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 형편상 굶는 학생 위해 시작 푸드뱅크 참여 대학도 183곳으로 늘어
[캠퍼스 ‘팬트리족’껑충]
월스트릿 저널은 최근 캠퍼스 내 푸드 팬트리, 즉 푸드 저장소를 운영하는 학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팬트리는 금전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식품과 생필품들을 비축해 둘 수 있는 일종의 구호시설로 2007년 불경기 이후 상당수의 대학 캠퍼스 내에 설치돼 가난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주로 주립대학 200개 이상에서 팬트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가 회복됐는 데도 더 많은 대학들이 설치를 고민 중이다.
이들 대학들이 팬트리를 고심하는 이유는 계속 오르고 있는 대학 학비 때문이다.
칼리지 보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4년제 주립대학의 등록금이 25%나 인상됐고 주거지, 교과서, 교통비용 역시 최근 급격히 오르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대학에 입학하는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UC 시스템의 10개 대학 중 4개 대학은 재학생 가정 당 연 수입이 5만달러 이하다. 여기에는 UCLA와 UC버클리도 포함된다.
UC 데이비스의 린다 카테히 총장은 “전액 보조를 받지만 렌트비를 내지 못해 다른 사람의 차에서 잠을 자는 학생들도 있다”면서 “임금 정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이전보다 집에서 지원을 덜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전액 보조를 받지 못해 스스로 학비를 조달해야 하는 학생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연방 농무부의 가장 근래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13.5%가 2013년 음식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문제가 대학까지 연결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학구열이나 출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0개 UC계열 대학 총장인 자넷 나폴리타노도 최근 배고픈 학생들을 포함한 도움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굶는 학생 늘어
미시간 스테이트 푸드뱅크 담당자이자 대학 푸드뱅크 연합의 공동 창설자인 네이트 스미스 타이지 국장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음식을 구입하는데 써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의 학생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뱅크 연합이 2012년 발족될 때만해도 13개 캠퍼스가 참여했지만 지금은 183개 대학이 가입했다. 그런데 상당수의 대학들이 팬트리를 운영하고 있어 구체적인 숫자는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연합은 밝혔다.
리치몬드의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은 학생 57%가 식사를 거를 때도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후 교내에 팬트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팬트리가 문을 열자마자 물건들이 순식간에 없어질 정도로 학생들의 이용이 많았다.
학생이 운영하는 이 대학 팬트리를 지원하는 테렌스 워커 교직원은 “수치심 때문에 학생들이 찾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팬트리처럼 이 대학 팬트리는 지역 푸드뱅크나 수퍼마켓, 식당, 농장과 파트너십을 맺어 음식이나 생필품을 지원받고 있으며 1주에 약 100명까지의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대학은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처럼 이용 학생들에게 재정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워커 교직원은 팬트리를 찾는 학생들의 많은 수는 대학에 간 적이 없는 중·저소득 가정 학생들이라면서 부모들이 학비를 댈 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 저소득 학생 늘어
UC 캠퍼스의 경우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학생들의 거의 20%는 연소득 2만6,000달러 이상의 가정 출신이다. 이는 지난 2008년 13%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UCLA는 2009년 UC계열로서는 처음 푸드 팬트리를 시작했다. 당시 아브다라 자아라라는 학생이 교무과를 찾아가 굶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대학 측이 이들의 구호에 나선 것이다. 팬트리는 이용자들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로 한다.
지금 UCLA는 6년째 팬트리 이용자의 양심에 맡기는 운영방식을 채택한다. 이용자의 이름을 적지도 않고 사전 등록도 필요 없으며 팬트리를 지키는 사람도 없다. 학생들은 양심에 따라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간다.
UCLA 커뮤니티 프로그램 오피스의 샌도발은 “지금 누가 그곳을 이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물건을 놓아두면 누군가가 가져간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2010년 UC 시스템은 연 2회 실시하는 학생 대상 질문서에 식사에 대한 질문을 추가했는데 응답자의 59%가 돈을 절약하기 위해 ‘때때로’ 또는 ‘자주’ 굶는다고 응답했다.
UC 데이비스는 2012년 카운티 푸드뱅크와 공조해 푸드 팬트리를 열었다. 지금은 지역 비즈니스와 개인, 학생 농장 등에서 음식 등을 기증 받고 있으며 가끔 음식 모으기 행사를 통해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고 있다.
이 팬트리에는 매주 300명 정도가 들러 음식이나 휴지 등을 가져가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학생증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름을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는다.
타라 스톰 학생과장은 불경기 때 이용자가 피크를 이루다가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나폴리타노 총장의 등록금 즉시 인상 발언으로 다시 이용자들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UC 데이비스 팬트리를 이용하는 헨더슨은 LA 인근 잉글우드의 워킹 클래스 타운에서 자라났다. 그녀는 재정보조와 학생 융자로 학비를 조달하지만 빚이 벌써 1만5,000달러로 늘어났다. 그녀는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고장 난 컴퓨터 수리를 위해 돈이 필요했지만 부모에게 요청할 수 없어 단기융자로 일단 컴퓨터를 고친 후 개인 물건을 팔아 약간의 돈을 조달했다. 그녀는 재정상황이 나빠질 때마다 팬트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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