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러커 구인난
▶ 수요 느는데 젊은이 기피, 전국서 3만여명 부족, 회사마다 모시기 경쟁, 건강보험 제공도 늘어
직업을 찾는다면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국 내 직업시장이 해빙기를 맞으면서 특히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가 크게 부족하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운전기사 부족현상은 단순히 직업시장이 좋아져 사람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은 아니다. 은퇴 등으로 기술 인력이 모자라는 데다가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은 장거리 운전기사직을 원치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마다 베니핏을 제공해 운전기사 이직을 막고 있고 운전학교 졸업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올 여름 직업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직종이 되고 있다.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는 특별한 학위가 필요 없지만 수입은 예상 외로 많은 직업이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 동안 운전기사가 부족해 회사마다 스카웃 전쟁을 치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테네시에 본부를 둔 대형 운송회사 ‘US 엑스프레스’(US Xpress)는 물동량이 크게 늘어 1주에 100명의 트럭기사를 추가로 고용해도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 회사는 매일 직원 채용 담당자를 동부 곳곳의 운전학교로 보내 운전면허를 따는 신참기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미네소타의 ‘코플랜드 트러킹’(Copeland Trucking)도 일손이 부족해 트럭 50대를 놀리고 있을 정도다. 아이오와 디모인에 있는 코플랜드 수화물 터미널의 찰리 혹 매니저는 회사의 연 매출은 900만달러이지만 “운전기사들만 제대로 확충되면 하룻밤 사이 1,300만~1,900만달러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만명 이상이 신규 채용됐다는 연방 노동부 발표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트러커 부족현장은 직업시장의 회복기에서는 조금 기이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50만명의 실직자들이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산학 전반에 걸쳐 직원을 구하고 있는 업체들은 청소부서부터 간호사,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등에 이르기까지 직원 구하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주들은 분야에 맞는 적임자들이 좀처럼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적합한 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의 버나드 바우몰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구인과 구직의 엇박자는 “직업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본질적 변환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경기를 거치면서 감원된 인력들이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훈련을 받는가 하면 일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거나 기술이 없어 장기실업에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운송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기술 부족뿐만 아니라 에너지 붐과 인구분포 변화와 같은 경제적 변환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운송협회(ATA)는 전국에서 약 3만명의 장거리 운전기사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협회는 향후 10년 동안 운전기사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돼 약 20만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ATA는 2013년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의 연 평균수입은 4만9,540달러였다고 집계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트럭 운전기사의 고용 및 임금이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리노이 콜로나의 ‘테넌트 트럭 라인스’(Tennant Truck Lines Inc)의 애론 테난트 대표는 올 2ㆍ4분기 초 임금을 올렸다면서 소셜 미디어는 물론이고 방송과 온라인 광고를 통해 기사모집을 하고 있으나 인력 수급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장거리 운전기사 230명을 고용하고 있다.
드라이버의 턴오버가 심한 업계에서는 인력수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텍사스 엘파소에서 ‘스테이지 코치 카티지 & 디스트리뷰션’을 운영하는 스캇 맥널린 대표는 “비즈니스를 26년간 운영했지만 지금이 가장 사람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스테이지 코치의 250면 운전기사 중 100명가량은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로 이들을 잡아두기가 모집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맥널린 대표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고용하고 있는 모든 운전기사들이 오늘이라고 당장 여기를 떠날 수 있고 갈 곳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인구 분포적 요소도 운전기사 부족에 한몫 거들고 있다.
베이비부머 장거리 운전기사들이 은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 장거리 운전기사의 연령은 50대지만 젊은이들이 들어오지 않아 이들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젊은 운전기사들은 일을 하다가도 집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장거리 운전을 그만두고 있다. 가정 중심의 사회로 전환되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와이오밍 파인데일의 제이콥 밥쿡은 지난 5년 이상 와이오밍에서 텍사스까지 건초를 실어갔다가 돌아올 때는 천연개스전에 사용될 파이프를 실어오는 일을 해오고 있었다. 올해 30세가 되는 그는 하지만 1년 전 운전기사 직을 그만두고 자동차 수리업 비즈니스를 차렸다.
그는 장거리 트럭 운전은 “가족 친화적인 직업은 결코 아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족과 오랜 기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직업을 버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트럭 회사들은 운전기사를 잡기 위해 일괄적으로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트럭을 새것을 교체하는가 하면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간을 줄여 주기 위해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테넌트 대표는 “18세부터 운전을 시작했다”면서 “노동인력 변화에 다가가 젊은이들을 모집해 트레이닝을 시킬 수만 있다면 정말 단단한 업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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