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 룰 없지만 세전 기준 15~20%정도로
▶ 팁 안 주는 유럽국가도 여행가이드에는 줘야
■ 얼마 내는 것이 적당할까
미국에서는 팁을 적절히 낼 줄 아는 사람이 참다운 교양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언제, 얼마의 팁을 내야 할지 가늠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15%를 무난한 출발점으로 간주하지만 장소와 환경 등에 따라 팁의 에티켓도 달라진다. 아마도 세금보고를 제외하면 ‘보통 사람들’에게 팁만큼 혼란스럽고 까다로운 제도도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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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 룰은 없다
A씨는 얼마전 테이크-아웃 전문점 계산대에 놓인 동전 항아리(coin jar)를 보며 잠시 갈등했다. 업소의 성격상 팁을 주기엔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지만, 못 본 척 무시하자니 너무 쩨쩨한 것 같았다.
오랫동안 10%의 팁을 고집하던 B씨는 팁을 받는 종업원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연방 최저시급보다 까마득하게 낮다는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 15%로 기준선을 올렸다. 그러나 아직도 20%의 팁을 내 본 적은 없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C씨는 현지 식당에 들를 때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팁을 놓고 나왔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 등지의 업소에서는 서비스료가 따로 붙기 때문에 추가의 팁이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팁에 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단일 룰을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의 입장에서 자발적인 감사의 뜻을 전하는 제스처이기 때문에 고정불변의 공식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팁에는 ‘사회적 기대치’가 담겨 있다. 이 기대치가 팁의 적정선인 셈이다.
▲ 15%가 무난한 출발점
팁에 관한 지침서를 읽어보면 제공되는 서비스의 타입에 따라 팁의 액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티켓 관련서적 전문 출판사인 ‘에밀리 포스트 인스티튜트’는 고객들이 자리에 앉은 채 웨이터나 웨이트리스의 시중을 받는 일반 식당에서는 15~20%, 음료수 주문을 받고 빈 그릇을 치워주는 부페 종업원들에게는 10%, 바텐터에게는 한 잔을 서브할 때마다 1~2달러를 주거나 계산서 액수의 15~20%를 팁으로 줄 것을 권한다.
주차 도우미에게는 2~5달러, 택시 운전기사에게는 요금의 20%가 적정선의 팁이다. 미용사와 매니큐어리스트·마사지사들 역시 20%의 팁을 기대한다. 피자배달원에게도 최소한 2달러 이상을 쥐어주는 게 예의다.
공항에는 스카이캡으로 불리는 짐꾼이 있고 호텔에는 객실까지 짐을 날라주는 벨홉이 있다. 이들에게는 첫 번째 가방에 2달러, 여기에 한 개가 추가될 때마다 1달러씩을 붙여주면 된다.
호텔의 문지기인 도어맨은 택시를 부르거나 짐 가방을 로비로 옮기는 것을 거들어주고 보통 1~2달러의 팁을 받는다.
호텔 스태프에게는 매일 2~5달러의 팁을 감사노트(thank-you)와 함께 테이블 위에 놓아두는 게 불문율이다. 이 팁은 매일 방청소를 담당하는 호텔 객실담당직원들이 가져간다.
객실 상태가 마치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것처럼 지저분할 경우 조금 더 많은 팁을 남겨놓는 게 좋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계산대에 놓인 팁 항아리에 의무적으로 돈을 넣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에밀리 포스트 인스티튜트는 최상의 서비스를 받았거나 그곳의 단골 고객인 경우 감사 표시를 하라고 권한다.
▲ 팁 받는 종업원들의 최저임금
팁은 법적으로 임금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일부 주의 레스토랑들은 종업원들이 받은 팁을 시간당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
전국 요식업협회에 따르면 레스토랑들의 세전 이윤폭은 3~6% 정도로 상당히 박한 편에 속한다. 결국 고객의 팁은 레스토랑의 고용경비를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팁에 대한 기대치는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이는 시간당 최저임금에 지역별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방 최저시급은 7.25달러지만 많은 주와 도시들은 이보다 높은 자체적인 최저임금 기준을 갖고 있다.
또한 상당수의 시 정부들은 정기적으로 팁을 받는 종업원들에게 별도의 최저시급 기준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일반 근로자와 팁 의존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네바다의 경우 8.25달러로 동일하지만 이웃 주인 유타의 팁 의존 노동자들은 최저시급으로 고작 2.13달러를 받는다. 텍사스를 비롯한 일부 남부 주들도 유타와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팁을 받는 근로자의 최저시급을 2.13달러로 책정했다.
웨이터와 웨이트리스의 시간당 임금 전국 중간 값은 4달러에서 5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거둬들이는 팁은 시간당 12~17달러나 된다.
물론 손님이 많은 식당, 혹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팁을 챙길 수 있다.
▲ 총액 기준 vs. 세전 액수 기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팁을 세금이 포함된 총액을 기준으로 계산할 것인지, 아니면 세전 식비를 기준으로 셈할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간이식당에서야 세전이건 세후건 금액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별 문제될 것이 없지만 고급 식당에서 왕창 때려 먹었을 경우에는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제법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접대 등의 이유로 고급식당을 번질나게 드나든다면 세전 식비를 팁 산출의 기준으로 택하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경비절감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애리조나처럼 판매세(sales-tax)가 무려 9%나 되는 곳에서 세금이 포함된 총액기준으로 팁을 지불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논리적으로도 세금에 팁을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
에밀리 포스트 인스티튜트는 식당 서버에게 세전 식대의 15~20%를 지불할 것을 권한다.
▲ 해외의 팁 제도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팁 문화가 그리 발달되어 있지 않고, 팁 제도 역시 심플하다. 캐나다, 멕시코와 인도를 여행할 때에는 미국에서와 같이 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서비스 수수료가 따로 부과되기 때문에 별도의 팁을 줄 필요가 없다. 다만 짐 가방을 운반해 주는 호텔의 벨홉에게는 팁을 주는 것이 관례다.
호주, 아일랜드, 영국, 브라질, 일본과 한국은 팁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중국도 다를 바 없지만 가이드에게는 예외로 팁을 준다. .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가운데 호주 관광객들은 팁에 유난히 인색하다. 이는 비교적 높은 호주의 시간당 최저임금과 관계가 있다. 호주의 최저시급은 약 13달러로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시급이 높은 국가에서는 대체로 팁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다. 돈도 써본 사람이 잘 쓴다. 팁 역시 마찬가지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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