주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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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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