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日·EU 합의한 상호관세·車 품목관세 15% ‘기준점’ 될 듯
▶ ‘어떻게 타결’도 중요…농산물 개방·대미 투자 규모 등 ‘관심’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이 미국에서 유럽을 오가는 '출장 협상'까지 벌이며 협상 타결을 적극 시도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대규모 대미 투자 등을 약속하며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각각 15%로 낮춘 가운데 한국이 받아 들 최종 성적표에도 관심이 쏠린다.
◇ '관세 면제' 목표로 내세웠지만, 日·EU처럼 '15%'면 '베스트'
29일(한국시간) 통상 당국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일로 정한 8월 1일 전 관세 협상 타결을 목표로 장관급 연쇄 협상에 나서고 있다.
협상을 위해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수행 일정에 맞춰 스코틀랜드까지 동행해 협상하며 양측 간 의견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통상 협의를 갖고, 조현 외무부 장관도 방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면담하는 등 전방위 협상 일정이 예정돼 있어 이번 주 미국에서 협상 타결 소식이 들려올지 주목된다.
한국은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이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등 산업 협력과 '1천억달러+α(알파)' 대미 투자 등을 패키지로 제시하며 관세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8월 1일부터 부과 예정인 25%의 상호관세를 면제받아 0%로 만들고 현재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50%)에 붙고 있는 품목관세를 면제받는 것을 '베스트 시나리오'로 상정하며 협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국의 '희망 사항'은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에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상호관세를 각각 10%포인트(p), 15%p씩 낮춰 15%로 맞추고, 자동차 관세를 15%로 조정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는데, 이를 보면 한국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본·EU 수준인 '상호관세 15%·자동차 관세 15%'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상호관세 15% 역시 부담되는 숫자이지만, 대미 수출 구조가 비슷한 일본·EU와 같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알루미늄의 경우 일본과 EU가 모두 50%의 품목관세를 깎지 못해 한국 역시 이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EU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일정 수준까지 50% 관세를 면해주는 쿼터제 도입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역시 '철강 쿼터' 적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앞서 한국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때 협상을 통해 수출 물량을 70%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에 대한 무관세 쿼터'를 인정받은 선례가 있다.
EU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15%' 선에서 막은 것도 한국의 협상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근거해 향후 의약품과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인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협상 직후 '15% 관세율'이 반도체, 의약품 등 대부분 분야에 적용되는 상한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 25% 관세 못 낮추면 車 경쟁력 '우려'… '마지막 트럼프 관문' 넘을지 관건
한미 관세 협상이 선의에 기반해 이뤄지고 있지만,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8월 1일부터 모든 대미 수출품에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돼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품목관세 25%가 유지되는 상황 역시 한국의 자동차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15%로 관세를 낮춘 일본·유럽차와 경쟁이 격화하면서 현대차·기아 등 주력 업체들이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이미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천억원 넘게 감소하는 등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어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라도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율이 일본·EU의 15%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또 '상호관세·자동차 관세 15%' 수준의 전리품을 얻어내는 경우라도 한국이 미국에 무엇을 얼마나 내줬는지가 협상 결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농산물, 디지털, 자동차 3개 분야에서 한국에 특히 큰 압력을 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협상 과정에서 국내에서 반발이 큰 쌀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을 어느 선에서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국은 애초 농산물을 협상 불가 품목을 뜻하는 '레드라인'으로 분류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미국의 강한 압박에 미국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해 이런 관측을 키웠다.
일본 역시 애초에 쌀 수입 확대를 검토하지 않았으나 '대규모 거래'를 원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쌀 수입 확대를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본은 연간 약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제도 내에서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역시 쌀 시장의 경우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적용하고 있는데, 일본과 달리 미국에 할당한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4개국과 합의를 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난제'로 꼽힌다.
디지털·자동차 등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시장을 개방할지도 관건이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 사업에 얼마나 구속력 있는 방식으로 깊숙이 관여할지, 대미 투자 규모가 우리가 제시한 수준을 한참 넘어서는 수준으로 정해질지 등도 한국의 '우려 사항'이다.
실질적으로 협상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공개된 미일 관세 협상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최종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제안한 '투자 제안 패널'에 적힌 대미 투자액 '4천억달러'에 직접 긋고 '5천억달러'로 수정하고, 이익 배분 '50%'라는 숫자도 '90%'로 수정하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본의 대미 투자액은 마지막 발표에서는 5천5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한국이 제시한 대미 투자 계획 등 최종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마지막 '담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이를 크게 상향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러트닉 상무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에 공히 4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전체적으로 한미가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결국 협상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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