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 따른 상환제나 탕감 등 연방 론 같은 안전장치 없어… 대학원 진학해도 “갚아라”
▶ 연체 땐 연대보증인에 상환요구… 다른 페이먼트 못 내도 디폴트
맬로이 레고는 자신이 ‘교육의 힘’을 맹신했다고 한탄한다.
지난 2008년 보스턴 소재 인문대학인 엠마뉴엘 칼리지를 졸업한 그녀는 취업 기회를넓히기 위해 대학원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하지만 끝내 학위를 따지는 못했다.
다른 무엇보다 학자금이 문제였다.
대학원에 진학하자 연방 학자금 상환은 연기됐지만 민간 대출금은 그렇지 않았다.
방세와 책값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판에 민간 렌더(대출업체·전주)에게서 받은 학비 융자금 만기가 돌아오자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녀는 현재 22만달러의 빚을 짊어지고 있다. 대부분이 민간 금융단체에서 빌린 돈이다.
요구르트 매점에서 일하며 자폐아동의 등하교길 운전을 책임지는 것으로 연명하는 그녀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채다.
대학원을 때려 친 후 은행에 취업해 창구직원으로 일하던 그녀는 1년 전 승진기회를 잡았지만 학비 대출금 연체로 신용기록이 엉망이 되어버린 탓에 물을 먹고 말았다.
올해 29세인 맬로이는 “대학이 성공의 티켓처럼 보였고 학비 대출금은 먼 훗날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룬 후에 처리하면 될 일로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심리학 석사학위 소지자인 그녀는 코네티컷 햄든의 어머니 집에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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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의 학생들은 당장 급한 마음에 민간 대출금이 잔뜩 끼어든 학비보조 패키지를 덥석 받아들곤 한다.
민간 대출금은 비용이 더 들뿐 아니라 페이먼트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 탈출할 수 있는 안전판이 거의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외면한다.
프라이빗 론은 곳곳에 함정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이 연대보증이라는 이름의 함정이다.
민간 학비 융자금을 받으려면 연대보증인(co-signers)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부모나 친척이 이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서명을 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전체 코사이너의 90%를 차지하는 부모들은 융자 신청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대출금 상환에 완전한 공동책임을 지게 된다.
대출을 받은 자녀가 재정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학자금 상환은 곧바로 가족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다.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인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가족들이 날선 말싸움을 벌이는 주된 이슈 중 하나가 바로 학자금 문제다.
부모가 아닌 친척이 연대보증인일 경우 송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피보증인이 졸업 후 융자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친척이 학생을 사기혐의로 제소한 사례가 여러 건 있다.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방법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졸업생들의 입장을 감안해 소득에 기초한 상환제라든지 탕감 프로그램 등 내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연방 학자금과 달리 민간 학비대출을 받은 학생은 상환 여력이 없는 경우 속수무책으로 렌더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렌더와 상환조건을 재조정하라고 권하지만 이것 역시 하나마나 한 얘기다. 렌더 측이 내건 상환 스케줄 변경조건이 불투명한 데다 전화를 걸 때마다 얘기가 달라지기 일쑤다.
일찌감치 개인파산을 신청해 만세를 부르는 극단적 방법도 민간 학비융자의 경우엔 통하지 않는다. 이 방법을 택하려면 파산신청 후 별도의 소송을 통해 도저히 학비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입증해야 한다.
전체 학비 대출금에서 민간기관 융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10%. 금액으로는 1조2,700억달러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민간 학비 융자금이 증가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2014~2015학사년도의 민간 학자금은 67억달러로 2009~2010학사년도의 58억7,000만달러에 비해 14%가 늘어났다.
‘스튜던트 데빗 크라이시스’(Student Debt Crisis)의 사무총장인 나탈리아 아브람스의 지적대로 “대학 경비가 말도 안 되게 치솟는 바람에 민간 대출 의존도가 늘어난 데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사립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공립대학 학비마저 감당불능 수준으로 뛰는 통에 민간 학비대출에 대한 의존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3년간 수집한 학자금 관련 불만사항 1위는 늘 민간 대출업체들이 학생들의 도움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크리스토퍼라고만 밝힌 럿거스 대학의 2012년도 졸업생은 취업을 하지 못해 연방 학자금 상환 연기를 요청해 승인을 받았지만 민간 대출업체는 9만달러의 융자금 상환을 유예해 주지 않았고, 페이먼트 연체가 발생하자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교묘하게 숨겨 놓은 대출조건의 덫에 치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부 대출 계약서에는 동일 대출업체에 학자금과 관련이 없는 다른 페이먼트를 연체했을 때에도 채무불이행(디폴트: default)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소비자금융보호국에 접수된 또 다른 학자금 대출 계약서는 채무자가 만기에 맞춰 페이먼트를 꼬박꼬박 내고 있더라도 연대 보증인이 파산을 신청하거나 사망할 경우 곧바로 (학자금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물론 개선 조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시티즌스 뱅크는 조만간 대출조건을 조정할 예정이고 웰스파고는 이미 지난 연말을 기해 조정에 착수했다.
대출조정을 거친 웰스파고의 학자금 융자는 총 194건. 수혜자들은 은행 측이 이자율을 6포인트 인하한 덕에 페이먼트를 평균 30%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120억달러의 학비 융자금 잔고를 기록 중인 웰스파고는 이자율을 일시적으로 줄일 것인지, 영구적으로 인하할 것인지를 두고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또 일부 민간 금융단체들은 학자금을 융자받은 주인공이 일정한 회수의 페이먼트를 납부하면 연대 보증인에게 씌워진 공동 채무변제 의무를 풀어주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광고를 보고 채무변제 의무 해제를 요청한 연대 보증인들의 90%가 해당 금융기관으로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기각을 당했다.
결국 최상의 충고는 가급적 민간단체나 기관으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지 말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2011~2012학사년도에 학자금 융자를 받은 학생들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7%는 선택 가능한 연방 론 옵션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대출에 의존한 것으로 밝혀졌다.
ICAS(Institute for College Access and Success)의 디렉터인 로렌 애셔는 “진학할 학교를 결정한 후 민간 융자가 포함된 학비보조 오퍼가 날아오면 덥석 받아들이지 말고 다른 옵션을 계속 찾아보라”고 권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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