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작가 ‘포리스트 카터’가 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이라는 소설이 있다. 저자는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일부 이어받은 사람으로(1925-1976)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후에야 그의 작품을 인정받았고 17주 동안이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 2위를 장식했다.
이 작품 내용은 작가의 자서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어린 날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고들 한다. 주인공 ‘작은나무’ 의 어릴 적 이름은 ‘작은 싹’ 이었으나 자라면서 할아버지는 ‘작은 나무’라고 불렀다. ‘작은 나무’는 다섯 살도 되기 전에 아버지를, 그 일 년 후에 어머니마저 여의고 체로키 혼혈인 할아버지와 순수한 체로키혈통인 할머니 밑에서 자란다.
이 인디안 소년의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처럼 새로운 세대들에게 꼭 읽혀져야 할 책이다. 인디언의 생활지혜와 자연에 대한 경건한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숭배하고 아끼며 자연의 이치대로 산다는 그들의 삶을 엿보게 한다. 그들의 아름다운 영혼을 읽고 있으면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그 무엇이 알알이 맺혀진다.
그들은 자연을 의지하고 짐승을 잡아먹으며 나무 열매나 풀들을 뜯어먹고 땅을 파서 경작지를 만들고 살지만 자연의 미래까지도 소중히 여기며 배려한다. 짐승을 잡되 젊고 힘 있는 동물이나 암컷은 잡지 않고 병약하고 열등한 것만을 잡아먹는다. 짐승들의 번식을 위하는 섬김이다.
열매를 따거나 식물을 캘 때도 튼실하고 좋은 종자를 위하여 가장 탐스럽고 싱싱한 것들은 상하지 않도록 건드리지 않는다. 자연을 아름답게 경영하는 그들의 생활철학이 존경스럽다. 아침 바람에 숲이 깨어나고 무성한 풀들이 햇빛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푸른 파도를 이루는 자연림 속에 밤이 오면 산의 품속에서 잠이 든다. 자연이 봄을 낳을 때는 마치 산모가 해산할 때 고통을 이기느라 이불을 쥐어뜯듯이 온 산이 발기발기 찢어지듯 어수선하다.
봄여름은 산란기이므로 산짐승을 건드리지 않고 그 기간에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그들은 모카신(밑이 평평한 인디언 신발)을 신고 그림자처럼 조용히 숲속을 끼어 다니면서도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인디언들은 두 마음을 가지고 산다. 하나는 몸이 사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영혼의 마음이다.
산비둘기가 우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메시지”이므로 산비둘기가 우는 소리를 따라 이사한다. 그들은 자연에서 필요한 것을 구할 때도 꼭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과욕하지 않는다. 미국의 앤드류 잭슨(17대)대통령이 1830년 인디언 이주 법을 통과시킨 후 긴 행렬을 이루어 강제 도보이주(1838~1839)를 시켰다. 1만3,000명의 체로키인들이 정부군에 이끌려 오클라호마 보호구역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1,300km의 행진 중에 추위와 식량부족과 병, 사고 등으로 4,000명이 죽었다.
자기들이 가꾼 집과 골짜기 산을 포기하고 정부에서 선처해준 곳, 해가 지는 황량한 땅으로 끌려갔다. 마차와 노새를 타고 가라 권했으나 거부하고 그들의 자부심으로 걸었고 가족이 죽으면 시체를 안고 걸었다. 밤이면 시체를 눕혀놓고 그 옆에서 자고 날이 새면 다시 그 주검을 안고 걸었다. 백인 거리를 지날 때면 구경꾼들이 나와서 보고 웃다가도 그들의 의연한 자세를 보고 숙연해졌다고 한다. 그들은 웃지도, 울지도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고 옆을 돌아보지도 않았으며 앞만 보고 걸었다. 이 행렬을 ‘눈물의 여로’라고 부른다.
그들은 스스로 가꾼 모든 것을 버리고 정든 땅을 떠나야했고 강제로 이주를 당했지만 결코 그들의 영혼을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들의 일상에는 낭만이 있고 신비스러움이 있다. 그리고 순수한 인간애, 자연을 벗하여 사는 올곧고 맑은 숨결이 생생하다.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오늘의 물질문명주의 의 타락상을 바로 잡아주는 횃불인 듯한 이야기이다.
‘작은 나무’의 성장소설인 이 책은 진정한 인간의 지혜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무언으로 웅변하고 있으며 백인문명의 허점을 고발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 상호 간에도 따뜻이 감싸주기 어려운 삶이거늘 동식물을 아끼는 그들의 지고한 심성에 고개가 수그러진다. 인간 중심적으로 자연을 지배하고 인공화하면서 신비성을 말살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오늘의 물질문명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려 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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