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또는 미소라는 단어가 나에게 힘들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한다.
미국에 처음 와 동부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할 때, 영어의 부족함에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이해를 못했다. 병원에서 간호사들이나 의사들과 대화할 때 멍청하게 안보이기 위하여 이해한 척 미소를 짓기도 했고 그들이 웃을 때는 뜻도 모른 채 따라 웃어 분위기를 맞추며 고달픈 미국생활을 꾸려나갔다. 도미 첫해의 힘든 시절, ‘웃음’은 내게 미국생활을 헤쳐 나가는 하나의 방패였다.
간혹 분위기에 맞지 않았을 웃음 때문에 나를 실성한 사람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한 미국인도 있었을지 모른다. 웃지 못 할 비극이었지. 그러나 행위는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을 형성하고 성격은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듯이 고달팠던 인턴 생활에서 자의든 타의든 늘 웃고 지낸 습관은 지금까지 계속되어 이젠 생활화 되었다. 책도 유머책을 선호하며 울고 다투는 드라마보다는 한바탕 웃어대는 코미디 프로를 즐기고, 대화도 유머러스해야 편하고 즐겁다. 우리 일상엔 엄숙함과 슬픈 스토리가 이미 충분히 널려있지 않은가?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언으로 꼽히는 밥 호프, 밀톤 바, 조지 번은 일반 성격배우들 보다 장수하며 100세 가까이 장수했다. 무대 위에서는 웃음을 띠고 청중을 웃기고 살았던 이들의 삶에도 물론 어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고통과 슬픔이 있었을 것이다. 늘 행복해서 웃은 것이 아니라 슬픔과 고통을 잠깐 접어두고 웃었기 때문에 무대 위의 시간이 행복했고 그 행복이 장수의 비결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웃음은 음악과 같다고 한다. 웃음이 마음에 깃들면 우리 뇌의 뇌하수체 (Hypophysis) 수용체에서 나이트로 옥사이드를 분비하여 뇌의 혈류 양을 증가시켜 엔돌핀의 분비가 되어 몸에 진통을 경감시키고 근육의 이완을 가져와 몸이 상쾌해지고 항산화, 염증완화, 혈소판의 응고를 막는 기능도 있어 심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 나이트로 옥사이드가 뇌에만 선택적으로 작용되는 형이상학적인 작용인데 뇌의 아래 부분 즉 형이하학적인 신체기관에 작용하는 예가 항간에 사용되는 바이아그라이다. 뇌의 바이아그라에 해당되는 웃음을 비싼 돈(바이아그라는 요즘 한 알에 42달러)을 지불 않고도 가지니 얼마나 수지맞는 일인가.
음악과도 같은 웃음이 마음속에 깃들면 그 멜로디가 들리는 장소에서는 인생의 큰 재앙들을 쉽게 견디어낼 수도 있다. 1분 웃으면 신체근육에 45분간 이완을 준다. 1분 웃음으로 1시간가량의 마사지 효과를 얻는 것이다. 아름다운 의상보다, 값비싼 화장품 보다 더 아름답게 여성의 미모를 빛내주는 것이 웃음이다. 모나리자가 미소를 안 띠었다면 그냥 평범한 초상화로 박물관이 아닌 개인집 벽에 걸려 있었을 것이다. 모나리자 얼굴에 미소가 있기 때문에 그녀의 자태가 우아하고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웃음은 정지상태의 조깅이라고도 한다. 한 한 차례 폭소하면 전신근육의 수축으로 근육운동이 저절로 되니 얼마나 쉬운 체력단련인가. 초생아가 태어나자마자 말은 못해도 방긋방긋 웃는다. 웃음은 우리 삶이 시작될 때부터 있었고 신이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려준 고마운 은총중의 하나일진데 우리는 세파 속에 이를 잃어가고 있다. 각 민족별 하루 웃는 시간을 통계로 보면. 한국 사람이 하루 웃는 시간이 제일 적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들 심각한지.
살다보면 분노도 생기지만 입으로는 화를 내어도 눈으로는 웃으라는 말이 있다. 삶의 “화”라는 덩어리도 점차 녹일 수 있다. 웃음은 이웃에 전염성이 있는, 사회적인 행동이므로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구와 함께 있을 때 30배 더 잘 웃게 되며 정다운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더욱 더 웃게 된다. 연인과 함께 있으면 별 일 아닌 것에도 오래 깔깔 거리며 함께 웃게 되는 것이다. 진통제, 헬스클럽 회원권, 바이아그라, 화장품 등을 모두 무료로 갖게되는 것이 한바탕의 웃음이다.
슬픈 일이 있어도 얼굴에 미소를 띄며 밝은 햇빛 속을 거닐자는 “Walking in the sunshine” 컨트리 팝송과 “Don’t worry be happy”라는 랩뮤직을 노래하는 서양 사람들의 자세를 본받는 것도 좋겠다. 슬픈 연속극보다는 코믹한 프로를 즐기자. 책도 음악도 경쾌한 것을 골라보자. 목에 힘을 빼고 대화도 유머스럽게 나눠보자. 건강한 삶을 위하여 같이 웃으며 지낸다는 것,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얼마나 수지맞는 일인가, 얼마나 우아한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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