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범죄 피해자 되다니…
세금보고 안 했는데 “환급” 확인편지
터보택스 통해 누군가가 이미 보고
# 자금경로 추적했더니…
IRS 환급금 ‘택스 프러덕트’로 입금
데빗카드사 지불정지… 일부 되돌려줘
[신분도용 피해 당한 세무국 단속반장의 케이스]
조 가넷은 앨라배마주 세무국의 소득세 사기 단속반장이다. 그런데 지난달 그는 자신이 미국 내 발생하고 있는 수백만명의 납세자 신분(택스-ID) 도용의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월스트릿 저널은 주 세무국 사기방지 책임자가 피해자가 될 정도로 최근 남의 택스-ID를 훔쳐 세금환급을 대신 받아가는 범죄가 봇물을 이룬다며 가넷의 사례를 들어 보도했다.
지난 3월16일 가넷에게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발송자는 다름 아닌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사기 단속반이었다. 주정부에서 세금환불을 하려 하는데 신분정보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직 세금보고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의 정보를 훔쳐 그의 이름으로 세금보고를 한 후 수천달러 환불을 요구한 것이었다.
최근 연방 및 주 정부가 택스-ID 절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방 정부 회계국에 따르면 2013년 개인 택스-ID 절도로 인한 정부 손실액만도 58억달러에 달한다.
인터넷 세금보고 소프트웨어인 ‘터보택스’의 모회사 ‘인튜이트’는 지난 2월 사기성 파일이 몰려드는 바람에 24시간 동안 모든 주 세금보고 전자 파일링을 중단시킨 적도 있었다.
IRS의 존 코스키넨 국장은 2014회계연도에 택스-ID 피해자가 87만5,0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른 택스-ID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가넷 역시 IRS에 빨리 피해신고를 하고 크레딧 리포팅회사에도 사기경보를 요청했다. 또 연방과 주 세금보고를 서면으로 해야 했고 연방 환급을 받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편지를 받은 다음날 가넷은 연방과 주 정부에 누군가가 자신이 세금보고를 할 때 사용해 왔던 ‘터보택스’를 통해 자신의 이름과 주소로 전자 세금보고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넷은 터보택스 모회사인 ‘인튜이트’ 사기 전담부서에 통했으며 이곳으로부터 누군가가 그의 소셜시큐리티 번호를 이용해 그의 이름으로 두 번째 세금보고 어카운트를 오픈하려 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는 “터보택스에서 항상 이메일을 보내 오는데 왜 내가 못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튜이트’의 대변인은 연방 및 주법은 개인 어카운트를 의논할 수 없게 금지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가넷 사례를 계기로 더 강한 방지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경로 추적택스-ID 절도범은 연방 7,568달러, 주 1,044달러의 세금환급을 요구했다.
앨라배마 세무국은 환급입금 은행 어카운트가 바뀐 것을 확인하고 이 보고서를 사기로 판단해 환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IRS는 지난 3월17일 연방 환급분을 이미 지불을 했다. 이에 대해 IRS 대변인은 개인 세금보고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월스티릿 저널은 가넷의 이름으로 나간 연방환급이 어떤 경로를 거쳐 갔는지 추적해 봤다.
터보택스를 이용해 세금보고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 작성비용을 환급분에서 원천공제하는 것처럼 범인은 터보택스 사용료를 환급 요청분에서 자동 빠져나가게 했다. 연방 환급분은 프리페이트 데빗카드(선납 데빗카드)를 발행하는 캘리포니아 패사디나의 ‘그린닷’의 자회사인 ‘샌타바바라 택스 프로덕트’로 들어갔다.
가넷은 사기경보를 받은 ‘인튜이트’는 ‘택스 프로덕트’에 연방 환급이 사기라고 통보했다. ‘택스 프로덕트’ 대변인은 즉시 범인이 사용했던 은행 라우팅 번호를 가진 은행 중 하나인 JP 모건 체이스에 알렸다.
JP 모건에 따르면 은행은 단지 하나의 어음교환 중간업체일 뿐이며 범인의 어카운트는 2003년 힙합회사인 ‘러셀 시몬스’가 개업한 프리페이트 데빗카드 벤더인 ‘러시 카드’ 소유였다.
이에 대해 ‘러시카드’의 대변인은 범인은 지난 3월 가넷과 관련된 환급분 중 5,657.43달러를 사우스다코타 시옥스펄에 있는 ‘메다뱅크’에서 발행하는 데빗카드로 옮기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기방지 장치 때문에 이 시도는 실패했다.
JP 모건 대변인은 ‘러시카드’ 번호가 유효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5,673.43달러를 ‘택스 프로덕트’ 은행 어카운트로 되돌려줬다고 밝혔고 ‘택스 프로턱트’ 대변인은 이 돈을 다시 IRS에 돌려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IRS가 환급으로 내준 7,568달러 중 1,900여달러는 찾지 못하고 있다. ‘택스 프로덕트’와 ‘인튜이트 대변인은 이 돈은 이미 범인이 ‘인튜이트’의 환급 보너스 프로그램인 아마존닷컴 기프트카드로 들어갔기 때문이 찾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튜이트’ 대변인은 아마존닷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고 아마존 역시 월스트릿 저널의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가넷은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또는 어떻게 그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범인이 1,900달러를 가져간 것 많은 확실하다.
가넷은 “내 직업이 매일 택스-ID 범죄를 막는 일이지만 내가 피해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당해 보니 피해자들의 심정이 어떤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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