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적 웰빙지수 70대에 최고조 ‘인생 황금기’
▶ 실생활 속 인지력·창조력·문제 해결력 높아... 근로 수행력도 경험 요구하는 직업서 더 좋아
■ 노년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나이가 들수록 신심이 쇠퇴해지고 삶에 대해서도 점점 불만족스럽고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인지력 감퇴가 불가피해지고 직장에서도 능력이 떨어지며 창조력도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맞을까? 월스트릿 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각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생각은 잘못됐음이 입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노년기는 젊은 세대보다 외롭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감정적으로 풍성해진다고 지적했다.
▲ 나이가 들면 우울증이 심해진다?
노년기는 우울해지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건강이 나빠지고 친구나 친척 등 주변 인물들이 거동이 불편해지고 죽는 시기이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연구자료를 보면 잘못된 선입견임을 알 수 있다. 감성적으로 느끼는 웰빙은 70대까지 계속 증가하며 그 이후는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 장수센터의 2014년 연구보고서와 2006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보고서 역시 이를 지적하고 있다.
스탠포드 장수센터는 1993~1995년 18~94세 성인 184명에게 비퍼를 나눠주고 1주일 동안 매일 5차례 무작위로 연락해 분노, 슬픔, 놀이, 지루함, 즐거움 등 19가지 감정상태에 대한 질문에 답하게 했다. 연구팀은 10년 후 동일한 방법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해 두 기간 간의 차이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참가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긍정적 감정비율이 부정적인 감정보다 더 많아지고 있음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또 젊을 때가 인생의 황금기라고들 하지만 감정적 생활의 절정은 70년 후에나 느끼게 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나이 들면 왜 긍정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출까?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적 의미와 만족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더 보려는 경향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정신건강연구소의 자료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50세 이상 성인의 5.5%가 주요 우울증세를 경험한 반면, 26~49세는 7.6%, 18~25세는 8.9%로 오히려 나이가 젊을수록 늘어나고 있다.
물론 양로시설에서 거주하면 우울증 비율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년에 접어들수록 더 행복해지고, 고민도 줄어들고, 화도 덜 내며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서를 결론내렸다.
▲ 인지력 감퇴는 피할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의 뇌구조는 변화하게 마련이다. 전두엽 피질과 같은 특정 부위가 쪼그라든다. 또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경세포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집중력과 기억력은 쇠퇴해지고 30세 전후부터 요약추론 시험성적과 문제해결 능력이 감소되기 시작한다.
텍사스 대학 달라스 캠퍼스의 대니스 박 행동뇌과학 교수는 오래된 컴퓨터와 같이, 뇌가 나이 들면 전형적으로 처리시간이 길어지고 가득 차 있는 메모리 속에서 정보를 빼내는 속도도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조사된 연구조사는 치매환자를 제외한 노인들은 인지력 테스트에서 나타나는 것보다도 실생활 속에서 더 인지력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여주고 있다.
토론토 대학의 린 해셔 심리학 교수 등 연구진들은 실험실 테스트는 인위적 상황을 세워 놓고 질문을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동안에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지력 테스트 결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험과 지식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아지므로 실제 익숙한 상황에서 검사받는 노인들이 실험실 테스트를 받을 때보다 훨씬 점수가 높게 나온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239명 60~90세 성인들의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해 지난해 초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절반은 3개월 동안 1주 16시간씩 누비이불, 아이패드, 디지털 사진 찍기 등을 배웠다. 나머지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 없는 단어 맞추기나 사회활동 등을 하도록 하고 둘을 비교했다.
이 결과, 새 기술을 배우는 노인들이 기억력에 큰 도움을 얻는 것으로 밝혀졌고 일부는 진행 속도까지 크게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박 교수는 앉아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 노인들의 생산력이 떨어진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55세 이상 근로자들의 비율이 22%나 된다. 이는 1992년 12%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일반적인 생각으로 나이든 노동자들이 젊은 세대보다 적응력이 덜하고 생산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에이컨 대학의 수명 개발 및 노인학 연구소 하비 스턴 소장은 “실제 다양한 학술 연구서들은 나이와 직업 수행력과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험을 요구하는 직업에서는 나이든 근로자의 수행력이 더 좋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뮌헨의 비영리 연구재단 ‘사회법 및 사회정책을 위한 맥스 플랭크 연구소’가 2003~2006년 벤츠 조립공장 근로자 3,800명을 대상으로 심각한 작업 실수 정도를 측정한 결과, 4년 이상 근무 경력의 근로자들이 젊은 근로자보다 심각한 작업 실수를 덜 저질렀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티아스 바이스 교수는 “나이든 근로자들이 심각한 실수를 피하는 방법을 더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더 외로울 것이다?
나이가 들면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노인들이 외로워진다고 할 수 없다. 실제 몇 가지 학술 보고서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우정관계가 더 돈독해 짐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결혼생활이 더 좋아지고 우정이 단단해지며 자녀들이나 친척과의 마찰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장수센터는 184명을 대상으로 10년 이상에 걸쳐 매우 친밀하게 생각하는 중요 친구, 친척들, 중요하지만 덜 친밀한 친구, 친척들, 그 외의 별로 중요하지 않는 친구, 친척 등 3가지 분야로 나누어 1~7까지 측정도를 정해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0세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소셜 네트웍에 주변 인물들은 끌어들이지만 50세가 넘으면 덜 친한 친구를 자신의 네트웍에서 없애버리고 감정적으로 만족감을 공유하는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들은 “나이가 들수록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져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된다”면서 “따라서 평균적으로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덜 외롭다”고 결론지었다.
▲ 나이 들수록 창조력이 감소된다?
창조력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 또한 잘못된 인식임을 보여주는 각종 학술 연구 자료가 많다.
UC데이비스 대학의 심리학과 과장인 키스 시몬튼 교수는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하는 이론수학과 이론물리학과 같은 분야의 시작은 20대가 절정을 이루지만 누적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는 나이가 더 들어야 절정기를 맞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학자나 철학자는 60대가 돼야 절정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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