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와 할라피뇨 크림.

비트는 음식을 화려하고 팬시한 느낌으로 완성해 준다. 황금색 비트 피클을 얹은 스캘럽 구이.

날씨가 차가워지면 더 맛있어지는 뿌리채소 중 붉은 빛이 하도 짙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비트는 건강에 좋은 대표적인 뿌리채소다. ‘뿌리채소의 보석’으로 불리며, 빨간색뿐만 아니라 자주색, 주황색, 황금색, 줄무니 등의 다양하고 선명한 색감을 자랑한다.

비트는 음식을 팬시하게 만들어주는데 적합한 재료로 애피타이저와 샐러드를 만들 때 여러 가지로 응용해 보면 재미있다. 정사각형 조각으로 잘라 메이플 시럽에 버무려 두었다가 수프, 샐러드 등에 가니시로 사용할 수 있고, 종잇장처럼 얇게 잘라 부드러운 질감의 두부, 치즈 등에 곁들이거나 피자 토핑으로 사용해도 된다. 한 입에 넣기 좋도록 큼직하게 썰어 푸짐한 비트 샐러드를 만들어도 무척 맛있다.

선명한 선홍색을 내고 싶다면 비트만한 재료가 없다. 피클이나 물김치에 조금 넣으면 고운 핑크색을 낼 수 있고, 즙을 밀가루 반죽에 사용해 수제비를 만들면 예쁘다. 드레싱이나 소스를 만들 때 익힌 비트를 갈아 조금만 넣으면 고운 색상으로 만들 수 있다.

비트는 은근한 단맛과 옅은 흙냄새가 풍기는 외에는 강한 맛이 나지 않는데, 익혔을 때 무른 질감의 씹는 맛이 좋아 의외로 자꾸 생각나게 하는 그런 채소다. 계절에 맞게 오렌지를 비롯한 시트러스 계열의 과육이나 주스를 사용해 양념하면 맛있고, 허브 중에는 실파, 차이브, 민트, 타라곤과 잘 어울린다. 함께 어우러졌을 때 좋은 맛을 내는 채소로는 엔다이브, 아루굴라, 곱게 다진 양파 등이 있고, 고트치즈, 블루치즈, 사워크림과 곁들이면 비트의 단맛이 살아난다.

늦여름에 심은 비트가 이제 탐스럽게 자라 맛있게 익었다. 일년 내 맛볼 수 있지만 초가을과 겨울의 비트가 가장 맛있다. 제철의 맛좋은 비트를 이용한 여러 가지 요리법을 알아보자.

*비트 고르기와 보관

비트를 고를 때는 단단하고, 표면에 물러진 부분이 없으며 매끈한 껍질을 가진 것을 고른다. 마켓에는 비트 뿌리만 잘라놓은 것과 줄기까지 함께 달린 것이 있다. 뿌리부분은 저장성이 좋은 반면 줄기는 빨리 시들기 때문에 잘라서 판매한다. 따라서 줄기도 함께 붙어 있는 것은 수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뿌리만 잘라둔 것도 맛에 큰 차이는 없다.

되도록 줄기가 붙어 있는 것을 구입하고 당장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깨끗이 씻은 후, 플래스틱 백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줄기의 부피가 커서 잘라내고 싶다면 뿌리에서 2인치 정도 남겨두고 잘라내면 좋다. 줄기는 살짝 데치거나 볶아서 요리하면 맛있고 붉은 줄기와 푸른 잎의 색상 대비가 예쁘다.

*비트 손질법

비트는 통조림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손질이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선한 비트를 구입해 직접 손질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 뿌리를 잘라내고 군고구마 굽듯이 쿠킹호일로 감싸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된다. 맛을 더하고 싶을 때는 올리브오일, 허브, 발사믹 비니거, 마늘 등을 뿌려 함께 구우면 좋다. 400도에서 30~40분이면 알맞게 익는데 꺼내서 한 김 식혔다가 껍질을 벗기면 쉽고 매끈하게 벗겨진다. 잔뿌리 때문에 잘 벗겨지지 않을 때는 스테이크용 칼로 쓱쓱 밀어주면 된다. 한 번에 여러 개를 익혀 껍질을 벗기고 냉장 보관해 두면 필요할 때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사용하기 편리하다.

*생 비트 오렌지 샐러드

비트를 오렌지주스와 레몬주스에 절여 먹는 샐러드다.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질감, 붉은 색감이 절로 연말의 파티를 떠오르게 한다. 원한다면 오렌지 과육을 잘라 넣어도 맛있다.

▶재료

비트 1/2파운드, 오렌지주스 3큰 술, 레몬주스 1큰 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1큰 술, 곱게 다진 차이브 2큰 술, 소금 약간, 샐러드용 채소 또는 엔다이브 약간

▶만들기

1. 비트는 껍질을 벗기고 치즈 그레이터나 푸드 프로세서에 넣어 간다. 곱게 채 썰어도 좋다.

2. 보울에 오렌지주스, 레몬주스, 올리브 오일을 넣어 섞고 비트를 넣어 고루 버무린다. 소금으로 약간 간하여 잠시 둔다(최대 하루 전에 만들어 두어도 된다).

3. 엔다이브를 접시에 쭉 놓고 그 위에 2의 비트를 조금씩 얹어 낸다.

