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장인, 장모님이 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하셨다. 수년 동안은 매년 우리부부가 한국을 나갔었다. “아내를 잘 키워주시고 미국으로 나를 따라 보내주신 은혜를 너무 소홀히 했구나” 하고 깨달은 것은 불과 수년전이다. 그 후로 매년 며칠만이라도 두 분을 모시고 같이 여행을 하면서 빠른 세월의 흔적을 잡아보고자 노력해왔다. 이번에는 한국이 유난히 더웠음으로 두 분이 미국으로 오셨다.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 1번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몇 군데를 들렸다. 빅서에서 며칠을 보냈는데 해변가도 좋았고, 적송이 있는 국립공원은 시원하고 공기가 신선하여 폐 속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빅서에는 카멜지역과 빅서를 잇는 빅스비 다리가 있는데 높으면서도 아름다운 아치형의 다리이며 건축물의 걸작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다리의 이름은 이 지역을 처음 개척한 사람 ‘빅스비’에서 따온 것이다. 평생 동안 한국 토목계에서 수고하신 장인어른은 높고 험한 계곡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의 아름다움과 공법에 감탄하시며 여러 번 자세히 보셨다. 1950년대 미국에 토목을 공부하러 오셨다가 보신 적이 있었는데 다시 볼수록 좋다고 하셨다.
다음 들린 곳은 줄리아 파이퍼 번스국립공원. 이곳에는 태평양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맥웨이 폭포와 2500년 된 90m 높이의 적송이 유명하다. 국립공원이 되기 직전 이 지역의 소유주는 ‘브라운’씨 부부였다. 그 지역의 초기 개척자의 딸이었던 ‘줄리아 파이퍼 번스’는 그 곳에서 브라운씨 부부의 땅을 임대 받아서 목장을 운영하였다.
줄리아가 죽은 후 브라운 여사가 개인 소유지를 국가에 기증하면서 국립공원은 탄생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브라운 여사는 공원의 이름을 브라운 자신이 아닌 ‘줄리아 파이퍼 번스’ 공원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줄리아가 진정한 개척자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기회에 라스베가스를 거쳐, 후버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장인어른의 관심은 미국 내 현대 건축물 중 7대 건축물로 손꼽히는 토목공사였던 후버댐에 있었다. 1931년 제 31대 후버대통령 재직당시 시작된 건설은 루스벨트 대통령시절인 1935년에 준공되었다.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가지게 한다. 1930년대에는 가장 높은 댐이었지만 현재는 어느 기준으로도 세계최고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에도 많은 이들이 이 댐을 찾는 이유는 건설과정에 배어있는 미국인의 프론티어 정신 때문일 것이다.
후버댐 건설에 들어간 시멘트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2차선 도로를 건설하는데 충분한 양이었다. 엄청난 양의 시멘트에서 발생되는 열을 줄이기 위해 찬물이 지나가는 파이프 관을 넣고 그 위에 콩크리트를 넣는 획기적인 기술을 사용하였다. 생명을 잃은 112명중 처음 희생된 사람은 댐 건설지를 조사하다 익사한 ‘티어니’였는데, 13년 후 최후로 목숨을 잃은 패트릭은 첫 희생자의 아들이었다고 하니 미국인들의 개척과 희생에 머리가 숙여진다.
댐의 이름은 준공 당시 그 지역 이름을 따 ‘불더’댐이라고 불리웠다. 그러나 1947년 연방의회에서는 후버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후버’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사실 후버 대통령은 미국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기도 한다. 대공황이 닥쳤을 때 경제의 거품을 걷어내기는커녕 건설과 부동산에 정부 돈을 쏟아 부어 화폐가치의 하락을 가져왔고 인플레를 악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민들은 공사를 시작한 후버 대통령의 이름을 댐에 명명하였다. 앞서간 사람들을 존경해주며 개척자들에게 감사하는 미국민들의 정신에 장인어른과 나는 감탄하였다.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모든 삶의 과정이 개척자들의 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과 은혜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 나라를 위해 선구자적으로 일하셨던 토목인 중의 한분이신 장인어른께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한국이 자랑스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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