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율·상환조건 등 중요 정보 제공 않고
▶ 왕년의 스타들 내세워 은퇴 후 수입원 유혹
● 화려한 광고 뒤 숨겨진 불편한 진실
역모기지란 62세 이상 노인들이 소유한 주택에 쌓인 홈에퀴티를 융자받아 의료비, 집수리, 자동차 할부금 등 각종 생활비로 조달하고 집을 팔 때 한꺼번에 갚는 금융상품이다.
다시 말해 모기지 론을 제외한 주택의 순가치를 담보로 재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미국인들은 주택 구입가격을 토대로 1차 담보대출(모기지론)을 받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 가치를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가계자금 등으로 사용한다. 홈에쿼티 론은 채권회수 순위가 모기지 론 다음 가는 후순위 채권이어서 주택 경매 때 낙찰가격이 모기지 금액보다 적을 경우 대출은행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다.
현 주택 감정가의 51%에서 남은 모기지 밸런스를 제한 금액이 역모기지 론의 실 수령액이다. 대출금은 일시불, 월 페이먼트, 라인 오브 크레딧 등 3가지 형태 중 하나로 받을 수 있다.
역모기지 론은 보통 세금이 면제되고 일반적으로 소셜시큐리티나 메디케어 베니핏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한 역모기지 론은 당사자나 배우자가 집을 팔거나 이사할 때, 혹은 사망하기 전에는 되갚을 필요가 없다.
보통 ‘홈에퀴티 컨버전 모기지’(HECM)로 불리는 역모기지 론은 연방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방 주택국(FHA)이 보증하는 론이다.
역모기지는 은퇴자의 월간 소득을 늘리는 확실한 방편이 될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노후보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나온 소비자 재정보호국(CFPB)의 보고서에 따르면 역모기지에 관한 광고 중 상당수는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다.
현재 역모기지 시장은 전통적 모기지 시장의 약 1%를 차지한다. 하지만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 이 수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준비를 적절히 갖춘 상태에서 은퇴하는 미국인들이 점차 ‘희귀동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빈손 은퇴’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종업원 베니핏연구소(Employee Benefit Research Institute)의 최근 자료는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의 절반 가까이가 기본적인 생활비와 의료비를 충당하기에 충분한 노후자금을 비축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은 죽기 전에 노후 자산이 동이 날 위험성이 남성에 비해 훨씬 높다. 평균수명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데다 저축액과 연금은 오히려 적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후준비가 신통치 않은 노인일수록 역모기지 광고에 귀가 솔깃해지게 마련이다.
역모기지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은 베이비부머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왕년의 스타들을 끌어 모아 광고를 제작한다. 광고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중후한 연기자 로버트 와그너, 한 세대를 풍미한 가수인 팻 분, 인기 TV 퀴즈쇼 ‘제퍼디’의 사회자 알렉스 트레벡이 제일 잘 나가는 역모기지 광고모델이다.
이들 외에 영화에 곧잘 얼굴을 내밀었던 전 연방 상원의원 프레드 탐슨과 ‘해피 데이즈’에서 사랑스런 수다꾼 ‘폰지’ 역을 맡았던 헨리 윙클러 등도 단골 출연자다.
그러나 CFPB는 상당수의 관련 광고가 역모기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실체적 성격을 애매하게 포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읽기조차 어려운 깨알 같은 글자로 적어 놓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자율이나 상환조건 등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광고도 더러 있었다.
이에 대해 CFPB 보고서는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역모기지는 절차가 복잡하고 소요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전제하고 “불완전한 정보를 담은 광고는 소비자들을 현혹해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역모기지 기본지식
* 역모기지는 노후의 재정적 안정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 역모기지 신청자는 대출 액면가를 전액 수령하지 못한다. 액면가에서 평균치보다 높은 클로징 경비, 융자개시 수수료(origination fees), 모기지 보험, 감정료(appraisal), 서비싱 수수료 등을 제한 나머지를 받게 된다.
* 이자는 매달 대출금 잔고에 추가된다. 시간이 흘러 이자가 누적되면 갚아야 할 대금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자는 론을 페이오프(청산)할 때까지 세금공제가 되지 않는다.
* 주택소유주는 역모기지에 상관없이 부동산세, 보험, 유틸리티, 연료비와 보수비는 계속 지불해야 한다. 부동산세를 내지 않는다든지 주택보험을 유지하지 않거나 집을 양호한 상태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대출 연체(loan default)를 촉발시켜 주택 압류(foreclosure)를 당할 수도 있다.
* 역모기지는 홈에퀴티를 소진해 소유주와 상속인의 자산을 축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일찍 역모기지를 신청하면 노후대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 일반적으로 자신의 집에 계속 머무르는 한 역모기지 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역모기지 수령자가 사망하면 배우자 혹은 수령자가 남긴 유산에서 이를 청산해야 한다.
집을 팔거나 이사를 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망한 역모기지 론 수령자의 자녀나 배우자는 누적된 이자를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을 팔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역모기지를 신청할 경우 반드시 철저한 사전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럴 듯한 광고만 보고 무턱대고 대출 신청을 했다간 가장 큰 노후 자산을 허망하게 날릴 수 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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