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생명보험을 담보로 투자하는 ‘라이프 세틀먼트’ 투자상품이 장기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파는 사람
보험료 여력 없거나
현금 필요한 가입자
해약보다 더 받아
●사는 사람
개인·재단“수익 높다”
브로커의 상품 구입
가입자 수명이 관건
저리시대가 계속되고 증권시장 붕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보험에 투자하는 ‘라이프 세틀먼트’(Life Settlement) 투자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타인의 생명보험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해당자가 죽으면 생명보험금을 갖는 방식이다. 생명보험 상품이므로 소득세도 대부분 면제다. 물론 합법적인 투자방법이다. 장학재단 등 비영리 단체나 은퇴연금 등을 가진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일종의 ‘2차 생명보험 시장’ 상품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생명보험 가입자가 예상보다 오래 살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상품을 연결해 주는 중간 브로커 회사를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이프 세틀먼트란?
생명보험 가입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명보험을 일정 금액을 받고 투자자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물론 판매금은 가입자가 숨졌을 때 받게 되는 보험금보다는 훨씬 적다. 하지만 생명보험을 취소할 때 받을 수 있는 ‘현금지불 가치’보다는 많은 금액이다.
투자자들이 보험 가입자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일반적으로 보험 가입자의 건강이나 나이 등을 고려해 계산되는 기대수명 치와 생명보험 약관 및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보험을 팔려는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가족이나 기타 상황으로 더 이상 가입자가 보험료를 낼 수 없거나 더 이상 생명보험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등의 사유들이 발생할 수 있다.
배우자가 숨졌거나 자녀들이 장성해 더 이상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생명보험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을 경우도 있다. 또 생명보험 회사가 망했을 수도 있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더 이상 지불할 능력이 없거나 의료비 지출 등으로 현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많은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을 취소하거나 보험료를 내지 않아 보험이 자동 취소되기도 한다. 이런 보험 가입자들에게는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보험을 넘겨주고 자신은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럴 때 생명보험을 팔고 사는 과정은 ‘라이프 세틀먼트’ 브로커가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대행해 준다.
▲라이프 세틀먼트는 어떻게 거래되고 또 누가 관계하나.
생명보험을 팔고 싶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 에이전트 또는 재정 전문가들에게 문의하고 이들이 브로커와 접촉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보험 가입자가 직접 브로커에게 의뢰할 수도 있다. 라이프 세틀먼트 브로커 역시 생명보험 판매 면허 소지자일 수도 있고 증권 브로커일 수도 있다. 주마다 다르다. 어떤 주는 라이프 세틀먼트에 대한 관계법을 명확하게 규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주들도 많다.
라이프 세틀먼트 브로커는 의료기록을 공개한다는 보험 가입자의 승인서를 가지고 라이프 세틀먼트 프로바이더라고 부르는 생명보험 재판매 회사에 가입자의 신청서와 의료기록을 보낸다. 생명보험 재판매 회사인 라이프 세틀먼트 프로바이더는 보험 가입자의 기대 수명치를 계산해 신청서 접수 여부를 결정한다. 언더라이터는 보험 가입자의 각종 개인정보를 토대로 사망 위험도를 측정한다.
라이프 세틀먼트 프로바이더가 가입자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프로바이더는 그 신청서류들을 모아 대형 기관투자자나 소규모 개인 투자들을 모은다. 기관 투자자들은 프로바이더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기대 수명치를 다시 분석해 투자 가치를 결정하기도 한다.
기관 투자자건, 개인 투자자건 투자자들은 보험 가입자에게 약정한 금액을 주고 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페이먼트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숨지면 투자자는 보험금을 모두 차지한다.
▲어떤 사람들이 투자하나.
앞서 말한 대로 개인 투자자들도 있고 기관 투자자들도 있다. 캘리포니아 등 각 주 정부 승인업체로 라이프 세틀먼트 회사인 ‘퍼시픽 웨스트 캐피털 그룹’의 앤드류 이씨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한 생명보험에 혼자 투자하기가 벅찬 경우가 많아 여러 명이 나누어 투자한다”면서 “장학재단이나 기금을 운영하는 비영리 협회 등의 장기 투자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라이프 세틀먼트 투자자들의 자격기준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주택을 제외한 순 자산가치가 25만달러 이상인 자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또 연 소득이 10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주 정부마다 다르다.
그러나 401(k)나 IRA 연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세금 없이 최소 2만달러 이상을 롤오버 시켜 투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연금 구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2만달러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장기간 기금관리 및 운영이 필요한 장학재단이나 비영리단체, 개인 은퇴연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장기 투자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고려사항
라이프 세틀먼트 투자 때 꼭 알아둬야 할 주의점도 있다.
라이프 세틀먼트의 투자 수익의 정도는 보험 가입자의 기대 수명치에 달려 있다. 따라서 기대 수명치는 투자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만약 보험 가입자가 예상했던 기대 수명보다 일찍 죽는다면 투자자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보험 가입자가 예상보다 오래 살거나 기대 수명치 계산을 잘못한 경우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더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돌아오는 투자 수익도 줄어들 것이다.
이같이 불확실한 기대 수명치에 따른 투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부 투자회사들은 회사차원의 보장 채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보험 가입자가 예상했던 날짜보다 더 오래 살 경우에는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대신 예상 날짜에 보험금을 지불해 주는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보장 채권을 허위로 발행하는 회사들이 생겨나자 증권거래위원회가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기대수명을 계산하는 언더라이터의 실력과 기대 수명치 계산의 정확도가 라이프 세틀먼트 수익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기대 수명치를 계산하는 언더라이터들은 면허가 없거나 주 보험국에 등록만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더라이터가 기대 수명치를 계산하는 방법이나 검토과정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프로바이더는 주 정부 승인을 받았거나 유명 회사들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이프 세틀먼트는 개인정보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보험 가입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료기록과 개인정보의 공개를 꺼려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자의 의료 및 개인정보를 자신이 투자 결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므로 계속 이같은 정보를 원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SB1874법에 의거해 생명보험 가입자의 성명과 소셜시큐리티, 주소를 제외한 모든 의료기록은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수익계산 어떻게 하나.
‘퍼시픽 웨스트 캐피털 그룹’의 투자수익을 예로 들어 보자.
2010년 뉴욕 라이프 생명보험에 가입한 81세의 여성(이름과 주소는 절대 공개되지 않음)의 액면가는 416만6,666달러이다. 이 여성의 생명보험에 투자하는 최소 투자금은 1인당 20만달러다. 이 여성의 생명보험 투자는 10년 만기다.
2014년 기준으로 이 여성이 1년 내에 숨지면 투자자는 투자금의 125%를 받게 된다. 2년 내 숨지면 62.5%, 3년이면 41.7% 수익률을 기록하다가 10년에는 12.5%를 받는다. 10년 만기이므로 이 생명보험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고정 수익률은 125%라는 계산이다.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기록을 살펴보면 이 여성은 고혈압에 갑상선기능 저하증, 심박세동 이상, 현기증, 2012년 낙상 보고, 악성 대장 폴립 등 건강상태가 대단히 좋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 여성이 장수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앤드류 이씨는 “투자자들은 생명보험 가입자의 기대 수명치와 의료기록 등의 정보를 확인한 후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여성에게 투자하는 투자자는 1명이 될 수도 여러 명이 될 수도 있다. 여러 명이 투자했다면 사망 때 보험금을 비율대로 나누어 갖는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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