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비·세금·담보채무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 컬렉션 에이전시 전화 구두·편지로 중단 요구
【고인이 남긴 빚, 변제 책임은 어디까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그러나 망자가 지상에 뿌려놓은 짐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남겨진 짐의 뒷정리는 싫건 좋건 유족의 몫이다.
물론 그 중에는 빚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고인이 진 모든 채무에 대해 유족은 법적으로 무한변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남겨진 빚 가운데 일부는 유족에게 변제 의무가 있지만, 갚아야 책임이 전혀 없는 채무가 대부분이다.
▲ 노년기 파산
인간의 수명은 날로 길어지는 추세다. 이전보다 오래 사는 것은 좋지만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개막된 ‘장수시대’는 부담스럽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의 학비를 대고, 평생 쌓인 ‘마일리지’로 여기저기 망가진 몸도 정비해야 한다.
“살면 살수록 죄와 빚만 늘어난다”는 자조적인 푸념은 빈말이 아니다.
미시간 법학대학이 2011년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중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파산신청 비율이 가장 빠른 속도의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연령대에 속한 시니어들이 학비융자금을 갚지 못해 쩔쩔 맨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05년에서 2013년 사이에 이들의 학비관련 빚은 600%가 증가했다.
현재 이들이 갚아야 할 학비 대출금 총액은 180억달러에 달한다. 빚더미에 앉아 있던 사람이 훌쩍 떠나면 그가 있던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 변제 우선순위
일반적으로 고인의 빚은 그가 남긴 유산으로 청산한다. 따라서 망자의 유족은 채무변제의 의무를 지지않는다.
사망한 사람의 채무는 당연히 변제되어야 하지만 변제대금은 유족의 주머니가 아닌 망자의 유산에서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상속 및 유산공증 전문 변호사인 돈 포드는 “부친상을 당했을 경우 고인의 빚을 갚아야 할 법적 책임이 있는 유일한 실체(entity)는 아들이나 딸 등 유족이 아니라 이스테이트(estate), 즉 유산으로 남겨진 재산”이라고 말했다.
유산으로 남겨진 돈이 있다면 빚청산이 1순위다. 먼저 빚을 모두 변제한 후 남은 재산이 상속인들에게 돌아간다.
빚 청산에도 순서가 있다. 장례식비용, 세금, 담보부 부채를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한다. 신용카드 대금과 같은 무담보 채무는 변제 순위의 바닥권에 놓여 있다. 유산이 빚을 다 갚기에 충분치 못하면 변제 우선순위가 낮은 채권자들은 도리 없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보석이나 골동품 등 고인 소유였던 귀중품들 역시 이스테이트의 일부다.
따라서 빚 갚을 돈이 모자라면 이들을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고인의 빚은 유산의 책임이다.
그러나 유언 집행자가 개인적으로 채무변제 책임을 져야 할 경우가 있다.
채무상환을 완료하기 전에 상속인들에게 유산을 분배한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채권자들은 유언 집행자를 상대로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 학비 융자금
정부가 보증하는 학비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이를 갚지 못하고 사망한다 해도 배우자에게는 변제책임이없다.
연방 학비 대출을 받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의 대출금은 자동적으로 탕감된다.
그러나 민간대출일 경우에는 대출업체의 개별 규정을 따르게 된다.
샐리매(Sallie Mae)의 스마트 옵션 스튜던트 론, 뉴욕 HESC의 NYHELPs론, 웰스파고의 스튜던트 론은 채무자의 사망, 혹은 장애 발생 때 빚을 탕감해 준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민간 대출업체들은 채권자의 이스테이트, 코사이너, 배우자 순으로 빚을 거둬들인다. 만일 고인의 배우자가 기혼 커플의 재산을 부부 공동재산(community property)로 간주하는 주에 살고 있다면 렌더는 변제를 요구할 수 있다.
부부 공동재산법을 시행하는 주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루이지애나, 네바다, 뉴멕시코, 텍사스, 워싱턴, 위스콘신 등이고 알래스카는부부 합의에 의해 이 규정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부 공동재산법을 시행하는 주 가운데 상당수는 고인의 스튜던트 론 변제책임을 배우자에게 묻지 못하도록 제한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 보험금과 401(k)
채권자들은 이스테이트 외에 고인이 남긴 다른 재산을 넘봐선 안 된다.
망자의 이름으로 가입된 보험이나 직장 은퇴연금인 401(k), 은퇴계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보험증서에 수혜자의 이름이 명기되어 있다면 채권자들은 접근이 차단된다.
수혜자가 지정된 보험은 이스테이트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채권자들이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바로 세금이다. 국세청(IRS)은 세금징수에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IRS가 실제로 보험이나 은퇴연금에서 세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연대보증
일반적인 론의 경우 연대 보증인과 공동계좌 소유주는 채무자 사망때 채무변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보증을 서지 않았다면 부모의 빚이 자식에게, 자녀의 부채가 부모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부부 공동재산법을 시행하는 주에서 고인이 가계를 위해 빌린 돈은 배우자가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고인이 개인적으로 진 빚이라면 반드시 그가 남긴 이스테이트에서 해결해야 하며 배우자는 변제책임을 지지 않는다.
▲ 추심전화
컬렉션 에이전시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가 없다. 거의 모든 경우 유족에게는 채무변제의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추심을 시도하는 채권자에게는 먼저 구두로 중단을 요구하고 이어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발송한다.
편지 샘플은 소비자 재정보호국(CFPB)의 사이트(consumerfinance.gov)에서 볼 수 있다. CFFPB를 통해 중단을 요청할 수도 있다.
또 사망통지를 발송한 후 보통 4개월에서 6개월이 지나면 추심 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 계속 전화를 해올 경우 CFPB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카드회사들도 종종 ‘도의적 책임’을 내세워 유족들에게 고인의 미결제 대금을 청산하도록 설득하려 든다. 하지만 이 역시 유족에겐 법적 구속력이 없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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