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You are not a human being in search of a spiritual experience. You are a spiritual being immersed in a human experience.
당신은 어떤 영적 체험을 찾는 한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은 어떤 인간 체험에 홀딱 빠진 한 영적 존재입니다.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요? 행복감의 정체는 과연 뭘까요? 지금 당장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가장 최근의 과거 속 행복감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지는 해와 함께 지던 행복감. 영혼을 울리는 소리에 잔뜩 빠지던 행복감. 사랑하는 사람의 눈 속에 들어있는 나를 보던 행복감. 불현듯 실존의 영감 속에 이유없이 솟아 오르던 행복감.
그 어느 것도 실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중에 ‘갑자기’ 느꼈던 행복감들이 아니던가요? 느끼기 무섭게 또한 ‘홀연’ 사라져 버린 게 바로 행복감이란 신기루가 아니던가요? 그렇습니다. 행복이란 느낌일 뿐입니다. 순식간 찰나 속의 다만 일어났다 스러지는 한 무리의 구름처럼 속절없이 무상한 비실체가 행복감입니다. 없다는 건 아닙니다. 분명히 있지요. 그런데 잡으려면 달아나고 무심(無心) 중엔 반갑게 나타나는 게 바로 행복이란 손님입니다.
그런데 아세요? 행복감은 뭔가에 몰입할 때 쉽게 느껴진다는 것을? 다 잊고, 하나에 촛점을 맞추면 왠지 그 행복감이란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떤 스포츠나 오락에 깊게 몰입하면 적어도 그 몰입의 순간엔 시간도 공간도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체험과 체험자만이 남게 됩니다. 주관과 객관, 나와 세상, 나와 남, 옳고 그름 등의 이원(二元)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모든 게 그저 ‘하나 아닌 하나’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감이 부상하곤 합니다.
You are not a human being in search of a spiritual experience. You are a spiritual being immersed in a human experience.
당신은 어떤 영적 체험을 찾는 한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은 어떤 인간 체험에 홀딱 빠진 한 영적 존재입니다.
영어 단어 ‘이머~전’(immersion)은 그런 의미에서 한 번 홀딱 빠져 볼만한 말입니다. 어원을 보면, “안으로[into] 풍덩 빠진다[mergere]”는 뜻의 단어가 ‘immersion’입니다. 동사 ‘immerse’[이머~ㄹ쓰]는 “어떤 일에 온 정신(精神)을 뺏긴 상태로 푹 빠진다”는 뜻입니다.
I am totally immersed in writing this essay.
난 지금 이 글 쓰느라 푹 빠져 있죠.
영적 존재인 인간은 뭔가에 홀딱 빠져 있을 때 불현듯 스스로의 영성을 자각하게 됩니다. 몰입 중에 막연한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참 나’의 진면목을 보게 되기 때문인데요. 그 진면목이란 바로 다름아닌 상락아정(常樂我淨)이라 합니다. ‘상(常)’은 항상 머물러 소멸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즉 나는 늘 행복하다는 겁니다. ‘낙(樂)’은 안락하다는 말이니 따로 괴로울 일이 없다는 겁니다. ‘아(我)’는 ‘참 나’의 뜻으로, ‘참 나’의 정체는 늘 행복일 뿐이란 겁니다. ‘정(靜)’은 청정하다는 뜻으로 청정무구하니 늘 행복이란 겁니다. 상락아정(常樂我淨), 본래 그러하니 그저 그러면 된다는 지극히 자명한 말씀입니다.
You are not a human being in search of a spiritual experience. You are a spiritual being immersed in a human experience.
당신은 어떤 영적 체험을 찾는 한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은 어떤 인간 체험에 홀딱 빠진 한 영적 존재입니다.
몸/마음/얼이 몽땅 어디 한 군데 몰입되면 늘 궁시렁대던 작은 자아 ‘에고’[ego]가 딱 입을 다뭅니다. 늘 그렇고 그런 별 볼일 없는 생각들로 가득 찬 에고. 흔히 ‘원숭이 마음’이라 불리는 에고. 그 몽키 마인드[the Monkey Mind]가 고요해질 때 사람은 영적 실존인 상락아정(常樂我淨)을 되찾게 된답니다. 다 내려놓고, 텅 빈 가운데 순수한 촛점이 맞춰지면, 우리의 본래 모습인 ‘행복감’을 항상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항존하는 행복감의 비밀은 바로 내가 누구인가를 참되게 깨닫고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회 수도사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테일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은 당당히 선언합니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란 체험에 홀딱 빠진 ‘영적 존재’라는 걸! 그래서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존재임을!
참된 행복감은 진리의 그림자입니다. ‘참 나’라는 진리 체험만이 지속되는 행복감을 불러 옵니다. 그리고 ‘참 나’ 체험의 지름길은 인간(人間)이란 체험에 깊게 몰입(沒入)하되 그걸 ‘알아채면서’ 몰입(沒入)하는 겁니다. ‘늘 깨어 있으며’ 몰입하는 겁니다. 진짜 몰입의 비밀은 바로 ‘알면서 몰입’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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