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전화 좀 새로 바꿔드리세요. 카톡 하시게요. 시간 가는 줄 모르실텐데...”며칠 전에 타주에 계시는 엄마한테 다니러 갔을 때, 엄마와 가깝게 지내는 후배 한 분이 그러셨다. 그러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카톡으로 엄마한테 보내지 못한 사진을 보여드리는 것이었다. 부상당한 무릎에 커다란 밴드를 붙인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받은 지인들의 재미있는 댓글도 보며 함께 웃었다.
얼마 전부터 나도 친구들과 선배들한테서 자주 듣는 불평이다. 전화 좀 새로 바꾸라고. 카톡 좀 하자고. 얼마 전에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만난 대모님은 아예 작정을 하고 나오셨다. “오늘, 나랑 가서 전화 바꾸자. 내가 바꿔 줄 테니까 아무 소리 말고 그러레이.”물론 정중히 사양했다. 떠들썩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내 성격을 잘 아는 분이어서 설득(?)이 어렵지 않았다. 내게 카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는 공중에서 시도 때도 없이 뿌려지는 삐라로 밖에는 여겨지지가 않는다. 그것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상상만 해도 어지럼증이 나서 주저앉을 것 같다.
이메일로 하루에도 몇 통씩 들어오는, 패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의 ‘친구’로서의 초대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나는, 이제 반항아내지는 지진아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자신이 없는 걸 어쩌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대화, 알림 글, 정보 등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었다.
카톡,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주는 영향을 연구, 분석한 자료, 통계, 논문 등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효율이 떨어지고 직장인들의 시간낭비 등이 지적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다는 자료도 있다. 그러나 좋건 싫건 소셜미디어의 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와있고, 곧 이 경로를 통하지 않고는 소통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망설이고 있었다.
소셜미디어를 가장 빠르고 자연스럽게 생활에 익혀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의견을 듣고 싶던 차에, 지난달 이를 주제로 한 에세이콘테스트의 심사를 맡게 되었다. 예심을 거쳐서 올라온 100여 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또 자신들의 생활에 쓰고 있는지 상세히 알게 되었고,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1등으로 뽑은 고등학생의 글은 이런 지적을 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가 사회에 유익한지 해로운지는 지금 당장 판단을 해서도 안 되고, 판단을 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두 가지 예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 첫 번째 예로,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학자들이 해로운 점을 지적하면서 텔레비전은 인류의 지적 퇴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했으며, 두 번째 예로는, 그보다 앞서 소크라테스가 글자의 사용을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글자로 기록을 하게 되면 우리가 외워서 기억하려는 노력을 안 하기 때문에 인류의 지적 발달을 저해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글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글자로 옮겨 적은 내용을 생각의 산물이라고 볼 수 없다던 그 시대의 견해도 지금의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텔레비전이 인류의 지적 퇴화를 초래하였다고 보는 이도 드물 것이다. 결국, 현시대에 새로 나온 모든 기술과 변화는 시간이 흘러야 그 좋고 나쁨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도 지금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빙성 있는 이 논리 앞에서 나는 흔들렸다. 그리고 우리 집의 텔레비전의 내력을 생각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 나도 텔레비전을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우리 침실에 작은 흑백 TV 하나를 두고, 아이들의 시청을 한껏 제한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집에는 두 개의 대형 컬러 TV가 있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리라. 내가 거부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편견으로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서도 안 되리라.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대의 도구일 뿐, 내가 쓰기에 달렸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나, 지금 바로, 소통이 가능한 이 편하고 빠르고 좋은 매체를 어찌 사용하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더욱더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더욱 더 빨리 뒤처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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