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싸게 구입 이젠 안 통하는 미신 5】
새로운 시대가 열려도 구시대의 낡은 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놀라운 ‘기술진화’로 특징 지워진 ‘디지털시대’로 깊숙이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의 머릿속에는 아날로그형 의식이 버티고 있다. 마치 습관처럼 한 번 길들어진 의식은 웬만해선 전환되지 않는다.
우리의 뇌 안에 남아 있는 아날로그 시대의 잔재의식 중에는 잘못된 항공권 예매요령도 포함된다. 한때 철칙으로 여겨졌던 항공권 싸게 구입하는 다섯 가지 원칙은 이젠 말짱 헛소리가 되어버렸다.
#1. 화요일 예매
아날로그 시대에나 통하던 항공권 저가 예매요령이다. 당시에는 직원들이 항공권 가격을 수작업으로 관리하고 여기서 나온 기본가격을 일단 주초에 시행하는 방식을 취했다. 화요일에는 추가 수수료가 전혀 붙지 않은 기준가격에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전체과정을 컴퓨터와 앨고리즘이 도맡아 처리하면서 ‘화요일 예매의 원칙’은 효력을 상실했다.
여객정보 전문 사이트인 호퍼닷컴의 편집자 다라 콘티넨자는 “분석 결과 전체 국내선 가운데 화요일에 가장 싼값으로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는 곳은 1.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주일이나 여행 날짜 등에 근거해 항공요금에 변화를 줄 일부 예상 가능한 변수들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노선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다, 같은 노선에 취항한 항공사들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예단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전과 달리 싼 항공권을 예매하려면 한 주일의 특정한 날을 노리지 말고 수시로 사이트로 들어가 체크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할인권 판매(세일)는 요즘 들어 무작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주로 출발일 24시간 전에 잦은 빈도로 짧게 쏟아져 나오곤 한다.
#2. 사설제트
자가 항공기(private jet)를 타는 것은 가진 자의 특권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요 항공사들은 프라이빗 제트를 이용한 여행을 확대하는 추세다. 요금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젯스윗트닷컴은 1인당 90달러 선까지 가격을 끌어내렸다. 물론 최소한 6석 이상을 예약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6좌석 예약가는 총 536달러다. 이 정도면 단체여행에 고려해 볼만한 오퍼다.
캘리포니아-라스베가스를 운항하는 서프 에어(Surf Air)와 비컨(Beacon)은 각각 1,750달러와 2,000달러부터 시작되는 월간 무제한 탑승패스를 발행한다.
베이컨은 뉴욕, 보스턴, 낸터킷과 햄프턴스 등지에서도 프라이빗 제트를 운항할 예정이다. 정해진 기한에 같은 구간을 여러 차례 비행하면 값싼 상업용 여객기를 이용하는 것과 거의 맞먹는 가격이 된다.
프라이빗 제트 할인오퍼는 출발시간을 기준으로 24시간 전후에 나오는 것이 보통이댜.
#3. 온라인 사이트
싼 항공료를 구입하려면 엑스피디아, 혹은 프라이스라인과 같은 온라인여행사(OTA) 사이트부터 뒤져보는 것이 순서였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 항공사들은 자체 공식 사이트를 통해 OTA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할인코드를 내놓고 있다.
에어페어와치도그닷컴(AirfareWatchdog.com)의 창업주 조지 호비카는 일부 항공사들은 ‘요금 개런티’(airfare guarantee)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델타항공의 공식 사이트인 델타닷컴(delta.com)에서 다른 항공사에 비해 최소한 10달러 이상 낮은 요금을 발견한 예매자에게는 둘 사이의 차액을 환불해 주고 100달러짜리 바우처를 제공한다.
호비카는 좋은 가격에 표를 구입하려면 먼저 OTA 사이트를 훑어 가격동향을 파악한 후 해당 항공사 사이트로 들어가 비슷한 가격에 나온 표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같은 값이면 공식 사이트 쪽을 택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대체로 OTA는 막판에 좋은 조건의 티켓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항공사 공식 사이트들도 거의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수준의 할인권을 내놓는다. 더구나 약간의 추가 수수료만 지불하면 다리를 둘 공간이 조금 더 넓은 시트를 배정받는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4. 항공사 신용카드
항공사가 발행하는 카드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무료 여행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실상은 전 반대다.
신용카드 비교 사이트인 너드월렛닷컴(Nerdwallet.com)의 션 매퀘이는 “항공사 카드는 발행사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에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을 뿐이고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른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항공사들은 경쟁적으로 높은 무료 비행적립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항공여행을 하는 ‘프리퀀트 플라이어’라면 수화물 무료 운송, 조기 탑승 등과 같은 특전을 받을 수 있는 항공사 카드를 하나쯤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정기적으로 많은 짐을 갖고 이동하는 프리퀀트 플라이어라면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수화물 수수료가 절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 추수감사절
추수감사절 연휴에 집으로 가기 위해 표를 예매할 때 여유를 두고 일찌감치 서두르라는 것이 이제까지 통용돼 온 원칙이었다.
그러나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추수감사절 항공권 가격은 높게 시작한 후 거의 그 수준을 유지한 채 막판까지 간다. 도중에 크게 오르는 법이 거의 없고, 가끔 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120일, 60일, 30일 전의 예매가와 출발일 14일 전의 예매가격이 거의 같다.
두 눈 질끈 감고 끝까지 기다리면 할인권을 얻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지만 집에 가지 못하는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휴일 항공료는 출발일 두 달 전부터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막판 지연작전을 펴는 것은 결정적 실수가 될 수 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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