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tainer Within / 내면의 그릇
▶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끝에 가서는,
자기가 갖고 있는 그 그릇 안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What’s called art,
in the end,
comes from the container
within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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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은 우리 동양문화권에서 사람의 됨됨이 전체,
즉 ‘에토스’[ethos]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점잖은 한자론
’인격(人格)’이라 하지요. 예술 세계에선 작품성이나 품위
또한 ‘ethos’란 말로 상징되곤 합니다. ‘에토스’, 짧은 말인데
함축하는 바가 큰 말입니다. 로고스[logos, 이법(理法)/이성],
파토스[pathos, 페이소스/감성]과 더불어 사람 됨됨이의
3요소를 이루는 게 바로 ‘에토스’가 아니던가요?
사람은 사람이기에 제각각 안에 든 그릇이 다 다릅니다.
그릇의 크기만 다른 게 아니라 그릇의 재료나 질료 또한
서로 다릅니다. 모두 제각각이죠. 그래서, 세상은 재미있습니다.
어딜 가든, 제 아무리 신기한 명소라 해도, 결국 제일 재미난 건
사람구경입니다. 가지가지 여러가지, 그야말로 ‘그릇’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인간들이 제각각 서로
비슷하게 다르다는 건 신의 은총이요 축복입니다.
사람의 타고난 그릇이 제각기 다른 것처럼, 타고난 그릇이
성장 진화하는 과정 또한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는
좋게 타고난 그릇을 나쁜 쪽으로 망가뜨리는 인생을 사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별로 좋지 않게 타고난 그릇을 한껏 진화시켜 성자의
반열에 들기도 합니다. 다 하기 나름입니다.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하는 게 본래 부질없는 논쟁입니다. 좋고 나쁨이라는
이원(二元)은 이미 진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리는 오직
하나 이전의 무극(無極), 그 경계에서 다시 드러나는 ‘하나’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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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끝에 가서는,
자기가 갖고 있는 그 그릇 안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What’s called art,
in the end,
comes from the container
that the artist h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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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하되 不踰矩(불유구)라.
나이 70이 되자,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던 공자님 말씀입니다. 누구든, 어지간히 살다
보면, 특히 예로부터 드물다는 고래희(古來稀) 70에 이르면,
그저 마음 우러나는대로 살아도 크게 하늘을 거슬르지 않게
된다는 공자의 말씀.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하고,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하되 不踰矩(불유구)라.
따로 노력할 일 없이 나이 70에 이르면 그저 천리에 순응하게
될 뿐이라는 공자님 말씀.
오늘의 지문 인용 말씀은, 그런데, 공자님 말씀이 아니고,
바로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의 명언입니다. 어젯 밤,
텔레비전 프로그램 "글로벌 성공시대 - 세계를 빛낸 피아니스트
백건우" 편을 보며 일부러 메모했던 말씀입니다. 거장 주빈
메타와의 이스라엘 공연을 감동스럽게 마무리한 올해 67세
한국 사람 백건우가 인터뷰하면서 맑은 눈망울로 잔잔히 전한
바로 그 말씀입니다. 그저 가슴에서 가슴으로 탁 전해지는
말씀이기에 홀연 공자님의 ‘종심소욕 불유구’라는 표현에
찡하게 달라 붙던 말씀입니다.
늘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는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 아직도
공연 직전까지 악보를 보고 또 보며 좀 더 원작자의 가슴에
가깝게 다다가려 애쓰는 ‘아이 마음’의 마에스트로 백건우.
늘 갈고 닦으며 순례자와 구도자의 마음을 놓지 않는 선지식
백건우. 올만큼 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 그러나 이젠
자기 그릇이 뭔지 올곧게 확철대오한 도인 백건우. 조만간
고래희 70줄에 드는 아이/청년/노장 백건우가 전하는 예술의
정의는 역시 단순합니다. 결국, 자기 그릇만큼이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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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끝에 가서는,
자기가 갖고 있는 그 그릇 안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What’s called art,
in the end,
comes from the container
that the artist h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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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따로 ‘끝’이란 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모든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우지만, 끝에 가서는
그것이 반영이 돼가지고 자기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 그릇을 자꾸
넓혀가야죠." 마에스트로[Maestro, 거장] 백건우의 이어지는
말씀입니다. "제가 그런 표현을 쓰는데, 소리를 조각을
하잖아요. 하면서 행복을 느끼죠." 어디선가 이런 말씀도
했던가요?
영어적 표현으로 굳이 ‘그릇’을 말하자면 ‘caliber’나
’capacity’같은 단어를 쓰는데, 역시 내면의 그릇이란 ‘container
within’의 느낌은 제대로 살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릇은 그저
그릇입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 그릇은 그릇이죠. 바로
그 그릇이 모든 겁니다. 결국, 모든 게 그 그릇으로 빚어지기
때문입니다. 무슨 분야든 우뚝 서신 분은 어른입니다. 결국 자기
그릇 안에서 에술이 나온다는 백건우 어른의 말씀이 공자님의
’종심소욕 불유구’에 홀연 겹쳐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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