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토머스 칼라일은 ‘모든 지혜의 시작은 자신의 눈에 투명하게 보일 때까지 옷을 바라보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 벌의 옷을 넘어 한 사회의 패션현상을 응시하는 일은, 현상의 내면을 읽으며 내 몸에 뼈저리게 느껴질 때까지 집요하게 관찰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그래야 한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사는 지혜는 여기에서 온다.
최근 영국 이스트 런던의 담배제조창에서는 문신 컨벤션이 열렸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한 컨벤션엔 2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영국에서는 문신이 유행이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영국 인구의 5분의 1이 문신패션의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16세에서 44세까지, 문신을 한 인구는 29%까지 훌쩍 뛰어올랐다. 60대 이상에서는 겨우 9%의 비율이지만 30세에서 44세 사이의 연령층에서는 2개 이상의 문신을 했다는 결과다. 축구 스타 데이빗 베컴, 배우 앤젤리나 졸리 등 해외 스타들을 거론할 것도 없이 문신을 패션 아이콘으로 생각하는 국내 스타들도 점차 늘고 있다.
스타들 사이에서 문신이 유행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문신은 패션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문신패션의 인기는 사회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열망구조를 보여준다. 런던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 가정 내 구성원 중 한 명 이상이 문신을 한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타투는 취업에 불리한 요건이지만, 문신유행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헤나 염료로 그림을 그려서 피부에 착색하는 헤나 문신에서, 다양한 폰트를 이용해 의미를 표현하는 레터링 문신, 명암을 이용해 음과 양의 구분을 두어 대상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블랙 앤 그레이, 잉어와 연꽃, 용 등의 그림을 이용해 일절의 여백 없이 빽빽하게 인체에 그리는 일본 전통문신 이레즈미, 스티커를 이용해 붙이는 스티커 문신, 추상화된 무늬를 새겨 넣는 트라이벌 문신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문신의 사회적 반향을 패션으로 표현하려는 디자이너들도 늘고 있다. 2016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은 타투 이미지를 이용한 소매와 드레스 프린트를 선보였다. 국부적인 디자인 요소를 넘어 컬렉션 전반을 지배하는 디자이너의 목소리로 타투를 쓴 것이다. 신체장식의 확장인 타투는 패션으로서 한 사회의 변화하는 가치관을 반영한다. 타투는 몸에 직접 새기는 본연의 의미와 더불어 피부표면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피부장식에 해당되는 보디 페인팅, 메이컵, 보디 프린팅 등을 통해 폭넓게 구현되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피조물로 자신을 만들어간다.
문신이란 인간이 자신의 신체에 균열을 내어 물감을 들여 글씨와 그림, 무늬를 새기는 것을 뜻한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피부 위에 물감을 넣어 특정한 글자나 무늬를 새기는 것을 입묵(入墨) 자청(刺靑) 문신(文身) 등으로 불렀다. ‘글월 문’으로 새기는 ‘문(文)’자는 본래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을 형상화한 상형문자다. 오늘날 문신(文身)이라는 단어가 대표성을 얻었고, 남태평양에서 흘러나와 영어로 굳어진 타투(tattoo)가 사용되고 있다.
문신의 문(文)자는 인문학의 핵심어휘다. 동양에서 하늘의 무늬를 연구하는 것을 천문학, 삶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법과 체계를 인간의 무늬, 인문학이라 불렀다. 타투에는 인간과 사회, 하늘의 뜻 전체가 담겨 있다. 타투의 사전적 의미는 ‘문신하다’이지만 경고를 위한 북소리란 뜻을 갖고 있다. 타투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장식으로서 각종 합병증, 죽음과 같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상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타투가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투는 영구적이다.
변화무쌍한 현대문화와 트렌드의 독재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고정된 삶의 자리를 찾으려는 이들이 문신과 같은 신체개조에 몰두한다. 신체를 두드리고, 찢고, 금을 내어 잉크를 삽입하는 행위에서 아픔을 느끼며, 자신의 실존에 대한 확실성을 감지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문신으로 이끈다. 왜 문신의 어원이 왜 경고용 북소리와 연결되는 것일까? 자신의 몸을 자명고로 만들어 위험사회의 조짐을 타인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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