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으로 끊임없이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도 세계인구 중 8억 여 명이 문맹이고 그 중 2/3가 여자라고 한다. 이제 그 통계 숫자에서 23을 빼야한다. 충북 옥천의 23명의 할머니들이 까막눈을 탈출했기 때문이다. 이제 기네스북의 기록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 23명의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이 79.2 세이기 때문만이 아니고, 이제 간신히 까막눈을 면했는데 시집을 출판했기 때문이다. 시집의 제목도 얼마나 진솔한가. ‘날 보고 시를 쓰라고.’이 시집에서 이홍여 할머니는 ‘고마워유’라는 제목의 시에서 글을 깨우친 환희를 ‘독립의 기쁨’에 비유하며 이렇게 노래한다: “2012년 2월16일 안내 행복한 어머니학교 졸업식/ 평생 못 배운 한에 증말 공부가 하고 싶었는데/ 민병용 교장선생님 열 번, 백 번, 천 번 이 은혜 갚을 길 없네요 고마워유/ 못 배워 애태우던 공부/ 갖고 싶던 졸업장/ 나이 74세 소원 풀었네요/ 대한독립 만세가 절로 나오네요”윤옥분 할머니는 ‘눈뜨고’라는 시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이렇게 노래한다: “칠십 년을 어둡게 살다/…더듬더듬 시를 지어보며 외로움 말끔히 씻어내니/…오늘 죽어도 한이 없어”충북 옥천군 안내면 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 학교(할머니 글방)’서 뒤늦게 한글을 깨우친 23명의 할머니들에 관한 이 행복한 이야기를 접하고, 문맹퇴치에 앞장서 뛰고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다.
15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잘 나가던 커리어를 접고 세계문맹 퇴치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49살의 존 우드 씨. 그는 15년 전, 네팔로 휴가를 떠난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해외담당 이사를 역임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네팔에서 트래킹을 하기 위해서 떠난 여행이었다고 한다.
여행 중, 히말라야 오지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한 주민을 만나게 되고, 그 학교를 방문하게 된다. 그 학교에는 학생들을 위해 20여권 남짓한 책이 소장되어 있었는데, 그나마 분실을 막기 위해 열쇠로 굳게 잠긴 곳에 보관되어있는 걸 보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온 우드 씨는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띄운다. 안 읽는 헌책이 있으면 달라고. 그 책들을 네팔에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 그의 노력은 곧 그에게 개인적으로 큰 결심을 하게 만들어, 잘 나가고 있던 커리어를 접고‘Room to Read’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게 된다.
이 비영리단체는 2001년도에 설립된 이후 오늘까지 세계 곳곳에 1만5,000개의 도서관을 설립해 1,300만 권이 넘는 책을 기증했고, 1,000개의 학교까지 설립했다고 한다. 현지어로 쓰인 책의 출판도 도와서 800권이 넘는 책을 출판했다고 한다. 특히 저개발국가에서 등한시하는 여학생들의 향학열을 높이기 위해 2만1,000 명의 여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도 한다.
‘Room to Read’는 도서관과 학교 짓는 일 외에도 장기적인 문맹퇴치 사업을 많이 벌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현지어 책을 출판하고, 도서관에 이중 언어 기능을 갖추게 하고, 컴퓨터와 언어 실습실을 설립하는 일도 하고 있다.
우드 씨는 “매일 우리는 누구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Room to Read’를 시작했다고 한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 학교’는 2003년 `까막눈’ 할머니들의 한글교육을 위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70명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이‘행복한 학교’도 같은 신념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을 것이다.
문맹을 벗어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면서도, 영어를 잘 못해도 살아지니까, 그냥 그 어두움을 안고 살아간다. 이민이라는 용감한 결단을 내린 이민자로서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아니건만, 그저 그렇게 적당히 살고 있다.
이제 우리 이민사회는 한층 여유를 갖게 되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이에 호응해 많은 교양프로그램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영어문맹 수준은 얼마나 올라갔을까?충북 옥천에서 까막눈을 탈출하고 ‘날보고 시를 쓰라고’ 시집을 낸 23명의 할머니들의 당시 평균 연령은 79.2세였다.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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