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만달러 학자금 빚진 관선변호사, 10년간 월 350달러 내면 끝?
▶ 비인기 공공서비스 인력 충원 재량소득 10%만 납부로 완화, 학생“쓰고 보자” 무분별 사용, 대학은 너도나도 학비 인상, 연방정부 연 140억달러 ‘부담’
코네티컷 뉴 해븐의 예일 대학 졸업식 모습. 연방 정부가 학자금 탕감 프로그램에 대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학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방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학비 융자금 탕감 프로그램이 남용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속속 발표되면서 유무용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급기야 연방 정부도 프로그램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고삐를 죄려하고 있다. 프로그램으로 소용되는 연방 정부의 경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데다가 대학들에 오히려 학비 인상을 권장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학비를 빌려 쓴 학생들이 졸업 후 실비 수준으로 조금씩 빚을 갚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나머지 돈을 탕감 받는 것이다.
연방 교육부에 따르면 학비 융자는 최소 130만명이 갚아야 할 720억달러를 포함해 지난 6개월 사이 거의 40%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명 법대들은 남은 부채를 탕감 받을 때까지 학교에서 졸업생들의 연방 융자 상환금을 대신 부담해 주는 플랜까지 만들어 홍보할 정도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학자금 탕감 프로그램은 ‘페이 애즈 유 언’(Pay As You Earn·PAYE)과 ‘인컴 베이스드 리페이먼트’(Income-Based Repayment·IBR) 등 두 가지다. PAYE는 졸업 후 공무원 등 공공기관이나 비영리 단체에서 근무할 경우 월페이먼트를 10년간 재량 소득(소득에서 기본생활비를 뺀 잔액)의 10%만 내며 10년이 지나면 모든 부채는 탕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IBR은 현재 모든 학생 융자를 받는 학자금에 해당되며 재량 소득의 15%까지 월페이먼트를 산정한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연방 의회가 승인해 줄 때만 해도 학자금 부채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저임금 공공분야 직장근무를 적극 권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대학 졸업자들이 학자금 부채 등의 이유로 공공분야나 비영리 단체의 저임금 직장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자 연방 정부에서 대졸자들의 이 분야 진출을 늘리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프로그램 이용을 더욱 늘리기 위해 법안을 대폭 수정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학자금 부채를 얻은 학생이 졸업 후 연간 재량 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150% 이상인 경우 월 재량 소득의 10%를 떼어 월페이먼트를 하도록 개편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비영리 단체 근무자는 10년 후 남은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다. 비 공공기관 근무자 역시 20년간 페이먼트를 하면 남은 부채에서 대해서는 탕감해 준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PAYE’ 이후 매년 탕감비용이 140억달러로 달할 정도로 연방 예산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연방 예산안에서 부채탕감 최대액을 학생당 5만7,500달러를 제한했다. 현재는 탕감 한계가 없다.
▲프로그램 오남용 심해
연방 정부가 부채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오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의 오남용이 심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 사용하고 대학은 이를 이용해 학자금을 인상하는 등 나름의 약삭빠른 정책을 시행해 본래의 제정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대학들은 학비를 올리고 또 학생들은 이를 메우기 위해 더 많은 학자금을 빌려 연방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식이다.
실제 연방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학 수업료와 제반 납부금은 연 평균 6% 인상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2.5배에 달한다.
하지만 연방 의회가 오바마 정부의 계획을 승인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방 정부는 부채 상환기간을 25년으로 늘리는 등 탕감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같은 다른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도리 놀트 연방 교육부 대변인은 “정말 필요한 학생들에게 혜택을 더 늘리고 이를 남용하려는 대학과 이로 인한 학생들의 불필요한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찬반논쟁
하지만 이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연방 정부의 노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하원 교육 소위원장인 조지 밀러 하원의원(민주)은 “대학 학비의 인상으로 많은 학생들은 미국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임금이 낮은 교사나 소셜웍 분야 기피현상이 늘어나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네시 주상원 교육 소위원장인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공화)은 “수입을 근거로 학자금을 갚는 것은 책임 있는 부채 청산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학자금이 비싼 학교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려쓰 는 학생들까지 구제해 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컬럼비아, 시카고 주립대, 조지타운 법대는 일부 학생들에게 최소 월페이먼트 일부 또는 전부를 도와주는 대표적인 대학들이다.
UC계열 법대를 졸업한 맥스 노리스(29) 변호사는 17만2,000달러의 학자금 부채를 지고 있지만 월 420달러만 연방 교육부에 내고 있다. 그는 이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실제 내는 돈은 고작 100달러에 그치고 나머지는 UC 해스팅스 법대에서 내준다.
현재 연 6만달러를 버는 노리스가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근무하고 매년 4% 임금이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10년 후 그는 22만5,000달러를 탕감 받게 된다.
대학들도 프로그램의 혜택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조지타운은 한동안 자체 법대 웹사이트를 통해 연방 플랜은 “공공분야 근무 때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소개했었다. 하지만 대학 대변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버짓안이 소개된 이후 웹사이트에서 이 문구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조지타운 법대 윌리엄 트리노 학장은 학교의 모체인 예수회 선교방침에 따라 학생들을 비 인기 분야인 공공 서비스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만 이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고 있다면서 지난해 연방 정부에서 20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조지타운 졸업생 432명이 프로그램 혜택을 받아 2012년 264명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조지타운 법대의 1년 학비는 5만890달러다. 하지만 그는 학교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비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정부 부담 예상보다 커
이 플랜의 장기 경비는 사실 연방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앞섰다. 지난 회계연도 가장 보편적인 연방 정부 스태포드 융자는 전년 동기 90%가 늘어나 정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다.
중도 성향의 브룩스연구소는 지난주 한 보고서를 통해 “융자 탕감정책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돈을 빌리도록 부추기고 있으며 이는 잠재적으로 대학에서 모든 학생들의 대학 학비 인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탕감 플랜을 없애야 된다고 조언했다.
학생 부채는 지난 2007년 이후 거의 배가 늘어난 1조1,000달러에 달한다.
연방 정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수입을 근거로 한 부채상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2007년 연방 의회가 비영리 단체 또는 정부 공무원직에 종사하는 졸업생들에게 10년 후 탕감해 주고 학자금을 새롭게 빌리는 학생들의 월페이먼트를 재량 소득의 15%로 감해 주면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이용도가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2014년부터 융자를 받는 학생들은 졸업 후 월페이먼트를 재량 소득의 10%로 줄여주고 이듬해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시행령을 통해 2011년 이후 융자를 받는 학생들부터 페이먼트를 줄여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대폭 완화했다. 또 백악관은 올해부터 학생이 융자에 서명했던 때와 관계없이 모든 학자금 융자자들에게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2012년부터 인터넷과 이메일을 통해 이를 적극 홍보해 왔다. 이 프로그램이 잘만 사용되면 사회 전반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뉴욕 로체스터에서 몬노카운티 관선 변호사로 일하는 제클린 그립피(29)는 2012년 시라큐스 법대를 졸업하면서 18만달러 부채를 지고 있지만 월페이먼트는 350달러에 그친다. 그의 연봉은 5만8,500달러로 학자금 부채를 갚으려면 임금을 더 많이 주는 사설 로펌에서 근무해야 하지만 부채탕감 프로그램으로 인해 부채상환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일에 종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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