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라이언 김 경영칼럼
▶ 터보에어 그룹 회장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공통적 특징 중 하나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과 직원들, 그리고 많은 관련 사람들의 협조와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경영자는 자신의 태도를 명확히 하면서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고객을 모시는 입장과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려야하는 상황, 그리고 다른 사람의 부탁도 들어 줘야 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뀌는 환경은 일인 3~4 역을 맡은 배우보다 더 어려운 감정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칫 다중인격자로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전투를 지휘하는 사령관이 자애로운 성직자 모드로 사랑으로 죽여라고 부드럽게 명령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한 나라의 언어는 국민들의 오랜 관습과 철학 그리고 정신이 깃들어 있는 문화다. 머리 좋은 한국 사람이 영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표현하는 방법, 즉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혼란 때문일 것이다. 어순은 물론 시제에서도 과거 현재 미래로 단순 구분하는 한국어와 달리 과거 완료, 진행, 현재 완료, 진행등 우리가 적응하기에 어색하고 복잡하다.
둘 이상은 반듯이 복수로 표시하고 이것도 부족해 a 와 the를 사용해 더욱 명확히 한다. 언어의 체계에서 보듯이 영어는 매사에 사사건건 분명한 선을 긋는다. 그리고 그 형식에 맞지 않으면 뜻이 통하지 않으며 YES와 NO를 문장의 맨 앞쪽에 둬 수락과 거부를 확실히 한다. 반면에 한국어는 정서적이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언어로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이 많아 끝까지 잘 들어보지 않으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나이 들어 이민 온 1세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가 YES와 NO를 분명히 말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명확히 표현해야 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미국인과 대화 중 YES와 NO를 올바로 사용하지 못해 빚어진 황당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해도 한국식으로 에둘러 표현하면 미국인들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한국어에는 감성적 단어가 많은데 그 대표적 표현이 정과 감동이 아닐까 싶다.
두 단어를 영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love나 impress 등으로 번역을 하지만 우리끼리 느낄 수 있는 감정 전달은 불가능하다. 언어에서 보듯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정’이라는 끈끈한 감정이 흐르며 가까운 사람들과 이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직원모집 광고도 “OO가족을 찾습니다” 혹은 “가족 같이 지내실 분”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지구상에서 오직 한국사람들만 사용하는 문구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 사이에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란 표현은 마음에서 멀어졌음을 뜻하며 소속 그룹에서 배제를 의미한다.
역설적이지만 이민 1세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어려워도 NO라고 말하지 못하고 고객의 요구나 친구들의 궂은 부탁을 들어준 정이라는 정서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NO라고 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면 때문에 YES 라고 대답해 심한 경우 가정이나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애매한 언어와 태도로 오히려 부탁해 온 상대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난처한 상황도 종종 발생 하는데 이는 모두 자기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음에서 기인한다.
의사 표현과 확인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조금 껄끄러운 상황이라도 자의로 해석 하거나 “상대가 이해를 했겠지”라고 짐작하기 보다는 분명하게 해야 한다. 완곡하게 표현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없는 명확한 의사전달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더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NO라고 말해야 할 때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이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NO라고 말할 때 마음이 우울해지고 힘이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는 언제나 분명한 태도를 표명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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