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히게 완벽하고 매력적인 화음을 이루면서 노래 부르는 에벌리 브라더스는 1950년대와 60년대 ‘바이 바이 러브’ ‘올 아이 해브 투 두 이즈 드림’ ‘렛 잇 비 미’ ‘캐시즈 클라운’ 그리고 ‘웨이크 업 리틀 수지’ 및 ‘크라잉 인 더 레인’ 등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줄줄이 내놓은 보컬 듀오다.
약간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천상의 음성과도 같은 소리로 아름다운 화음과 함께 절묘하니 구절구절 꺾을 데 꺾고 넘어갈 데 넘어가면서 노래하는 에벌리 브라더스의 노래들은 내가 대학시절 다방과 음악 감상실에서 즐겨 들었었다.
바리톤인 형 단(76)과 테너인 동생 필(74) 에벌리 브라더스의 노래들은 컨트리의 영향을 받은 로큰롤이어서 멜랑콜리하면서도 들으면 금방 친근해질 수 있는 것들로 나는 지금도 이들의 노래들을 즐겨 들으면서 과거를 그리워하곤 한다.
얼마 전에 월스트릿 저널을 읽다가 에벌리 브라더스가 1958년에 출반한 앨범 ‘송즈 아우어 대디 터트 어스’에게 보내는 찬미로 빌리 조 암스트롱과 노라 존스가 듀엣으로 부르는 앨범 ‘포레벌리’(Foreverlyㆍ사진)가 나왔다는 글을 읽고 얼른 앨범을 샀다.
펑크 락밴드 그린 데이의 리드싱어인 암스트롱과 부드럽고 산소와도 같은 음성을 지닌 존스가 부르는 12곡들은 에벌리 브라더스의 앨범의 노래들을 순서도 똑같이 배열해 찬양하고 있다. 그런데 에벌리 브라더스의 앨범은 형제가 자기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컨트리 싱어인 아버지 아이크에게 바치는 것이었다.
암스트롱과 존스는 컨트리와 발라드 그리고 포크풍으로 아주 쉽고 편안하게 노래 부르는데 멜랑콜리하고 약간 어두운 데가 있으면서도 발을 구르고 휘파람을 불면서 어깨를 들썩거릴 만큼 경쾌하고 흥겹다.
둘이 에벌리 브라더스의 코맹맹이 소리까지 흉내 내 가면서 100% 화학작용을 이룬 화음으로 노래하는데 너무나 매력적이고 가슴에 와 닿아 난 벌써 앨범을 10번 정도 들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멜로디와 박자와 화음이 3위1체를 이루면서 듣자마자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고 가까워 ‘켄터키’ 같은 노래는 벌써 콧노래로 부를 정도다.
특히 반주악기가 기타와 드럼과 베이스 외에도 밴조와 오르간과 피아노 그리고 바이얼린과 하모니카 등으로 다양해 간단하고 단순한 노래들에 풍성한 다양성을 주고 있다.
듣자마자 반한 노래로 “켄터키 이 이 이”하면서 시작된 뒤 4박자의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켄터키’는 한 두어 번 들으면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반복적이요 쉽고 편하다. 켄터키를 그리워하면서 죽으면 이곳에 묻히겠다고 노래하는데 요들까지 있어 더욱 애절하니 아름답다. 암스트롱과 노라는 창법과 템포 까지 그대로 에벌리 브라더스를 따라 하고 있다.
기타와 피아노 반주가 뚜렷한 ‘롱 타임 곤’은 자기를 속이고 달아난 애인을 그리워하면서 “당신 언젠가 날 다시 원할 때가 와도 난 일단 떠나면 아주 오래 떠날 거에요”라고 떠난간 애인을 원망하고 있다. 빠르다가도 비명 지르듯이 목청을 높이며 붙들고 늘어지는 토치 송인데 이 노래 역시 금방 따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쉽다.
‘실버 헤어드 대디 오브 마인’은 고생만 하다가 사망한 아버지에게 속죄하는 자식의 노래인데도 템포는 빠르다. 홍키통크 피아노 반주가 있는 노래는 ‘레드 리버 밸리’의 멜로디를 상당 부분 빌려다 쓴 것처럼 귀에 익은데 “곧 저 세상에서 어머니를 만날 것”이라고 죽은 아버지를 위로하는 애도에도 불구하고 신바람 나고 흥이 나 발이 절로 굴러진다.
대부분의 민요나 컨트리송의 내용은 도박사와 결투 그리고 실연과 상심 및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고향을 그리워해 우수가 가득한데 이 앨범의 노래들도 다 그런 것들이다. 앨범의 첫 번째 노래 ‘로빙 갬블러’도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술주정하듯이 떠돌이 도박사의 사랑과 총질을 노래하고 있는데 아주 경쾌하고 흥겨우면서도 얘기는 어둡다.
그밖에도 ‘오 소 메니 이여즈’ 등 흥겹고 빠르고 신나는 노래들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쓸쓸하고 영탄조의 노래들도 있는데 ‘다운 더 윌로 가든’ ‘록킨 얼론’과 ‘풋 마이 리틀 슈즈 어웨이’와 또 다른 구두 노래인 ‘후즈 고나 슈 유어 프리티 피트’ 등은 지치고 느려 듣노라면 맥이 빠진다. 12곡 중 10곡은 암스트롱과 존스가 함께 부르나 읊조리는 식의 ‘바바라 알렌’은 암스트롱이 그리고 ‘아이 앰 히어 투 겟 마이 베이비 아웃 오브 제일’은 존스가 각기 솔로로 부른다.
‘포레벌리’를 듣자니 기타를 칠 줄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기타 줄을 뜯으며 ‘켄터키’를 노래 부르고 싶다. 처음 한 번 듣자마자 정이 드는 좋은 음반이다.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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