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전 수익의 80% 목표... 저축 시작 빠를수록 현명
▶ 투자전략 시기따라 바꿔야
[노후자금 마련 대책은 어떻게]
노후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100세 시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두둑한 노후자금을 비축해 둔 채 ‘무병장수’한다면 그보다 더한 축복이 없을 터이지만, 준비된 노년기를 맞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돈 없이 골골하며 오래 사는 ‘무전유병 장수’의 시나리오를 따라 피곤하고 을씨년스런 노년을 보내게 된다.
미시간 대학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파산상태로 숨진다. 현재가 힘들다는 이유로 미래를 외면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반드시 현실로 닥칠 노년에 대비해 은퇴계획을 세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가급적 일찍, 되도록 많이 저축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 은퇴계획을 수립하기란 생각보다 복잡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어림짐작에 의존해 두루뭉술한 은퇴계획을 세운다.
물론 어림치기라도 무계획보다는 낫다. 가끔씩 제대로 먹히기도 한다. 그러나 주먹구구식 계획에는 항상 위험한 수준의 오차가 따른다.
노후를 구상할 때 첫 번째 원칙은 되도록 많은 액수를, 가급적 이른 시기부터 저축하라는 것이다.
미국 연금기업인 TIAA-Cref가 지난해 은퇴를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규모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의 52%가 노후에 대비한 저축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노후자금을 저축하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레이오프, 질병, 부상 등 미처 예상치 못했던 일들로 인해 미리 정해둔 적립금 액수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거나 급전이 필요해 모아둔 돈에 손을 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의 수’에 대비해 월 저축액을 최종 목표치 달성에 필요한 금액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매달 수입의 10%를 저축해야 정해진 기한에 목표한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힘에 부치더라도 15% 정도를 적립해 예상치 못한 차질을 방지하라는 얘기다.
▲ 예상지출 규모 은퇴 전의 80%
은퇴 후 지출은 극적으로 감소한다고들 한다. 사실이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은퇴 후 씀씀이는 일단 줄어들었다가 나중에 늘어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은퇴문제 전문 리서치사인 모닝스타의 대표 데이빗 블라세트도 이같은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는 것 역시 정설로 통한다.
예컨대 부유한 은퇴자의 지출은 은퇴 후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개개인의 특별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지출은 줄어들 수도 있고, 변동이 거의 없을 수도 있으며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애매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달리 생각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은퇴 후 최소한 현재 생활비의 80%가 필요할 것으로 가정하여 여기에 맞춰 저축을 하라고 조언한다.
예상 지출액을 낮게 책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저축액을 역산했다가 예측이 빗나가게 되면 노후생활이 팍팍해진다. 이렇게 되면 생활수준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는 피곤한 상황을 맞게 된다.
은퇴시기가 10~15년 이내로 다가오면 실질적인 은퇴예산을 짜기 시작해야 한다.
피델리티의 은퇴자 소득 계획표(Fidelity’s Retirement Income Planner) 툴과 같은 온라인 예산 작업표를 사용하면 은퇴 후 경비 산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두 차례 수정을 가하면 거의 정확한 은퇴 후 지출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경비나 깜짝 지출은 늘 있게 마련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직장을 그만두기 전 은퇴경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 현명한 투자로 자금을 확충하라
사전에 비축해 둔 은퇴자금을 현명하게 투자하면 부족한 자금을 확충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쉽게 빠지는 유혹이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아 애써 장만한 자금을 올인 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위험도 높아진다.
초봉이 4만달러에 매년 2% 인상을 보장받은 봉급자가 65세에 이르기까지 40년간 매월 봉급의 10%를 은퇴자금으로 저축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은퇴자금을 연 8%의 수익이 보장되는 투자상품에 집어넣을 경우 연리 7%로 굴렸을 때에 비해 40년 후 무려 29만5,000달러의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수익 전망 역시 빗나가기 일쑤다.
낮은 이자율에 안전위주의 투자를 하면 위험부담은 낮아지지만 높은 투자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 반대로 높은 투자수익을 얻으려면 그만큼 높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고이득-고위험 투자전략을 세웠다가 시장 후퇴로 손실을 입게 되면 저리에 안전위주 투자를 한 것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
앞으로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정률로 저축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투자위험 감수한도를 정해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노후자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시기에는 은퇴기금을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되 은퇴가 가까워져 기금 보전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때는 주식 투자비중을 대폭 줄이고 저축을 눌리는 것이 정석이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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