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아비 연 1만달러 육박... 주립대 등록금 맞먹어... 가족 위해 커리어 바꿔
▶ 전업주부 비율 29%로 ↑... 워킹맘 지지 늘었어도 직장복귀 힘들어 고민
자녀 양육비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전업주부로 자녀들을 돌보는 미국 여성들이 늘고있다.
[양육비 부담에 직장 포기 늘어]
자녀 양육비가 갈수록 증가해 가정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양육비 증가로 어쩔 수 없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전업 주부들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20일 의회 양원 합동연설에서 중산층의 생활고에 대해 언급했다. 양부모가 일을 해야만 자녀 양육비를 벌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차 대전 당시 내 할아버지처럼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갔을 때 할머니 같은 여성들은 국가 안보관련 일에 종사했다. 그래서 미국은 통합 어린이 양육제도를 시행했다”면서 “오늘날과 같이 양 부모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들을 위한 저렴하고 질 좋은 양육제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연간 자녀 1인당 3,000달러 택스 크레딧을 요청했다.
이는 1인당 1,050달러, 2명 이상은 2,100달러의 양육 크레딧보다 올라간금액이다.
오바마는 “이것은 그저 양육 수준이나 여성들의 이슈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 우선정책으로 취급돼야 한다”고 주창했다.
미국 여성들이 일을 하지 않고 집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는 양육비 때문이다.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지지부진한 임금수준으로 대졸 이상을 제외한 고졸 근로자들은 풀타임 탁아비용을 내는 것보다 차라리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11년 사이 근로 여성들의 자녀탁아비용은 50%가 증가했다. 또 지난 30년간 무려 250%가 많아졌다.
비영리 그룹 ‘차일드케어 어웨어’의 린넷 프라가는 자녀 양육비는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장 큰 가정지출금 항목이 되고 있으며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유급 출산휴가를 법으로 정하지 않는 나라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룹은 2014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연 평균 풀타임 신생아 탁아비용은 미시시피 5,486달러에서 매서추세츠 1만6,546달러라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주에서 신생아 탁아비용이 4년제 인-스테이트(주 거주자) 주립대 평균 등록금 8,893달러보다 더 높았다. 공식기록은 아니지만 미국 가정들이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줄리 게바우어 타워스 왓슨 인력공급사 관리국장은 “가족을 위해 여성들이 커리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탠포드와 런던 경영대, 뮌헨대가 2010년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파트타임 매니저를 고용하는회사의 78%가 여성 매니저 직을 운영하고 있다. 파트타임 매니저 직이 없는 회사는 고작 29%에 그쳤다.
▲ 재정이 허락해야 전업주부 가능
직장을 포기가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재정이 여유로워야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뉴욕의 인터넷 광고회사에서 판매담당 매니저 일을 했던 캐티 케닝스버그(29)는 가정주부로 돌아가 1개월 된 아기를 돌보기로 결정했을 때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실패한 여성주의자”로 볼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동료들이 풀타임 주부로 돌아간다고 했더니 부러워하면서 축하해 줬다”면서 “요즘 같은 경기에 참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퓨센터가 최근의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녀를 돌보는 전업주부 비율이 2012년 29%로 올라 1999년 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23%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미국은 그동안 꾸준히 전업주부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지난 40여년동안 자녀를 돌보는 전업주부 비율이 49%에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가 다시 반전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전업주부의 이유는 일을 구할 수 없거나 장애로 일을 하지 못하거나 학교에 다니기 때문이다. 직업만 있다면 언제라도 다시 밖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 한다. 최근 미국 경기가 개선되면서 가장 한 명이 벌어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워진 가정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 워킹맘 지지도 높아져
자녀를 키우는 커리어 우먼에 대한 지지도 늘어나고 있다. 시카고 대학 전국 오피니언 연구센터가 실시한 ‘일반사회 설문’에 따르면 자녀를 둔직장여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지지도가 70%로 1977년 49%보다 크게 늘었다. 일하는 엄마에 대한 시각이 훨씬 따듯해졌고 자녀들과의 관계도 훨씬 안정적이 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퓨센터가 실시한 또 다른연구에서는 60%의 미국인들이 부모가 집에 머물 때 자녀들이 더욱 좋아진다고 답했다. 여성의 사회생활은 지지하지만 동시에 자녀들에 대한 부양에는 전업주부가 도움이 된다는 설문조사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대부분 전업 엄마들은 일하는 남편을 두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전업 엄마 1,040만명 가운데 3분의 2는 남편이 일을 하고 있고 중산층이라고 퓨센터의 최근 자료가 밝혔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부유한 전업 엄마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남편이 일하는 전업 엄마의 5%(37만명)만이 가구당 연 수입 7만5,000달러 이상 가정이었다.
자녀를 키우는 대부분의 주부들은 풀타임(32%) 또는 파트타임(47%)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자녀를 키우다가 다시 직장을 갖게 되면 부하 남자 직원들이 이미 진급해 자신의 보스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또 다른 유리천장이 되곤 한다고 퓨리서치 연구보고서는 지적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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