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리 딸의 둘째인 데니가여섯살이 되어서 스탠포드 샤핑몰에 있는 인형의 집을 가게 되었다. 가게 이름이 아메리칸 돌(미국 인형)이라는 집이었다. 데니는 데니엘의 약자여서 많은사람들이 남자애로 오해를 하는데 사실은 여자애다. 우리 딸도 알렉산드라라는이름을 약자로 알렉스라고 불러서 그애가 어릴때는 이름때문에 곤란한 일이가끔 일어나기도 했다.
가게 안에는 여러가지 인형들로 꽉차있었는데 이집의 특징은 갓난 아기만한 사이즈의 인형들 중에서 자신의 얼굴과 가장 흡사한 인형을 골라 사는 것이다. 가령 아이가 금발인 경우 똑 같이금발과 푸른 눈을 골라서 사면 되고, 우리 데니처럼 갈색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아이들은 또 거기에 맞는 인형을 고르는 그런 재미가 있어서 이집이 유명해졌나 보다.
데니는 총알처럼 달려가서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인형을 하나 골라서 안고왔다. 인형값이 백십불이나 되었다.
거기다 인형과 아이옷이 매치가 되도록 만들어서 잠옷 세트와 평상복을 사는데 아이옷은 사십불에다 작은 인형옷값이 삼십불을 넘어서 옷값이 두벌에백 사십불이나 되어 합계가 이백 오십불 이상이 되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이렇게 고가의 인형을 사는 사람들이 가게 안을 꽉차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십명의 대여섯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애들이 이층과 아래층 매장을메우다시피 만원이어서 지금 미국이 불경기라고 떠들어 대는 것이 이상스러울지경이었다. 지금 미국 사회가 부자들은점점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자들은 점점 더 가난해 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곳이다.
얼마 전 신문에 나온 통계를 본적이있는데 미국에서 1퍼센트 부자들의 소득이 연간 삼십만불 이상이고 5퍼센트부자들은 이십만불을 조금 넘는다고 했다. 미국민의 10퍼센트가 연간 십만불정도를 번다고 했다. 그러나 인근 오클랜드의 중간 소득이 겨우 사만불이 채 안된다는 말도 있어서 전국에서 생활비가가장 비싼 샌프란시스코 주변에서 이런소득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을 할까하는 의문도 든다.
그 집은 인형만 파는 것이 아니고 또식당도 있어서 온통 핑크색 일색으로장식이 되어 있고, 방금 산 인형을 앉치는 의자도 따로 있어서 말하자면 인형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얘기가 된다. 밥값도 만만치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서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딸은 아들셋에 외딸로 자라서 제가 원하는 것들을 다 사주지는 못했지만 우리 형편에맞게 정성을 다 해서 키웠다.
미국에서 남편 혼자 벌어 아이 넷을키운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힘드는일이다. 큰애 둘은 십대 시절 얼마나 코도로이 바지만 입었는지 자라선 절대그 바지를 입지 않는다. 딸이 열여섯살때, 고등학교 주니어 시절, 프럼이라는큰 파티가 있었는데 드레스며 구두며리무진을 빌리는데 이백불도 더 들어서그때 난 가난한 아이들은 이런 파티를어떻게 감당할까하며 궁금하고 걱정이되기도 했었다. 벌써 이십 칠년전 얘기지만 그때도 그 정도의 돈은 큰 돈이었기 때문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언제 어디서나 늘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중국 사회도아직 공산당이지만 이 문제만큼은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더 부자들만 늘어서한국을 오는 쇼핑객도 이젠 중국인이제일 큰손이 됐으며, 미국도 웬만한 부동산들은 중국인들이 현찰을 내고 싹쓸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나는 그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데니에게 말했다. 넌" 얼마나 좋은 엄마를 두었는지 아니? 네 엄마가 어릴 때 그랜마는 이런 큰돈을 내고 비싼 인형을 사줄수 없었단다. 엄마에게 땡큐!라고 말해봐!"데니는 그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인형 옷을 두벌 밖에 안사주었다고 쫑알댄다. 아이나 어른이나 물질의 곤궁함을모르면 감사할 줄도 모른다.
나는 딸의 집에 들를 때마다 넘쳐나는 음식들과 수많은 아이들의 옷이며장난감들을 보고 속이 간간 상할 때가있다. 아마 우리 딸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이 너무 가진게 많아 이 딜레마에빠져 있을 것이다. 내 주변의 친구들의자식들도 전문적인 직업인으로서 고액의 연봉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그 돈을 벌기 위해 더 바쁘게 뛰어야 하고 더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무엇을 위함인가?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세대인나이 먹은 사람들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난과 고생을 경험한 세대다.전쟁을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전기와 물도 아낀다. 남편이 환하게전기를 사방에 키고 있으면 나는 돌아다니며 전기를 끈다.
어느날 세월이 더 많이 지나고 나서아이들이 자라면 이 인형들은 모두 쓰레기더미로 던져질 것이다. 그러면 아마또 그 자리엔 다른 인형의 집이 생겨나겠지. 나는 웬지 그곳을 떠나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아마 이제나는 너무 늙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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