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 and doubt do not oppose each other. They define each other, like light and shadow.
믿음과 의심은 서로 반대하는 게 아니다. 서로를 정의(定義)하는 거다, 빛과 그림자처럼.
이렇게 절묘한 말씀을 어디서 들었을까요? 오묘한 경전이나 어려운 신학 책에서 읽었을까요? 아닙니다. 오른 아침 신문 오피니언 칼럼 하나에서 천우신조(天佑神助), 하늘이 돕고 신이 도우심에 읽은 내용 중 일부입니다.
참 재미있게 단숨에 읽고 찡~한 공명을 느낀 글입니다. 여러 신문에 동시에 글을 싣는 칼럼니스트[syndicated columnist] 레어나드 핏츠[Leonard Pitts]의 글 제목은 "God, the "universal spirit, is cool with all those atheists" [’우주령’인 신께서는, 이 세상 모든 무신론자들과 사이좋으시다]. 거의 베끼는 수준으로 옮겨봅니다.
"극장 표를 살려고 신(神)과 함께 줄을 서있었다. 내가 말을 열었다. ‘혹시 종교적 무신론자들[religious atheists] 얘기 들어보셨나요?’ 신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랍비와 오리가 술집에서 노는 그런 조크를 말하려는 겐가?’ ‘아니에요, 최근 워싱톤 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당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들 중 12% 가량이 기도를 한다는 거에요. 뭐라더라, 무슨 우주령(宇宙靈)한테 기도를 한다는데 무신론자의 18%는 또 종교가 자기들한테 중요하다고 여긴다는군요.’
"거의 무표정한 신은 이렇게 말했다. ‘우주령한테 기도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내가 왜 그런 데 신경쓰겠는가? 내가 우주령인데!" [Why should that bother me? I am a universal spirit.] 믿기지 않는 나는 신을 다그쳤다. ‘그건 위선입니다. 소위 무신집회[’godless congregations’]란 곳에 모여 묵상이니 명상이니 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렇게 이어지는 필자와 신과의 대화 중 이윽고 터지고 마는 말씀이 바로 ‘믿음과 의심은 빛과 그림자’라는 절묘한 말씀입니다. 동전의 양면이요 칼의 양날이요 무극의 태극 모습이란 겁니다. 무신론자들이 우주령을 그리며 기도하고 명상하는게 위선도 아니고 거짓도 아님을 신 스스로 천명하고 계십니다. 계속 읽어 봅니다.
"’아니 이거다 저거다 뭔가 확실해야잖아요? 믿든지 말든지, 둘 중 하나 확실히 마음을 먹어야지요.’ 그러자 신이 말했다. ‘You think it’s that simple? It’s not. Faith and doubt do not oppose each other. They define each other, like light and shadow.’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나? 그게 아니라네. 맏는 신앙과 의심하는 마음은 본래 둘이 아니요 서로 반대가 아니라네. 빛과 그림자를 생각해보게. 빛이 있으니 그림자가 있고, 그림자는 곧 빛이 아니던가? ‘Wow,’ I said, ‘that’s deep.’ 와우, 심오하군요
"매표구에 이르러 나는 말했다. ‘몬스터 영화 표 두 장이요.’ 그러자 신은 노인 할인카드를 내밀며 디스카운트를 받았다. 스낵 카운터에 이르자 신은 말했다. ‘사실 그게 이렇다네. 난 그대들이 나를 찾도록 설계했지. 나를 필요로 느끼게 만들었지. 자네가 말하는 그 12% 말인데, 그들은 그대들이 소위 종교라 부르는 그것 안에선 나를 못 찾은 것 같군. 뭔가 놓친 거야. 아님, 종교가 뭔가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고 ......
"다급해진 내가 물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당신을 보지 못할텐데요.’ 그러자 신이 나직하게 말했다. ‘흠, 발견하는 건 중요하지. 그러나, 찾는다는 것 또한 중요해. 구도는 인내를 가르치고 가슴을 열고 그대 스스로의 한계를 보여주지. 바로 거기서 지혜가 싹트는 거라네.’ [Finding is important. But seeking is important, too. Seeking teaches patience, opens your mind, shows you your own limitations. That’s where wisdom begins.
"암만 그래도 ‘우주령’은 좀 위선적이고 싸구려 아니냐고 되물었다. 신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야. 그보다 훨씬 더 나쁘게 불린적도 있지. 내 이름으로 부숴대고 내 이름으로 여자를 돌로 쳐 죽이고 내 이름으로 서로 싸우고 미워하지 않았던가?’ 난 팝콘과 체리 빙수를 시켰다. 그러자, 신은 ‘물로 주세요’라고 막아섰다. ‘내가 튼튼하게 만들어준 치아를 상하게 하지 말게.’ 카운터 물병을 내게 건네며 신은 말했다. ‘물병 재활용 잊지말게. 내 바다는 쓰레기 통이 아닐세.’ 난 한숨을 쉬며 답했다 ‘네 우주령님!’"
신과 함께 극장에 들어가는 한 장면을 통해, 아주 쉽고 간결한 필치로, 유/무신론, 우주령, 구도의 길, 그리고 진리의 그림자를 극명하게 나타낸 짧은 영문 칼럼 하나. 역시, 진리는 간단하고 자명할 뿐입니다. 저도 제대로 여물어 언젠가 이런 칼럼을 수수하게 써낼 수 있는 그날이 곧 도래하기를 우주령(宇宙靈)께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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