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직전 연수입의 8배 모아둬야 노후생활 여유
▶ 35세 때 1배, 55세 때 5배 장기 재정계획 세워야
미래의 재정적 불확실성은 저축과 절약만이 지름길이다. 장수시대로 접어든 미국인들에게 저축이 강조되는 이유다.
[젊을수록 커지는 미래 재정 불안감]
매년 2월 마지막 주는 ‘미국 저축주간’(America Saves Week)이다. 벌써 9년째 시행해 오고 있는 일종의 저축 캠페인이다. 하지만 어디서도 홍보하지 않아 이를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소비가 미덕인 나라, 미국이 갑자기 저축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는 미국 근로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국 정부에 의존해 살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립하는 저축정신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주 ‘전국 종업원 혜택 리서치연구소’(Employee Benefit Research Institute·EBRI)는 미국인 25~64세 세대주들의 은퇴대비 저축 총액 적자폭은 4조1,3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근로세대에서 4조달러 저축액 적자는 미국 은퇴자들의 총 자산의 15%와 맞먹는 금액이다. 이 적자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미국인들의 은퇴 후 재정 안정성 전망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BRI는 이 적자액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은퇴 후 평균 지출과 장기 간병비용 또는 기타 의료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임을 지적해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젊을수록 은퇴 불안정
조기 베이비부머 세대의 결혼한 부부의 경우 개인당 적자폭은 7만1,300달러에 달한다. 또 독신 남성은 그 폭이 9만3,575달러에 달하고 독신 여성은 그 폭이 더 커져 10만4,80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 숫자는 후기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1960년대 이후 1980년대 출생자)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미래 재정안정에 대한 불안함이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10만달러의 적자폭을 보였다면 은퇴 후 연간 4,000달러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금액은 10만달러를 저축해 연간 4% 이자를 올린다는 가정 하에 얻는 은퇴 후 수입 감소분이다.
자신이 모아둔 저축액을 축내지 않고 줄어든 수입으로도 충분히 살 수가 있다면 몰라도 대부분 저축 원금에서 돈을 인출해야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저축액은 조기 소진돼 말년이 괴로워진다.
▲ 저축의식 호전
캠페인을 전개하는 ‘미국 저축교육위원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15 연례 전국 세대주 저축액 측정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저축과 절약의식은 전년에 비해 다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수입보다 지출을 줄이고 차액을 저축한다는 응답자는 71%로 2014년 68%보다 높아졌고 ▲수입의 최소 5%를 절약한다는 응답은 52%로 역시 전년의 47%보다 호전됐으며 ▲자신이 아주 잘 절약하고 모으고 있다는 응답도 40%로 전년에 비해 35%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 부채를 늘리지 않았거나 줄이고 있다는 응답자도 78%로 2014년 76%보다 소폭 늘었고 비상시를 대비해 충분히 저축하는 응답자는 66%로 전년의 65%보다 소폭 늘었지만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자료를 비교해 보면 분명 미국인들의 저축이나 절약의식은 지난해에 비해 호전됐다. 하지만 아직도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인의 3분의 1만이 장기 재정계획을 세우고 이를 준비하고 있는 정도다.
그렇다면 얼마나 저축을 해야 미래를 위한 충분한 대비가 가능할까.
2012년 피델리티 투자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생활을 하는 종업원 근로자는 은퇴하기 직전 1년 수입의 8배는 모아둬야 은퇴 후 기본적 지출에 필요한 수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피델리티는 은퇴 후 생활에 은퇴 전 수입의 85%는 필요하다며 이 수준에 맞춰 저축해야 할 금액을 산정했다.
하지만 수입의 8배를 한꺼번에 모을 수는 없을 것이다. 피델리티는 이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35세까지는 수입의 1배를 모으고 45세까지는 3배, 55세까지는 5배를 모으는 장기계획을 권했다.
물론 이 수치는 모범답안이다. 또 피델리티가 제시한 단계적 저축계획도 잘 실행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현실이 허락해 주지를 않는다. 자녀 교육비에서부터 뜻하지 않는 각종 상황에 시달리다 보면 저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미국인에게 생소하게 들리는 저축 장려 캠페인을 계기로 스스로의 재정상태를 점검해 보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50~60대의 잘못된 은퇴 생각]
다음은 은퇴를 눈앞에 둔 50~60대들이 새겨두고 마음을 다잡아야 할 인터넷 경제전문 사이트 마켓워치의 금기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 “은퇴까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저축에서 시간처럼 중요한 요인이 또 있을까. 누구나 은퇴를 대비한 저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생활에 쫓기고 가족 부양에 시달리다 보면 돈 모으기가 쉽지 않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어느덧 은퇴라는 거대한 산이 한 걸음 바싹 다가서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늦게라도 은퇴자금을 모으려면 뜻하지 않은 복병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습관이다. 우선 씀씀이 습관을 다잡아야 하고 저축 습관을 키워야 한다. 또 조기은퇴는 포기하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일을 하며 은퇴시기는 늦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다 쓰고 죽는다”
멋진 말 같지만 아슬아슬한 생각이다. 은퇴자금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쓸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재정전문가들은 아예 은퇴 후 평생 쓰고 남은 돈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액수와는 무관하다. 작은 돈이라고 잘 쪼개 쓸 수 있는 절약모드가 몸에 밴다면 돈이 없어 궁색한 말년의 삶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 쓰고 죽는다는 말은 죽기 전에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과도 같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자칫 가족 특히 자녀들에게 부담만 안겨주는 인생 말년을 살게 되고 자녀들은 그 부담으로 끊임없이 돈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야만 한다. 부모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돈을 물려주지 못할망정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 “우리 가족력에 장기 간병은 없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장기 간병을 요하는 노년병으로 시달린 가족이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가족력이 없다고 자랑하는 것은 그저 자신의 희망사항을 통한 자기만족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는 없다. 계획을 세우고 희망한다고 그런 방향으로 달려갈 것이라는 예측도 불가능하다. 불행한 사태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
● “투자 회사들이 너무 겁준다”
맞는 말이다. 돈이 투자회사에 많이 들어가 있을수록 더욱 겁을 줄지도 모른다. 또 돈이 많다면 투자회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여유 있는 은퇴생활을 영위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은퇴 후 생활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충분한 돈을 모으지 않았다면 투자회사들의 경고가 겁을 주려는 의도만은 아니다.
● “돈이 없으면 맞춰 산다”
말은 쉽다. 지금 씀씀이 습관을 다잡지 못한다면 은퇴 후 수입에 맞춰 씀씀이를 조정하기 힘들다. 결국은 선택이 없어 돈에 맞춰 살겠지만 기분 좋은 은퇴생활은 절대 아닐 것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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