4. 원한다면 사워크림이나 고트치즈 곱게 으깬 것을 조금씩 얹어내도 좋다.

*비트 피클비트를 익혀서 만드는 피클이다. 익힐 때는 보통 물에 삶는데, 오븐에 구우면 단맛이 응축되어 맛이 더 깊어지므로 오븐에 구워서 만드는 피클 레서피를 소개한다.

▶재료

중간 크기 비트 6개, 로즈마리 2줄기, 올리브 오일 2작은 술, 붉은 양파 큰 것 1개, 타라곤 와인 식초 1컵, 소금 1 1/2작은 술, 설탕 1/2컵, 물 1컵, 1쿼트 병 2개

▶만들기

1. 오븐을 400도로 예열한다.

2. 베이킹시트에 쿠킹호일을 넉넉히 잘라 놓고, 잘 씻은 비트와 로즈마리를 놓는다. 올리브 오일을 뿌려 고루 버무린다. 전체를 호일로 감싸고 오븐에 넣어 약 40분간 구워 익힌다.

3. 식으면 비트 껍질을 벗기고 동글납작하게 썬다.

4. 양파도 반 잘라 두툼하고 길게 썬다.

5. 소독된 병에 양파와 비트를 켜켜이 담는다.

6. 냄비에 식초, 소금, 설탕, 물을 넣어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5에 붓는다.

7.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어 3일 정도 두었다가 먹는다.

*비트와 비트 줄기 그라탕

계절과 잘 어울리면서 비트를 많이 먹을 수 있어 더욱 좋은 메뉴다.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오븐에 넣어 굽기만 하면 된다.

▶재료

비트 6~8개와 줄기, 소금 약간, 달걀 3개, 무지방 우유 3/4컵,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1큰 술, 마늘 2쪽, 차이브 송송 썬 것 1/3컵, 그뤼에르 치즈(Gruyere cheese) 간 것 1/2컵, 후추 약간

▶만들기

1. 먼저 비트를 오븐에 굽는다. 위의 비트 피클 레서피에서 소개한 방법으로 굽고 식혀서 껍질을 벗겨낸다. 동글납작하게 썰어둔다.

2. 큰 냄비에 물을 채워 끓인다. 비트 줄기를 깨끗이 씻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넣어 데친다. 1분 정도면 충분하다. 건져서 물기를 빼준다.

3. 큰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어 볶는다. 향을 내고 2의 줄기를 넣어 함께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4. 오븐을 375도로 예열한다.

5. 2쿼터 크기의 베이킹 디시에 올리브 오일을 바른다. 비트와 비트 줄기를 놓는다.

6. 달걀, 소금, 후추, 우유, 차이브, 치즈를 넣고 고루 섞어서 5에 붓는다.

7. 오븐에 넣어 35~40분 정도 익힌다. 10분 정도 두어 식혔다가 낸다.

*오븐에 구운 비트와 할라피뇨 크림 샐러드비트를 오븐에 굽는 법과 즉석에서 만드는 샐러드를 배울 수 있는 레서피다. 사워크림에 고트치즈나 블루치즈를 더해 맛을 내도 좋다.

▶재료

빨간 비트 1파운드, 금색 비트 1파운드, 사워크림 1/3컵, 실파 송송 썬 것 1/4컵, 소금 1/4작은 술, 할라피뇨 1개, 상추 또는 샐러드용 채소

▶만들기

1. 오븐을 400도로 예열한다.

2. 비트는 줄기를 잘라내고 깨끗이 손질한다. 비트를 쿠킹호일로 감싼다.

3. 예열된 오븐에 넣어 40분간 굽는다. 꺼내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식힌다.

4. 손이나 과도를 이용해 껍질을 벗겨낸다.

5. 보울에 사워크림, 파, 소금, 할라피뇨 썬 것을 넣고 섞는다.

6. 샐러드용 채소 위에 알맞은 크기로 썬 비트를 놓고 할라피뇨 크림을 얹어낸다.

*비트의 영양과 주의점

1. 항산화 작용-비트에는 베타인 성분이 풍부한데, 이는 활성산소를 감소시켜 노화를 지연하고 스트레스 저항성 향상이 도움을 준다.

2. 활성산소 감소-환경오염, 피로와 스트레스, 방사선, 지나친 운동 등으로 몸속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는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비트를 꾸준히 다른 채소와 함께 먹으면 활성산소가 감소한다. 같은 효과를 내는 파프리카, 자색 고구마, 흑미보다도 월등한 활성산소 소거 효과가 있다.

3. 아질산염 소거 효과-몸속의 염증과 발암물질 생성을 유도하는 아질산염을 소거해 통증을 예방한다.

4. 혈압강하 효과-비트 즙을 섭취하면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확연히 볼 수 있다.

5. 간 정화작용-비트의 베타인은 천연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손상된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하고 해독능력을 도와 지방간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단, 강력한 해독기능 때문에 주스를 다량 섭취하면 어지럽고 메스꺼운 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사과, 셀러리, 당근 같은 채소와 함께 갈아 먹는 것이 좋다.

6. 혈액정화 작용-비트 즙은 적혈구를 생성하고 혈액부전을 조절한다. 여성의 월경장애와 빈혈예방에도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