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신도들 말씀 무장… 조직적 참여 담임목사 공백기에도 흔들림 없어 성탄헌금의 절반은 소형교회 지원
▶ 노창수 담임목사 2012년부터 사역 “작은 교회 목회자 컨퍼런스 추진 외부감사 도입해 재정 투명성 제고”
노창수 담임목사는 대형교회와 소형교회의 공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말연시 특별새벽기도에 많은 교인들이 참가해 기도의 열기를 더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성탄절 예배에서 찬양팀이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주어진 역할이 있다. 동시에 크든, 작든, 지켜야 할 본연의 자세가 있다. 유명하다고 선한 것도 아니고, 무명이라고 하찮은 것도 아니다. 또 부유하다고 해서 악한 것도 아니며, 가난하다고 더 소중할 것도 없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애당초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앞에서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에 달려 있을 뿐이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이민교계의 대표적인 교회의 하나다.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가 가장 밀집해 있는 북미 지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교회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와 함께 남가주사랑의교회 만큼 인구에 회자되는 교회도 흔치 않다. 교계는 물론 믿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이민교회다. 더구나 서울에 있는 사랑의교회가 초고가 예배당 건축이나, 담임목사와 관련된 분쟁으로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종종 남가주사랑의교회가 더불어 입에 오르내린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유명세를 치르는 셈이다.
남가주사랑의교회의 제자훈련은 널리 알려진 평신도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울의 사랑의교회를 세운 고 옥한흠 목사가 생전에 심혈을 기울였던 제자훈련 과정이 남가주사랑의교회에도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성경과 교리에 대한 성도의 이해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다. 교회 사역에도 교인들이 조직적으로 적극 참여한다. 담임목사가 없는 공백 기간에 흔들림이 적었던 것도 어쨌든 평신도 사이에 탄탄한 저력이 자리잡은 덕분이다.
남가주사랑의교회의 출석 교인은 한때 5,000명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4,000명 정도이지 않겠느냐는 게 교회 안팎의 추산이다. 담임 노창수 목사도 규모를 공개하길 거부했으니 정확한 숫자를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남가주사랑의교회가 여전히 최대 이민교회의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노창수 목사는 성도의 규모를 밝히지 않는 배경으로 작은 교회에 대한 배려를 들었다. 대형 교회가 교인 숫자를 공개하면 소형 교회 목회자들이 그만큼 위축될 수 있다는 게 그가 내세운 이유였다.
“성탄절 헌금을 지역 사회를 위해 쓰고 있습니다. 12만 내지 14만 달러가 걷힌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중 절반을 소형교회를 지원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지원금을 본인의 생활비를 감당하는데 사용하길 원하기도 했습니다. 그정도로 작은 교회의 사정이 힘든 거지요.”
노 목사는 지난 2012년 남가주사랑의교회에 부임했다. 남가주에서 자란 1.5세이지만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북부에 위치한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담임목사와 교육목사로 15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전임 이원상 원로목사는 목회는 물론 선교 분야에서도 교계의 어른으로 존경받는 목회자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역시 최대 이민교회의 하나다.
“버지니아에서 소형교회 목회자를 위한 개척교회 컨퍼런스를 개최했었습니다. 교회 예산으로 목사님들을 초청해 숙식 모두를 제공하면서 3박4일 동안 진행했죠. 강사도 대형교회 목사님들은 제외하고 개척교회의 사정을 아는 분들로 선정하고요. 앞으로 남가주에서도 이런 행사를 마련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 목사는 큰 교회가 어떻게 작은 교회를 섬겨야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이타닉호를 예로 들었다. 배의 한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결국 배 전체가 침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형교회가 지교회를 세울 때도 새로운 교회가 필요한 곳에 개척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기존 교회와 팀웍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저의 부친이 약사였어요. 과거 한국에서 약국 옆에 약국이 들어서면서 무한 경쟁을 벌이는 걸 목격했어요. 교회가 그래서는 안됩니다.”
노 목사는 약속 시간을 세 번이나 번복했다. 그리고 인터뷰 당일 ‘이웃 사랑 사역’이라는 팸플릿의 초안을 보여 줬다. 바로 다음 주일에 팸플릿을 전체 교인에게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겉장에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 교회가 이웃을 위해 벌이는 사역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새로운 것은 없어요. 교인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동참을 권유하기 위한 것입니다. 영문으로도 제작했어요. 사역박람회도 한어권과 영어권 모두를 대상으로 열립니다. 1세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이웃 사랑에 동참하길 원하는 거죠. 교회 밖으로 눈을 돌리자는 겁니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외부 감사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인 대형교회 중에서도 최근 몇몇이 시행 중인 제도다. 노 목사는 재정의 투명성이야말로 교회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면서 외부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당회의 결정을 거쳤고 현재는 영수증 처리와 서류 준비 등 감사에 맞춰 시스템을 갖춰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웃을 섬겨야 하는 건 가장 근본적인 소명이다. 복음도 이런 헌신을 통해 전파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땅끝까지 나가 제자를 삼으라고 당부한 타깃이 바로 세상이다. 교회의 영향력은 말이 아니라 실천에서 나온다. 세상은 이제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교회의 진정한 행동을 목격한 뒤에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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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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