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하는 모습 보이고 하루 일정시간 투자해 대화·게임·운동 ‘소통’
▶ 진로결정 카운슬러 역... 담임선생과 유대 유지
아버지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자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롤 모델이 되는 것이다. 본보 주최 칼리지 엑스포에 참석한 한 아버지가 강의 내용을 녹화하고 있다.
■ 바람직한 아버지의 역할
시대 변천에 따라 아버지의 이미지가 변화되고 있다.
예전에 사뭇 권위주의적이었던 아버지 상은 이젠 뒷전으로 물러나고 자녀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서는 아빠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에 개봉된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는 피난길에 가족과 헤어진 아버지로부터 “내가 없으면 네가 가장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들을 잘 지키라”는 당부를 유언처럼 듣는다. 세월이 흘러 백발의 노인이 된 아버지(덕수)가 그 아버지의 사진을 앞에 놓고 “아부지 내 약속 잘 지켰지요…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요.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요. 아부지가 되게 보고 싶었습니다”하는 독백은 우리로 하여금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민사회의 아버지는 가족 부양의 의무도 중요하지만 자녀의 장래를 위해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자녀의 장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있다. 어머니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버지가 자녀 교육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 어린이들의 경우 자부심이 강하고 학교 성적 또한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 아버지의 역할 재조명 필요
현대는 모계사회이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 면에서 더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남성상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정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머니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짐에 따라 요즘 아버지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점차 위축되고 그 역할이 무시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아버지는 주변의 존재로 물러나 있게 된 것이 오늘날 가정이 처한 현실이다. 바쁜 일과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없는 아버지의 입장으로서는 교육적 역할 수행은 고사하고 우선은 아이들과 친숙해지기도 힘들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녀들에게 어떤 훈계나 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특히 한인 가정에서는 유교주의적이고 권위적인 환경에서 자랐던 아버지들이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방식이 자신이 교육 받았던 대로 쫒아가기 쉬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버지는 자녀 교육에서 어머니가 못 미치는 영역의 지도를 담당해야 한다.
1.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려준다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하게 밝힌다. 학교 안팎에서 큰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 아버지가 미리 중대사안에 대해 상의하면 아이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감도 심어줄 수 있다.
직장에서 프로젝트에 임하는 것처럼 열정을 갖고 아이의 학교 이벤트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자녀가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주말을 이용해 다가오는 큰 행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녀는 아버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저절로 알게되고 기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또한 인사를 주고받게 한다. 일단 집에 들어오면 자녀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하루의 일상을 가볍게 이야기한다. 또한 웃어른이나 친구등에게도 먼저 인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인간관계가 중요한 사회생활에서 큰 도움이 된다.
2. 하루에 일정시간을 자녀에게 투자한다
일단 자녀와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초·중·고생이든 대학생 자녀이든 상관이 없다.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자녀가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느낀다면 탈선하지 않는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아버지를 위해서 자기가 할일은 없는지 오히려 생각하게 된다.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든, 같이 게임이나 운동을 하든 자녀와 대화의 창구를 갖는 것만큼 좋은 투자는 없다.
이렇게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은 자녀가 성장할수록 점차 줄어든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틴에이저와 대학생 시절을 거쳐 멀어지기 전에 같이 놀아주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 교육은 물론 화평한 가정을 이루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돌아와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그 날 있었던 일이나 재미있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 자녀와 정기적인 대화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가 아버지에게 상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3. 학교 선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
아무리 바빠도 담임선생의 이름을 알고 친밀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설사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가 없는 모범생이라도 교사와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세상에 문제가 없는 자녀는 없다.
아무리 모범생 같은 자녀라고 할지라도 자칫 잘못해서 예기치 못한 폭력사건이나 문제가 되는 일에 연루될 수도 있고 오해받는 행동을 할 수 있고 실제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이럴 때 아버지가 평소에 담임선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교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 아버지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것이다. 이미 아버지가 아이의 교육에 적극 참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문제가 있을 때만 학교를 방문하는 아버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좋은 아버지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한다. 등교시간에 아이를 픽업하거나 교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좋다.
스포츠 이벤트 참여나 필드트립을 함께 떠나는 것도 좋다.
4. 독서습관은 아버지의 몫
집에 와서 TV부터 켜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자녀들과 스포츠 중계나 영화를 볼 수도 있으며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독서에 둔다. 어린 자녀가 책을 열심히 읽는 자녀가 되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들은 안 보는 것 같아도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좋은 행동이든 나쁜 습관이든 보면서 닮아가고 쫓아서 하게 마련이다. 정말 무서운 것이 그래서 가정교육의 힘이다. 자녀가 아버지가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을 보았다면 실제로 이를 쫓아간다.
자녀가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학습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 학습의 모든 것이 리딩이라고 보면 된다.
독서를 공부라고 생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여겨질 때까지 습관을 만들어 놓으면 굳이 SAT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지 않더라도 이미 자녀는 학습에 있어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생인 경우 일주일에 최소 두번은 아이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어준다. 아버지가 책을 읽어주는 아이는 숙제를 더 즐겁게 할 것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와 함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직접 읽을 책을 고르게 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자녀로 성장할 것이다.
5. 진로 지도는 아버지가 맡는다
자녀들은 아버지를 통해서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버지의 직업을 쫓아가는 자녀들이 꽤 있다. 의사 집안에 의사들이많고 목사 집안에 목사가 많은 경우들이 꽤 있다. 아버지의 삶 자체가 자녀에게 무언의 교육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자녀의 성향과 능력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카운슬러 중의 카운슬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즉 교육세미나 등에 참석해 최신 입시정보를 얻기도 하고 현장에서 교육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녀의 진로를 직접 문의하고 확인한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는 “자녀들은 보통 아버지의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을 보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이를 학습하는 효과가 있다”며“자녀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 아버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6. 독립심을 키워준다
사자는 어릴 때 새끼들을 절벽에서 떨어뜨려서 살아남는 놈만 키운다는 말이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사회에서 자녀에게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언제까지 자녀를 품에 안고 지낼수는 없다. 성인이 되기 전에 홀로서기 연습을 시켜야 한다.
본인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한다. 또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놓아둔다.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혼자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때로는 도와주는 것보다 옆에서 지켜봐주고 인내하는 것이 더 힘들다. 자녀를 사랑할수록 강하게 키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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