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선 슈팅 성공 땐 후속 득점확률 높아져’분석 일부선“심리적 작용일뿐 통계적 분석 불가능”
앞서의 슈팅 성공이 이후 득점 시도의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 핫 핸즈’(hot hands)의 법칙 근거 있나
스포츠 경기에서 파죽지세의‘연승행진’을 기록하는 팀이 가끔씩 나온다. 개인의 경우도마찬가지다. 미국 프로농구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그날 유난히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선수가 있다. 자유투는 자로 잰 듯 던지는 대로 들어가고, 장단거리 포 역시 정확하게 링 안으로 빨려든다. 팀 동료들도‘신들린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볼을 공급한다. 그가 팀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스코어를 올릴 확률이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앞서의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의 기회를 높인다는‘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에 전염된 상태다. 운동선수들은 징크스에 유난히 민감하다.
연속 성공, 혹은 연승을 다른 말로는 ‘핫 핸즈’ (hot hands)라고 부른다.
원래 핫 핸즈는 성공과 실패가 일어날 확률이 각각 반반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결과의 누적 빈도에 따라 그 중 어느 하나에 더 강한 성공의 예감이 드는 현상을 통칭한다.
예를 들어보자.
동전 던지기에서 앞, 혹은 뒤가 나올 확률은각각 반반씩이다. 그러나 A라는 사람이 던진 동전이 계속해서 앞이 나왔다면 그 다음 번 시도에서 또 다시 앞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듯 여겨진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이치에 닿지않는 얘기다. 동전 던지기에서 앞이 나올 확률은 늘 50%이다.
자유투의 경우 첫 번째 시도에 성공하면 두번째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통설이다. 적어도 선수들은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쏟아져 나온‘ 과학적증거’들은 이 같은 믿음에 도전장을 날린다.
핫 핸즈를 정면으로 반박한 첫 번째 과학적연구결과는 1985년에 발표됐다.
과학자들은 필라델피아 76ers, 보스턴 셀틱스와 코넬 대학 농구대표팀의 기록을 세밀히 분석, 앞서 슈팅을 성공시킨 선수가 다음 번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킬 확률이 높다는 믿음은“허황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팬도, 선수도 지난 30년간 꾸준히 제시된 이런 종류의 논문들을 외면한다. 아무런과학적 증거도, 통계적 뒷받침도 없이 이들은‘연속 성공’의 법칙인 핫 핸즈를 믿어 왔다.
이와는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팬들은 객관적인 ‘승률’과 관계없이 ‘승운’을 탔다고 믿는팀에 베팅을 한다.
인간이란 원래 혼란을 의미하는 무작위와 무질서, 무정형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에질서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이 핫 핸즈나 마술적 사고의 배경을 이룬다.
그러나 최근 다른 흐름을 보이는 몇 건의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앞서의 성공이 이후의시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인용되는 논문은 예일의 계산생물학자인 구르 야리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작성됐다. 이들은 NBA 한 시즌 전체에선수들이 던진 자유투와 프로페셔널 보울러협회가 주관한 대회의 게임 5만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목표는 자유투나 볼링 프레임의 성패가 앞선 시도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느냐에 좌우되는지 여부를 가리는데 있었다.
다시 말해 누군가 이제 막 자유투를 성사시켰거나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면 후속 시도에서 또 다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커지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1985년의 연구에 동원된 것보다 훨씬 방대한자료를 복잡한 분석을 거쳐 정리한 결과 첫 번째 시도에서 거둔 성공이 그 이후의 슈팅 성공률을 약간 높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성공적인 시도 후 곧바로 이어진 슈팅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보다는 일반적으로 그보다 훨씬 긴 시간 프레임 속에서 해당 선수에게 긍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게임 초반에 몇 차례 성공적인 슈팅을 기록한 농구선수가 경기 내내 펄펄 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신들렸다’는 표현이 따라오는경우다. 신들린 선수의 자유투 성공률도 통계치를 훌쩍 상회한다.
다만 첫 번째 자유투가 후속 슈팅의 성공률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끝난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볼링 선수가 다음번 게임에서 스트라이크를 뽑아낼 가능성 역시 약간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도 매 게임의 한 프레임에서 기록된스트라이크가 바로 그 다음의 프레임에서 동일한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보다는 초반의 성공이 선수의 경기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것이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이다.
2012년 배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26명의 엘리트 배구선수들의 경기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고득점 퍼레이드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연속적 성공이나 연승이 논리적 근거를 지닌다면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연속 실패나 연패의효과도 분명 있을 터이다.
인지 심리학 박사학위 소지자인 이갈 아타리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2010-2011 NBA 시즌의슈팅 통계를 입수해 면밀히 조사했다.
자료 분석을 통해 그는 첫 번째 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팀의 다음 번 슈팅을 담당할 가능성이 통계학적 기준보다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슈팅을 성공시킨 선수의 후속시도는 통계치가 시사하는 것보다 실패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아타리 박사는 이런 현상은 심리학적인 이유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이 가능하다고말했다.
아타리에 따르면 이전의 슈팅 시도를 성공으로 마무리한 선수는 그 다음에는 이보다 조금 먼 거리에서 공을 던지는 경향을 보였다. 아타리 박사는 앞서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고양된선수가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핫 핸즈’를 믿는 상대방 선수들이 평소보다나은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를 집중적으로 막는다는 것 역시 후속 공격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혔다.
야리 박사는 질서와 의미를 원하는 인간의마음은 미묘하나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상상하고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미부여 작업이 때로는 동기부여로 연결되기도 한다.
어쩌면 핫 핸즈는 통계학적 분석이 불가능한순수한 심리적 작용의 결과일 수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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