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90년대 한미훈련 중단·축소했지만 북, 핵 포기하지 않고 NPT탈퇴 선언 30년전 실패 교훈 잊은 문재인 정부 한미연합훈련폐지·축소해 전철 답습
▶ 대규모 실기동훈련은 불가능해지고 CPX는 전작권 환수 검증시험 전락해 한미훈련‘동북아 안전판’으로 키우고 사이버전, 우주전 훈련도 포함시켜야
■ 도발 수위 높이는 북…팀 스피릿의 데자뷔
북한의 연이은 반발 속에 2021년도 후반기 한미연합훈련이 오는 16일 본훈련에 돌입한다. 병력의 대규모 실기동이 없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훈련(CPX)’으로 진행된다. 그마저도 규모가 대폭 축소됐는데 신원식 국민의 힘 의원 분석에 따르면 예년의 12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현 정부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한미연합훈련은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군사훈련이라고 호평 받아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전인 2017년 전반기에만 해도 한미 양군은 사상 최대인 약 32만명의 병력을 참여 시켜 실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 (FE)을 펴며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차단했다. 현 정부는 독수리 훈련을 비롯한 대규모 실기동훈련을 폐지해 이제는 소규모 실기동 훈련과 컴퓨터 기반 워게임인 CPX만 이뤄지고 있다. 그마저도 실전성은 거의 퇴색되고 우리 군이 전시작전권을 이양 받을 자격이 있는지 검증 받기 위한 수능시험처럼돼 버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군내에서 나온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남·북·미간 대화로 평화를 조성하기 위해 이처럼 한미연합훈련을 약화시켰지만 북한은 호응하긴 커녕 도리어 뒤통수를 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당국자들이 최근 이번 후반기 훈련에 대해 “배신”이라느니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는니 하며 대남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사태와 데자뷔되고 있다.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연이어 축소·중단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촉진하고 비핵화를 유도하려 했지만 북한은 뒤통수를 쳤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미연합훈련은 점증적으로 확대 일로를 걸었다. 특히 1989년 ‘팀스피릿’ 훈련에는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20만여 명의 병력이 참여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해 남북 고위급 회담과 연계돼 한미연합훈련을 축소·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미국도 걸프전 여파로 한반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 결과 팀스피릿 참여 병력은 약 18만 명으로 줄었다. 한미 연합지휘소연습인 을지포커스렌즈(UFL)는 그해 아예 중단됐다.
이 같은 한미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몰두했다. 결국 1992년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제기되자 북한은 핵 사찰 수용의 조건으로 팀스피릿 훈련 중단 등을 요구한다. 한미는 이에 말려들어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했다. 북측의 속내는 불과 1년도 안 돼 탄로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여섯 차례의 핵사찰을 실시해보니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양이 실제와 다른 것을 확인한 것이다. IAEA는 은닉된 미신고 핵 시설의 공개 및 사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거부하며 핵 포기에 나서지 않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며 노골적으로 전쟁 위협을 했다. 한미는 연합훈련을 정상화하기로 하고 1993년 팀스피릿을 재개한다. 북한은 팀스피릿 재개 등을 핑계삼아 그해 3월 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를 선언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몰아쳤다. 현재 우리 정부는 과거 북한의 기만전술에 휘말려 한미 연합 안보 태세에 흠집을 냈던 아픈 교훈을 잊고 다시 지금 다시 전철을 밟으려 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후 약 30년이 지나서 역사가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의 한 영관급 장교는 “1차 북핵 위기 당시 남북 대화와 핵 동결을 내세워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켜 연합 방위 태세를 와해시키려 했다가 기만전술이 들통나자 NPT 탈퇴로 핵 위협을 공식화한 북한의 행태는 최근 몇 년간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대화 무드를 조성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통해 핵 동결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로 ‘남북 군비 통제’라는 덫을 놓았다.
우리 정부와 군은 여기에 말려들었다. 2018년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더니 이듬해 3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모두 폐지했다. 특히 대규모 실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없애면서 대대급 이하의 연중 실기동훈련만 실시하기로 했다. 그나마 컴퓨터게임 방식의 연합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와 UFG는 폐지 후 각각 ‘동맹19-1’ ‘동맹19-2’ 명칭의 전·후반기 CPX로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지난해 전반기에는 훈련이 취소됐고 후반기부터 규모가 축소되더니 올해 후반기에는 한층 더 규모가 줄어들게 됐다.
애초에 방어적 성격의 군사훈련을 남북 대화나 비핵화의 협상 대상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6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 장관과 양자회담을 열었다. 당시 두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각 부대 전투 대비 태세를 고려해 한미연합훈련의 훈련 규모·시기·내용을 긴밀히 협의해서 공동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미연합훈련이 대북 비핵화 협상의 빅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한미 정부가 사실상 공식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 영관급 부대지휘관은 “한미연합훈련은 공세적 훈련이 아니라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 훈련이라는 게 양국의 일관된 공식 입장이었다”며 “그런데 이것을 대북 협상 테이블 위에 얹어놓는다는 것은 한미연합훈련을 전쟁 연습 행위라고 주장해온 북한의 논리를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고 비판했다.
한미연합훈련을 대북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북한이 핵 무력을 고도화한 현재의 정세에서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군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최소 수십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설 정도로 미사일 전력을 확충한 현재로서는 핵 무력을 포기하기보다 핵을 강압 전략의 수단으로 활용해 한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미가 한층 더 연합훈련의 수준을 높이고 안보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북한의 강압 전술에 휘둘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하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국제 정세에 맞춰 한미연합훈련의 역할과 내용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유사 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방어 작전 차원을 넘어 동북아 역내 안전판으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우주전·사이버전 등으로 전장의 영역 확대와 기술적 융합이 이뤄지는 미래전에 맞춰 훈련의 내용도 전문화·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역사를 되짚어봐도 그 내용과 방향이 정세에 따라 진화해왔음을 엿볼 수 있다. 초창기에는 한미 양군 간 기본적인 상호 연계성을 갖추는 소규모 훈련에서 시작돼 유사 시 대규모 미군 증원 전력까지 포괄하는 대규모 실전 훈련으로 진화했고 이후 작전통제권을 점진적으로 우리나라에 이양하기 위한 검증 및 예행연습의 성격도 점차 강조됐다.
팀스피릿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우리 군이 돌려받은 후속 조치에 따라 1994년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대체됐으며 이는 다시 2008년 ‘키리졸브’로 전환됐다가 현 정부 들어 폐지됐다. UFL은 2008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으로 전환된 뒤 2019년 폐지돼 ‘동맹’ 연습으로 대체된 상태다. 현 정부 들어 유사 시에 대비한 대규모 실전 훈련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전보다는 전작권 환수받을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자격 검증 시험 수준으로 변질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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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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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선은 남한도 핵을 갖는 것이다. 자주국방만이 살길이다. 아프칸 사태를 잘 보고 있지 않은가? 20년동안 미군이 지켜주고 시간을 주었으면 자주국방 제대로 준비했어야지. 한국이라고 다른가? 언제까지 불안에 떨며 바지가랑이 잡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