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실생활 영향]
미국의 중앙은행인연방준비은행(Ferderal Reserve Bank: 이하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에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바짝 쫄고 있다.
은행 이자율이 올라가면 투자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동향에 신경을 써야 할 그룹은 투자자들 뿐 아니다. 습관적으로 신용카드 잔고를 유지하고있는 소비자들도 긴장해야 한다. 금리상승은 원금에 덧붙여 지불해야 할 이자를 뻥튀기는 역할을 한다. 실질적으로 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부채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사용대금을 만기에 변제하지 못하는소비자들의 비중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연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짊어진 신용카드 빚은 총 9,010억달러로1년 전 동기 대비 3.19%가 늘어났다.
현재 미국의 가구당 부채에서 신용카드 빚은 금액기준으로 서열 3위를 차지한다.
1위가 모기지고 2위는 학비 대출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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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자료는 지난 7월 기준으로 미국 가구당 평균 신용카드빚이 1만5,863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카드빚은 지역별로 높낮이에 큰 차이를 보인다. 크레딧카드 닷컴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 전국의 광역도시 가운데 카드 잔고 총액이 가장 적은 도시는 샌프란시스코, 가장 많은 도시는 샌안토니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제아무리 카드를 많이 긁었다 해도 매월 사용대금을 전액 상환할 수만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최근 프로스퍼(Prosper)가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매월 정기적으로 카드대금을 청산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37.4%에 불과했고, 15.9%는 미니멈 페이먼트만을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NFCC 역시 약 3,500만명의 크레딧카드 사용자들이 매월 최소한 2,500달러의 잔고를 다음 달로 이월시키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이들의 빚은 이자율 상승에 따라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의 가구당 평균 카드빚이 1만5,863달러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가구당 연 평균 160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를 총액으로 환산하면 신용카드 잔고 이자로 매년 9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관측통은 연준이 9월 중 금리를 0.25%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신용카드 부채와 관련해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NFCC 조사에서 카드빚을 진 가구의 비중은 2009년의 44%에서 2014년 34%로 떨어지는 등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나타냈다. 게다가 잔고를 이월시키지 않고 매월 만기 청산하는 소비자들의 비중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은행가협회(ABA)는 매월 꼬박꼬박 잔고를 정리하는 이른바 ‘트랜잭터’들이 2014년 4분기에 전체 신용카드 계좌의 29.2%를 차지했으며, 이는 1년 전 동기에 비해 0.5%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ABA는 “잔액 청산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카드빚 연체율 하락세에도 같은 평가가 나온다.
2007년과 2008년 미국을 휩쓴 금융위기로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급증했고, 은행이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카드빚을 탕감해 주었기 때문에 연체율이 떨어진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신용카드 빚은 블랙홀과 같다. 일단 빨려들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신용카드 부채를 줄이거나 털어내는 몇 가지 옵션이 있긴 하지만 어떤 옵션을 택하건 상당한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카드발급사에 연락을 취해 연체료를 면제해주거나 아니면 이자삭감을 요청하는 것이다.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 너드월렛 서베이가 밝힌 바에 따르면 연체료를 면제해 달라는 요청의 80~85%가 카드 발급사에 받아들여졌다.
카드 이자를 감해 달라는 요구는 성공률이 그보다 낮았지만 그래도 60%선을 유지했다.
두 번째 옵션은 0% 이자에 크레딧카드 빚을 다른 카드로 이전하는 잔고이체(balance transfer)다. 속칭 돌려막기라고도 한다.
위험부담이 없지 않지만 조건을 꼼꼼히 따져 실속 있는 놈을 골라잡으면 썩 괜찮은 거래가 될 수 있다.
이때 가장 먼저 따져보아야 할 게 수수료와 이자율이다.
대부분이 일정기간 낮은 수수료와 이자율을 제시하지만 프로모션 기간이 지나면 조건이 완전히 바뀐다. 0% 이자율이 적용되는 기한은 보통 최장 18개월. 그 뒤엔 이자율이 급격히 치솟는다.
따라서 프로모션 기간 뒤의 이자율이 얼마인지를 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드 잔고이체 수수료는 대개 총 금액의 3~5% 정도다. 일부 카드발급사들은 0% 이자율과 함께 이체수수료까지 면제해주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이체한도가 개인의 신용점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카드발급사가 계약서에 명시해둔 조건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0% 이자율이 날아가 버릴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종합해 보면 카드 잔고이체는 수수료와 이자율, 빚을 모두 갚을 때까지 걸리는 예상시간 등을 고려해 이자율의 합계가 낮은 쪽을 골라잡는 게 정석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0% 잔고이전 오퍼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연준이 9월 중 0.25%의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 옵션은 조금 구식이다.
개인 재정전문가인 로이 매퀘이는 “효과적인 돈관리라는 게 사실 뭐 그리 대단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가계부 작성을 강력히 추천했다. 가계부를 써가며 수입에 근거한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당부다.
그는 카드빚이라는 블랙홀에서 벗어나려면 씀씀이를 줄여 다만 얼마씩이라도 꾸준히 돈을 갚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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