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세와 투자
▶ 안병찬 / ABC회계법인 대표
지난달 말 한국정부는 외환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 즉, 달러가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665억달러로 지난해 7월의 기록인 3,297억달러 이후 12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997년 한국의 IMF로 외환보유고가 바닥났고, 이후 국민들이 금을 모아 외환위기를 넘어간 것이 불과 15년 남짓 지났다.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넘쳐서 환율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경상수지가 2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은행은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79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것은 2012년 2월 24억달러 경상수지 적자에서 2012년 3월 38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이래 28개월동안 연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런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의 외환보유고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를 했고, 이는 결국 환율에 영향을 주는데 크게 공헌한 것이다.
경상수지의 흑자는 기업으로 보면 사업을 통해서 이익을 내고 있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는 것은 기업으로 보면 은행에 돈이 많이 있는 것과 같다. 간단히 말하면 장사가 잘되고, 돈이 많이 쌓여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국민들은 경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을까. 경제가 이래서 복잡하다고 하는 것이다. 장사가 잘되고, 돈이 벌리면, 잘살고 풍요로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 경제이다. 외환보유고가 넘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이루다 보니, 원화가 강세이다. 원화가 강세라는 것은 이전에는 장난감 한개를 수출하면 1,500원 받았던 것을 이제는 1,000원 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재료를 1g 당 1,500원 지급했던 것을 1,000원만 지급하면 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주에 1,000만달러 건물을 150억원에 구입할 수 있던 것을 100억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송금을 받는 유학생들과 기러기 가족, 주재원 가족들도 원화강세를 반기는 이유이다. 한국 내 경제 전문가들도 갑론을박이 심하다.
외환 보유고가 높고,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증시는 워낙 등락이 심하기는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증시로의 투자가 늘고 있어서 곧 코스피도 새로운 기록을 세울 기세이다. 이런 모습은 분명 한국 경제가 살아나고, 좋아졌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이런 수치들에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이런 좋은 수치를 리드하고 있는 것이 한국 내 전반적인 기업이 리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몇몇 대기업이 리드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세월호 참사 영향 등으로 내수가 아직 얼어 붙어있고, 국내 경제가 이런 수치와는 달리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것은 내수 침체와 수입감소로 인해서 상대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만든 것이고, 외환보유고가 증가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간단히 표현하면, 대외경쟁력이 강해져서 흑자를 낸 것이 아니라 돈은 벌어들이고, 쓰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는 불황형 흑자라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중 한국과의 무역을 하거나, 투자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투자가들은 한국경제를 그 어느 때 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때이다.
특히 한국의 큰손들은 미국의 부동산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의 원화가 강세인데다, 한국에 쌓여있는 자금을 한국 내에는 투자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 반면, 미국은 아직 부동산 가격이 투자할 만한 수준인데다 이자율까지 좋아서 한국의 투자가들의 관심이 높다.
한국에서 재산을 정리해서 미국으로 가져올 계획이 있는 이들도 지금이 적기인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자금을 이동할 때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한국의 외환보유고 상태인데 지금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사상 최대이므로 그 어느 때 보다 외화유출에 관대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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