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 캘리포니아 12 시간의 장거리 운전 후는 몸이 지친다. 전에는 다음날의 달콤한 휴식으로 피로가 항상 회복되었으나 이번엔 ‘아니, 어떻게 두 번 씩이나 생명의 위험까지?’ 하는 분노에 피로가 풀릴 줄을 모른다. 부당한 피해와 생명의 위험성까지 있었던 것이 억울하고 분했던 것이다.
몇 년전 출발 전날 차량을 점검하는데 트럭의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져 단골 차량 정비소를 찾아갔다. 그곳 김선생님은 의료봉사에 쓰이는 차량의 점검과 기구 수리 등을 16년간 무료로 말없이 맡아 주었던 신실하고 과묵한 사람이다. 그의 직원 칼로스에게 자세한 점검을 부탁했다. 점검 결과 장거리 운전에 아무 이상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405프리웨이에서 달린지 한시간만에 뒷바퀴가 찢어져 나갔다. 다행히 뒤에 달린 무거운 트레일러 덕분에 차량 전복은 면했다. 스페어타이어로 갈고 다시 달리는 도중 30분 만에 앞바퀴가 또 찢어져 나갔다. 이제는 스페어타이어도 없다. 특수 토잉 트럭에 끌려 특수 트럭 타이어를 파는 가게를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찾아 바퀴 4개를 다 바꾸어야만 했다.
승용차와는 달리 트럭 타이어 교체 시엔 전기드릴로 나사를 조인 후, 팔 힘으로 재차 꼭 조여야 하는데 나사가 덜 조여져 타이어가 흔들린 것이 찢어진 이유라고 했다. 그보다 전의 다른 사고가 함께 떠오르면서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그땐 용접에 대한 경험부족으로 힛치(트레일러와 트럭을 연결시키는 쇠붙이)에 나사를 박은 후, 용접을 해야 하는 것을 그냥 용접만 해서 트럭 본체와 트레일러가 복잡한 저녁 405프리웨이 선상에서 달리는 도중 떨어져 나가 불꽃을 튀기며 각각 질주를 계속하는 바람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었다.
다음날, 정비공장 앞에서는 몇 사람이 김선생님을 세워놓고 “당신 경험 부족으로 사고가 나 닥터 최가 파산 당할 뻔 하고 생명까지 위험할 뻔 했다” 라며 비난하고 있었다. “단 한번 도움은커녕 눈길도 안주던 사람들은 비난도 들을 필요 없지만 늘 도와주시는 분은 다릅니다. 도와주는 과정 중에 다 만족을 시켜줄 수는 없으니 결국 종종 비난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 진실한 나의 이웃입니까?”라는 나의 물음에 주위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데 이번엔 내가 화가 나는 게 아닌가. 좀처럼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때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올랐다. “분노란 산(acid)과 같아서 쏟아 부은 곳보다 담아둔 그릇에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도 있다” - 그리고 용서라는 해결책이 있다는 것도 기억났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아까운 시간을 내어 무료로 도와준 선한 사마리아인으로만 기억하자. ‘씨앗을 골라 물주기’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마음을 밭에 비유해 기쁨, 사랑, 즐거움, 감사 같은 긍정적인 씨앗만 골라 물 주어 키우라는 뜻이다. 미움, 부정, 짜증, 분노 같은 부정적 씨앗은 솎아내야 한다. 긍정의 씨앗에 물을 주려면 마음의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자기 암시와 명상을 통해 분노를 해체시킬 수 있게 에고(ego)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후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 될 행동부터 시작한다.
도넛 한 상자를 사들고 칼로스를 만났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칼로스에게 난 “사고는 났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앞으로 차량점검에 더욱 신경을 써 주기를 부탁한다…네가 최선을 다 한걸 안다. 이 도넛은 내 감사의 표시다. 맛있게 먹고 도넛이 다 없어질 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라고 말했다.
고개를 든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졌다. 놀라운 일은 그 순간, 나의 분노가 동시에 눈 녹듯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졌다. 그 후, 수년간 칼로스는 늘 철두철미하게 차량 점검과 수리를 맡아 주었다. 난 큰 교훈을 터득했다. 용서로 가장 큰 치유를 받는 사람은 바로 용서를 하는 쪽이고 용서에는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한해가 저물고 있다. 한해의 수레바퀴를 또 돌렸다. 어찌 흙탕물을 한 방울도 우리 몸과 주위에 튀기지 않을 수 있을까? 흙탕물이 한해가 가기 전 용서로 다 씻겨 질 수 있다면 우리 마음의 창고 속에는 아름다운 추억과 정겨운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다. 용서는 신과 사랑과 행복에 이르는 징검다리라고 했다. 이 연말이 서로의 용서로 내년의 사랑과 행복과 신에 연결 될 힛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속에 12월의 달력을 떼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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